▲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얼마 전에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지나갔다. 이때 즈음이면 항상 명절 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 명절 후 남은 음식 처리 방법, 명절 후 다이어트에 대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온 가족이 모인 명절, 푸짐한 상차림과 음식은 빼놓을 수 없으며 그에 따른 과식과 체중 증가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후 온갖 다이어트 방법들이 판을 치는데, 한결같이 다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고, 그중 가장 대표 식품으로서 밥을 이야기한다.

1년 전 밥 다이어트라는 칼럼에서도 밥은 다이어트의 적이 아닌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쌀로 지은 밥 이외도 복합 탄수화물 식품은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기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만, 단순 탄수화물 식품은 빠른 소화흡수로 인해 지방으로 전환이 빨라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

여기에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낱알 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쌀은 밥을 지어 먹어야 꼭꼭 씹어 먹게 되고 천천히 소화된다. 하지만, 쌀을 소비한다고 가루로 만들어 면이나 떡으로 만들어 버리면 단순 탄수화물 식품을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쌀을 가루로 만들어 가공하는 형태의 가공식품에 부정적인 것이다.

그리고, 밥은 식후 체열 생성반응이 높은 식품이기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밥을 먹으면 바로 몸에서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밥은 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그 열량을 소비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작년에 필자가 언급했던 주요 내용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밥의 식사 방법에 하나의 이유가 숨어있다.

체중 증가의 원인 중 하나에 탄수화물 중독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일일 탄수화물 적정 섭취량이 300~400g인데 하루 흰밥 3공기만 먹어도 이 만큼 양이 되기에 밥을 줄여야 한다고 한다. 밥을 먹고 나서 또 찾는 달콤한 커피나 과채 음료, 과자, 빵, 우동이나 라면과 같은 밀가루 음식들과 똑같이 치부한다. 흰밥 대신 잡곡밥을 먹으라고 한다. 잡곡밥은 밥 아닌가?

농촌 경제원(KREI)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가 잡곡밥이라고 먹는 밥은 84%가 백미, 16%가 잡곡인 밥이다. 잡곡밥의 대부분의 구성도 역시 백미다. 물론 백미보다는 잡곡이나 현미를 먹는 것이 더 좋겠지만, 흰밥만이라도 제대로 먹는다면 충분하다.
 

▲ <입안 조미> 와세다 대학의 스즈키 마사시게 교수가 정의한 단어로 맛이 거의 없는 밥을 입안에서 반찬의 맛으로 조미해가면서 먹는 독특한 식사법으로 밥을 먹는 문화권 중에서도 한국 일본 등의 독특한 식사법을 말하는 것이다. <사진=박성환>

그 이유는 우리는 밥만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 요리처럼 반찬 종류 하나씩 먹고 맨 마지막에 밥만 먹는 사람은 없다. 다 밥과 반찬을 같이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사 방식은 한국, 일본 등에만 있는 독특한 식사법으로 ‘입안 조미’ 식사법이라 한다. 다시 설명하면 ‘밥 -> 반찬 -> 밥’으로 이어지는 교차 식사 또는 ‘밥->반찬->국(찌개) -> 밥’으로 이어지는 삼각 식사법이라고도 한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문제가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보 촬영을 위해 닭 가슴살만 먹고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다들 식스팩을 뽐내고 있지만, 실상 얼굴을 보면 푸석푸석하고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밥을 먹을 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입안 조미 식사법은 짠맛이 있는 반찬과 담백한 밥을 함께 먹음으로 인해 입안에서 알맞은 맛을 찾아가며 먹는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균형을 맞춘 식사를 하기가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면서 프랑스 요리처럼 코스요리가 되어 버린 한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요리(찬)만 먹다가 마지막에 밥이 나오게 되면 이미 배가 불러 한 두 가지 반찬에만 의지해 식사를 하게 되고, 또 제일 중요한 균형 갖춘 식사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서양 사람들은 입안 조미를 하면서 맛을 보는 문화가 없기에 밥을 먹어도 ‘순서 식사’를 하게 된다.

서양화가 더 앞선 일본의 경우 학교 급식을 하는 어린이의 약 60%가 찬을 하나씩 먹고 나서 마지막에 밥을 먹는 ‘순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우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밥과 반찬을 같이 먹는 밥의 위대한 식사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탄수화물 중독이 두렵다면 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밥을 더 먹어야 한다. 밥을 충분히 먹지 못하다 보니 밥 먹고 나서 달콤한 커피, 과자, 디저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올바른 밥 식사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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