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럴땐이와인" 밴드 운영자를 만나 음식과 와인의 푸드페어링에 관하여 알아본다. 고급 와인은 비싼 음식과 같이 먹는 것이 좋은가요?

NO. 그렇지는 않습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가끔 이에 관한 가벼운 논쟁들이 있곤 하는데,  와인과 음식 페어링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수 있다.
 

▲ 프랑스 현지의 고급 레스토랑에 나오는 큼지막한 피순대 한 조각입니다.<사진=hipparis.com>

와인이 고급일수록 대체로 섬세한 맛을 내는 식재료를 잘 살린 음식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식재료가 항상 고가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물소젖치즈 (Mozzarella di Bufala) 중에서도 이탈리아 (Italy )의 아말피 (Amalfi) 해안에서 생산이 되는 모짜렐라디부팔라아말피따나 (Mozzarella di Bufala Amalfitana)는 가장 고급 물소젖 치즈 가운데 하나이다. 단순한 모짜렐라 치즈이지만 워낙 섬세한 맛을 내기 때문에 토마토나 발사믹 식초 없이 올리브 오일과 소금만 살짝 뿌려서 치즈만 먹어도 매우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우리나라 사람이 보면 고급 치즈이지만, 현지인이 보면 그저 모짜렐라 치즈일 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두부 (tofu)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별거 아닌 식재료로 생각을 하지만 두부는 오늘날 프랑스 현지의 고급레스토랑을 비롯하여 많은 레스토랑에서 동양색을 띤 고급식재료로 사용이 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낸 두부보다 식재료 자체로서의 품질은 많이 떨어진다. 두부도 모짜렐라와 마찬가지로 식재료의 질이 떨어지면 요리과정에서 가공을 많이 해야란다. 이에 반해서 질이 좋은 두부는 간장만 살짝 올려서 먹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모짜렐라 디 부팔라 아말피타나에 올리브오일만 살짝 뿌려서 먹는 것은 고급스럽고 모두부에 간장만 살짝 올려서 먹는 것은 고급스럽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순대 국밥 집에서 볼 수 있는 순대가 프렌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재료로 쓰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도 부당 (Boudin)이라는 이름의 피순대가 고급요리로서 메뉴판에 당당하게 올라가 있다.

한국에서는 순대를 천대하다가 비싼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는 고급스럽다고 하며 많은 돈을 지불하고 순대를 먹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아주 묘해진다. 그것도 고급 와인을 곁들여 가면서...

사진에 보이는 것은 프랑스 현지의 고급 레스토랑에 나오는 큼지막한 피순대 한 조각이다.

비싼 레스토랑에서 반짝거리는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과 투박한 그릇에 담긴 음식의 차이를 넘어서 음식과 와인 자체가 갖고 있는 맛을 느끼기 시작하면 더 크고 많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가 있다. 물론 분위기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같은 음식도 예쁜 접시에 담겨 있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고 똑 같은 와인이 으리으리한 병에 담겨 있으면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음식과 와인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필요나 상황에 따라 환경을 잘 즐기고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소비형태가 아닌가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최염규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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