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2016년 10월 4일, 도쿄 시내에서 니가타현 현지사 우리로 치면 도지사가 직접 나와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과 밥을 먹으며 신품종 쌀을 설명하는 기자 회견을 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쌀이 출시하기 2달 전인 8월 24일 일본 최고급 호텔에서 신품종 쌀 디자인 발표회를 했다는 것이다. 니가타현의 프로모션이 대단한 것은 벼를 심기 1년 전부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연계해서 새로운 대형 신인 아이돌이 탄생하는 것처럼 대형 신품종 쌀의 출시를 알렸다는 것이다.

신품종 쌀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한국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신노스케 쌀 출시 기자 회견장, 현지사와 인기아이돌 NGT 48 <사진=일본 쿄도 통신 캡처>

현재 일본은 쌀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매우 많은 브랜드 쌀이 있고 경쟁이 심하다. 현재 브랜드 쌀만 무려 700종이 넘는다. 거기에 매년 신품종의 쌀이 출시된다. 3년간 실적이 내지 못하는 쌀 품종은 사라진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가는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여 뜨거운 날씨에도 견딜 수 있고, 길이는 고시히카리보다 10cm 정도 짧아 벼 쓰러짐 현상도 개선한 쌀을 개발하기 위해 니가타 현이 직접 7년 동안 공들여 만든 쌀이다. 고시히카리와 비교해 쌀알은 크고 단맛이 있으며, 식어도 단단해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제품명도 여성적인 이름이 많은 기존의 쌀 품종명에 비해 젊고 센스가 있는 젊은 일본 남성을 이미지화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 사진 좌부터 올해 출시된 일본의 신품종 32종 쌀 지도 <사진=TV TOKYO 뉴스 캡처> 와 고시히카리와 신노스케 길이 비교, 사진의 아래 긴 것이 고시히카리, 위가 신노스케 <사진=TV TOKYO 뉴스 캡처>

이건 니가타현의 말이고, 실제 그 개발 이면에는 니가타현의 고시히카리의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그 개발배경이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고시히카리를 먹었으며, 니가타현 고시히카리를 최고로 뽑았다. 그래서 고시히카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 겨우 30%만이 고시히카리를 먹는다. 고시히카리보다 맛있는 쌀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쌀을 먹느냐의 TV 리포터의 질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아무렇지 않듯 자신이 먹는 쌀 품종을 말한다. ‘유키히메’, ‘필키프린세스’, ‘나나츠보시’ 등 선호하는 품종이 다 제각각이다. 쌀 관련 종사자도 아닌데 쌀 품종에 대해서 다들 상세히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일본 최고의 쌀을 키우는 ‘쌀 왕좌’의 지위를 절대로 내려놓지 않겠다는 니가타현의 의지에서 나온 쌀이다. 게다가 중생종인 고시히카리로 집중이 심한 니가타현은 (한국에서 고시히카리는 조생종이다.)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기상 재해시 한번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고, 쌀 수확시기가 한번에 몰리면서 농민에게는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도 아닌 일개 지방현의 연구소가 이런 세세한 것까지 생각한다. 연구원들은 7년간 500종류의 교배를 통해 20만종의 쌀 품종 후보를 만들었으며 그 중에서 무조건 식미(食味) 제일 뛰어난 품종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수확량, 병충해 이런 것이 아닌 무조건 제일 맛있는 쌀만 골라내서 만들기 시작했다.
 

▲ 신노스케 개발 과정 모습 <사진=신노스케 홈페이지>

스스로 경쟁자를 일본 최고급 쌀로 불리는 니가타현 우오누마의 고시히카리로 삼았다. 가격 역시 비슷한 가격인 3,780엔/5kg이라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일본의 브랜드 쌀 경쟁이 격해지면서 쌀 가격이 점점 올라간다는 것이다.

일반 판매가 시작한 첫날 긴 줄이 생겼으며, 현지사가 직접 백화점 쌀 판매대에서 판촉행사를 했다.
 

▲ 사진 좌로부터 직접 판촉 행사하는 현지사 <사진=TV TOKYO>와 실제 판매되는 이세탄 백화점 <사진=박성환>

우리도 가끔 신품종의 쌀이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디서 파는지 알 수도 없고, 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질보다는 양만 추구하고 있다. 쌀에 마케팅이란 것을 하지 않는다. 어디서 묵묵히 열심히 연구하는 연구원도 있을 것이지만, 하지만 프로모션도 마케팅도 없으니 어떻게 고객에게 알릴 수 있을까 궁금하다. 다 거기서 거기인 비슷비슷한 수준의 쌀만 재배되면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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