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타임즈 | 김도영 기자] 하이볼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일본으로 10개월의 짧다면 짧은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는 한국에 와서도 항상 일본문화를 그리워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술을 마실 때면 항상 일본식 선술집을 찾았다. 그날 그는 닭연골튀김과 함께 하이볼을 주문했다. 그때였다. 그의 가장 행복한 모습을 본 것은.

하이볼 한 모금을 삼킨 그는 45도 상단 허공을 바라보며 얕은 신음을 냈다. 그가 바라본 허공에는 도쿄의 마천루가 보이는 듯했다. 하이볼 한잔에 망향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이보루는 역시 산토리 위스키가 들어가야 해” 하이볼을 마시며 그가 유일하게 남긴 대사다.

일단 섞고 보는 일본의 주류 문화

일본에 살았거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은 술의 종류가 다양하다. 단순히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이 다르다는 의미다.

사케를 마셔도 물을 섞으면 ‘미즈와리’, 차를 섞으면 ‘오챠와리’라고 부른다. 다양한 칵테일이 존재하고 각각 이름도 다르다. 그중 대표 격인 하이볼과 츄하이를 소개한다.

위스키와 탄산수 레몬의 조화, 하이볼

하이볼은 일본에서 주로 마시는 칵테일의 일종이다. 보통 위스키, 레몬, 탄산수가 들어간다. 흔히 위스키는 일본 브랜드 산토리의 위스키를 사용한다. 특히 ‘산토리 카쿠빈’이라는 위스키가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며 보통 이자카야에 하이볼이 있다면 ‘산토리 카쿠빈’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

하이볼의 특징이자 장점은 적당히 도수가 있지만 쓰지 않고 목 넘김이 좋고 상큼하다는 점이다. 직접 만들어 마시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캔으로 나와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산토리 하이볼 캔은 알코올 함량 7%, 9% 두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치킨과 맥주의 궁합을 좋아해서 ‘치맥’이라는 말이 있듯 일본에는 ‘가라아게’라는 일본식 닭튀김과 하이볼의 궁합을 일컬어 ‘가라하이보루’라는 말이 있다.

위스키 대신 소주를 넣으면 완성되는 츄하이

‘츄하이’는 하이볼에서 위스키 대신 일본식 소주를 넣으면 된다. ‘츄하이’라는 말 자체가 소주와 하이볼의 합성어다. 대신 하이볼보다 다양한 맛을 첨가해서 종류가 매우 많다. 국내에서 흔히 알고 있는 츄하이 제품으론 ‘호로요이’가 있다. 복숭아, 포도, 딸기, 매실 등 수많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이 역시 ‘산토리’에서 나온 제품들이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렵지만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디어핑크’라는 ‘아사히’에서 나온 츄하이의 일종이 있다. 베이스로 위스키도 소주도 아닌 보드카가 들어간다. 복숭아, 망고 등의 맛이 있는데 특이한 맛으로는 ‘샹디스파클’ 맛이 있다.

‘샌디개프(shandygaff)’를 일본식으로 표현 한 것으로 말하는 것으로 맥주와 진저에일을 혼합한 칵테일을 말한다. 알코올 함량 3%로 부담없어 빈속에 음료수 대신 마셔도 좋을 정도다.

디어핑크처럼 베이스를 보드카로 사용한 칵테일로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제품은 KGB와 머드쉐이크가 있다.

이같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의 일종을 RTD(Ready To Drink)나 알콜팝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이러한 주류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를 활용하여 아이싱, 미스리막걸리 등이 캔으로 출시됐지만 아직은 대중성이 부족하다. 막걸리는 탁하고 숙취가 오래간다는 이미지가 요인일 수도, 맛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알콜팝이 성장하려면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가볍게 술자리를 갖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할것 같은데 미지수다. 각 나라마다 음주문화는 역사와 전통이 깊기 때문에...

[사진 = SSTV 정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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