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오대’라는 쌀이 있다. 그런데 ‘오대’라고 하니 뭔가 허전하다. ‘철원 오대쌀’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명과 쌀 품종명이 같이 있어야 맞는 듯하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지명과 품종명이 합쳐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오대’는 냉해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철원지역에 최적화되어있는 고품질 쌀이다.

통일벼 보급 이후 점점 식량 상황이 개선되면서 밥맛 좋은 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철원군도 이곳 기후에 적합한 새로운 벼 품종 개발에 집중하게 되었다. ‘오대’는 1974년 겨울부터 교배양성을 시작하여 10년 만에 탄생한 품종으로 1983년 그 우수성이 인정받아 국가장려품종으로 결정,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런 오대를 설명하기 전 먼저 이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관해 설명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철원 지역은 지금으로부터 27만년 전인 신생대 때 오리산의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용암지대로 마그마가 한탄강에서 임진강까지 흘러 다공질의 현무암이 많다. 현무암 위로는 뻘과 같은 점토질의 토양이 뒤덮고 있는 지역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가장 늦게 만들어진 토양으로 그만큼 땅의 기운이 젊고 생생하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점토 함량이 높은 논에서 생산된 쌀은 밥맛이 좋다’는 것은 농사짓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 철원 친환경 농촌 체험장 바닥 현무암 <사진=박성환>

철원 지역의 물은 북한에서 발원하여 비무장지대인 한탄강을 통과해 흐르는데, 이 청정 한탄강물에서도 최상류여서 정말 깨끗하다. 게다 이곳에는 샘통이라 불리는 연못에서 천연 샘물이 항상 나오고 있다. 이곳은 현무암 화산층 지대라 물에는 많은 양의 마그네슘, 철분, 게르마늄 성분 등의 미네랄이 녹아있어 밥맛을 더욱 좋게 해준다.

다음은 기후다. 철원은 분지로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그 덕에 철원에서 생산되는 과채류들은 다 속이 단단하고 당도가 좋다. 과채류들이 그렇듯 쌀 역시 일교차가 크게 되면 벼의 등숙이 좋아져서 조직이 치밀해진다. 결과적으로 식감이 단단하며 밥맛도 진하게 된다.

실제 경남이나 전남지역에서 재배한 쌀과 오대쌀의 식감을 비교해보면 단단하고 맛이 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원평야는 우리나라 다른 벼 재배지역 중 위도가 제일 높다. 즉 다른 평야보다 낮의 길이(일장)이 가장 긴 지역으로 6월 21일 하지를 기준으로 낮 길이가 14시간 49분 33초로 제주도 서귀포보다 28분, 전남 완도보다 22분 정도 낮이 길다.

낮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작물이 햇빛을 더 볼 수 있어, 그만큼 작물 생육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남한에서는 겨울철 제일 추운 지역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병충해를 거의 입지 않고, 여름철 태풍도 철원까지 올라오기 전에 동해로 빠져나가기에 사실상 자연재해를 거의 입지 않는 지역이다.

이곳 쌀이 맛있다고 하는 이유 중 일본 최고의 쌀 ‘고시히카리’의 고장 니가타 지역과 철원이 같은 위도에 있다는 점을 또 꼽는다. 그 위도의 기후가 쌀에 최적화된 기후라는 설도 있다.

‘오대’라는 쌀이 천혜의 자연조건에 둘러싸여 재배된다는 이야기가 좀 길었다.

이제 오대의 주요 특성을 알아보자
숙기 - 조생종
지역 – 중북부 산간지역, 북부 내륙평야 지역
현미천립중 – 26.2g 으로 추청보다 약간 크다
단백질 함량 – 7.1%
아밀로스 함량 – 18.0%
호화온도 – 낮음
도정율 -  73.5%
수량서 481kg/10a

전국으로 볼 때 재배량은 12번째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국 생산량의 80%가 강원도에서 나며 강원도에서는 제일 많이 재배되는 쌀이다. 말 그대로 강원도의 힘인 것이다.
 

▲ 철원 내 지도 DMZ 바로 밑에 샘통이 보임 <사진=박성환>

철원에서 오대쌀이 나오면서 철원지역의 쌀이 좋다고 알려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철원의 쌀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20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였다. 1914년 경원선이라는 철로가 놓이면서 경기도와 강원, 강북 지역의 농수산물 집합지로 변하게 되고, 1920년대 초반 전국에서 농민들이 철원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대규모 개관사업이 진행되었다. 팔도에서 벼 좀 안다는 농민들이 죄다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철원 쌀 역시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으로 많은 양이 반출되어 나갔다고 한다. 당시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중앙 수리조합이 있었다고 하니 철원이 얼마나 발달한 지역인지 알 수가 있다.

하지만 6.25 전쟁으로 모든 농지가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랜 노력의 결과 다시 철원 오대쌀이라는 상품으로 재 부활할 수 있게 되었다.

철원 DMZ 안보관광을 가보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된 철원노동당사부터 두루미관이 있는 월정리 역을 볼 수 있다. 다녀보면 철원이 얼마나 청정지역인지 알 수 있다.

이런 브랜드 스토리를 필자는 매우 좋아한다. 단순하게 00 농법, 청정 지역이라고만 광고를 할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이런 스토리는 만들어 전해줘야 한다.

‘오대’보다 더 많은 스토리가 있는 쌀도 찾아보면 있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를 담아 팔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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