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물, 요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도 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진열대에서의 물의 비중은 크게 늘었고, 종류도 다양하다. 2014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만해도 190여 가지라고 한다. 최근 2년 사이에도 많은 종류의 물 브랜드가 나오고 있으니 현재는 먹는샘물과 탄산수를 포함하면 200가지도 넘을 것이다. 전 세계엔 2012년 기준 6,000여 가지였는데, 현재는 7,000 종류가 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물, 언제부터 사마셨을까?

물이 생수로써 상품으로 판매된 역사를 살펴보면 좋은 물에 대한 욕구로부터 시작된다. 치료와 건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온천을 찾았고, 온천을 이용한 방문객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다. 무료로 제공하던 게 수요가 많아지자 판매가 시작되었는데, 그로 인해 물을 처음 판매하게 된 역사가 시작된다.

유명한 샘물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고귀한 음료수로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치료용으로 사용한 샘물들은 보통 운송료만 지불하였다. 하지만 유명한 샘물의 소유주들은 순수한 물의 철학을 뒤로하고 상업적으로 접근하였으며 사기로 만든 항아리, 자기로 만든 항아리, 그리고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였다.

수자원 역사를 보면 최초로 병입된 물은 영국의 홀리 웰(Holy Well, 1621)이지만, 가장 먼저 병입되어 판매된 물은 미국 보스턴의 잭슨 온천(Jackson’s spa, 1767)에서 나오는 물이었다.

하지만 처음 상품화(판매에 적합한 상태를 갖춤)된 물은 프랑스의 에비앙(Evian, 1829)이다. 1824년 에비앙은 온천으로 시작하였으며, 2년 후에는 에비앙의 판매를 시작하였다. 5년 뒤, 1829년에는 생수를 팔기 위해 회사까지 설립하였다. 당시 생수는 도자기에 담아 판매하였으며, 이런 전통을 살려 91년 동안 도자기에 생수를 담아 판매하였다고 한다. 1920년부터 유리병에 생수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 영국에서는 1843년 맬번(Malvern) 탄산수를, 전 세계 판매량으로 기네스북을 세운 페리에(Perrier) 탄산수는 1863년부터, 이탈리아에서는 1899년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를 생산하였다.

우리나라는 처음 조선 철종 때 ‘북청물장수’가 등장했다. 함경남도 북청에서 살던 사람이 한성(서울의 이전 명칭)에 올라와서 물장수를 시작한 데서 유래되었다. 그 후 고종 때 함경남도 북청에 살던 김서근이 과거를 보러 한성에 왔다가 삼청동에 있는 약수터 물을 나눠주면서 조직적인 물장수를 시작하며 ‘수도방가’를 차렸다. 1908년 서울의 상수도가 준공되면서 1914년 북청물장수도 자취를 감추었다.
 

▲오늘날엔 다양한 수입생수가 들어와 판매되고 있다. 수입생수 종류만 100여 가지가 된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국내에서 마시는 생수가 처음 상품화된 시기는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청도 초정리 약수는 일본인이 약수터를 개발하고 ‘구리스타루’라는 상표로 천연사이다와 천연탄산수를 출시하였다. 해방 후 생수의 수입 판매는 1970년에 형성되었고, 1976년에 다이아몬드정수사가 처음으로 마시는 샘물, 즉 생수를 허가받아 판매하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시 생수의 판매가 정식으로 허용되지 않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무렵 외국인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생수판매를 허용했다가 다시 제한하였다.

이에 생수 제조∙판매업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며, 1994년 생수 판매 금지 조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1995년 정부에서는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하고 생수 판매를 합법화하였다.

우리나라 생수 시장은 2007년 3,900억원, 2009년 5,100억원, 2013년 6,000억원에 2015년 7,000억원을 돌파하였다. 2014년 기준 68개 업체 190여 개 생수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 30개 제품은 동일 상표로 판매되어 있고(다른 수원지에서 취수하지만 한 브랜드로 출시) 실제 고유 제품 수는 160여 가지다. 또한, 160여 가지 제품 중에서 42가지는 주문자위탁방식(OEM)을 사용하고 있어 120여 개라고 보면 된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물만 해도 100가지가 넘으니 현재 우리나라에선 300여 가지의 물이 유통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의 종류를 갖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로 600여 가지 종류의 물이 있다. 그다음은 프랑스, 멕시코 순으로 500가지 이상의 로컬 브랜드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쯤 되면 물 강국이 아닐까.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