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주조 전경

[칼럼니스트 허수자] 당진은 크지 않은 동네이지만 술 맛 좋은 양조장이 많다. 백련막걸리를 만드는 3대 경영의 신평양조장을 비롯해서 면천샘물막걸리를 만드는 면천주조,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미담막걸리의 성광주조가 있다. 모두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술을 만들고 있다. 특히 성광주조의 미담막걸리는 2010년 우리술 품평회 생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대상 상장

필자도 우리술품평회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지만, 수상한 막걸리가 꼭 엄청나게 좋으냐 하면, 글쎄 개인의 취향이 튀는 모양이다 싶은 경우도 있다.

개인의 취향 얘기를 했으니 말인데, 필자가 술을 마시며 테이스팅노트를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가는 수상기준보다는 내 자신의 일관된 기준에 따라 술들을 평가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는데, 미담막걸리는 상받을만 한 막걸리가 받았다는 느낌이었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밸런스가 마음에 들었다.

성광주조 성기욱사장은 원래는 파주 출신이다. 서울탁주합동제조장 연구개발실에서 38년을 재직한 정통 양조엔지니어 출신. 살균탁주 ‘월매’를 개발해서 특허를 받았고 균배양기를 도입해서 각 제조장(서울탁주는 여섯군데의 지역 제조장이 있다)의 술맛을 균질화 했고 일본식의 각종 양조용어와 주조대장을 우리말로 바꾸는 등의 수많은 역할을 했다.

정년퇴직 후에 몇 명이 당진의 면천주조장을 동업으로 경영했고 거기서 생산부문을 책임지다가 2010년에 이곳 성광주조를 창업한 것이다. 그러니까 역사도 짧은 이 양조장에 수준급의 막걸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그리고 당진지역 막걸리 맛들이 유독 좋은 것(신평양조장의 백련막걸리를 포함해서)이 모두 해석이 된다.
 

▲ 양조시설

성광주조에서 인상 깊은 것은 시설이 지방양조장 치고 상당히 크고 현대화되어있다는 것이다. 규모는 최대 일 5만병까지 생산이 가능한 정도이고 고가의 균배양기 및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숙성실 등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런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량이 충분해야만 채산이 맞을 것. '신설양조장 치고는'이라는 전제를 달아서 성광주조의 술들은 제법 판로가 확보된 것처럼 보인다.

엔지니어출신이라고는 해도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덕에 마케팅이나 영업의 노하우도 갖추고 있는 점, 면천양조장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지역 기반이 닦인 점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과연 이 취재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아 대형마트에도 진출하는 등 성과가 컸다. 물론 술맛이 받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

성기욱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술맛이란 무엇보다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막걸리 한 사발 받아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한모금 두모금씩 마시게 되는 그런 술맛이 좋은 술맛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뭐가 좋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부담없는 맛을 추구하는 철학이라 느꼈다.
 

▲ (좌)미담 쌀막걸리와 일본 수출용 막걸리(우)

우리쌀막걸리와 수입쌀 막걸리의 차이를 비교해 달라니 확실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쌀 막걸리는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에 비해 보디감과 신선함이 살아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하고, 우리쌀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고 우선 밥맛이 좋은 쌀이라야 술맛도 난다고 한다.

이것은 주조용쌀과 밥쌀이 다르고 되도록 도정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일본식 주조이론과는 완전히 반대의 내용이라 흥미롭다.

미담막걸리는 대개 일주일 이내에 숙성을 끝내는 다른 막걸리들과 달리 15일 정도 저온에서 장기발효 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천천히 숙성시킬수록 트림이나 숙취가 없고 텁텁한 맛대신 맑은 맛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술은 처음 밑술을 효모배양하고 5일쯤 지나서 고두밥을 2회에 나누어 술덧을 하고 술 거르기 직전에 소량의 팽화미와 아스파탐을 넣는다. 삼양법 같은 이양법을 사용해 비교적 장기숙성 하는것.

서울이나 제주도까지도 출시가 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영업활동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충청권 내의 홈플러스 17곳에서 판매가 되고 있고 당진, 서산, 평택, 아산권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주1회씩 토쿄의 이자카야 체인으로 OEM 수출이 된다고 한다. 위 사진은 바로 그 병. 반응이 좋아서 할인마트 등과도 상담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 성기욱대표 가족사진

성광주조의 힘은 성기욱 대표의 기술력과 경험도 있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아들들이 힘을 합쳐서 가업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참 술맛 좋은 양조장들이 앞으로 몇년 후면 대가 끊어져서 그 술맛을 영영 잊을지도 모르는 것에 비해 성광주조는 삼형제가 힘을 합쳐서 전통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으니, 그 술맛은 갈수록 기대가 더 커진다. 몇 년 후에는 전국구 주조장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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