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타임즈 | 김도영 기자] 국산 맥주는 하이트, 카스, 맥스, 클라우드. 더 프리미어 오비등 다양한  맥주가 있지만 맛에 큰 차이는 없다. 왜냐? 다 비슷한 종류의 맥주이기 때문이지.

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크게 에일(Ale), 라거(Lager)로 나눌 수 있다.

쉽게 구분하자면 라거는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하여 만들고 맥주, 에일은 ‘상면발효 효모’로 만든다. 에일은 16~21℃의 상온 수준의 온도에서 발효를 시키고 라거는 4~10℃의 저온에서 발효시킨다. 에일은 라거보다 색이 진하고 꽃이나 과일 향이 나며 맛도 진하다. 반면 라거는 밝고 투명한 색을 지녔으며 잡맛이 없이 깔끔하다.

국내를 비롯하여 전 세계 맥주의 상당수는 라거에 속한다. 흔히 마시는 국산 맥주인 하이트, 카스, 맥스, 클라우드, 더 프리미어 오비 등 모두 라거에 속하는 맥주들이다.

몇 년 전만해도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국산 맥주는 라거가 유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일은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주세법에서는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인정되어 값싼 전분을 섞어 만든다.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데 굳이 잘 팔리지도 않고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에일 맥주를 만들 이유가 없다.

워낙 청량감이 강조된 연한 라거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에일은 그저 김빠진 쓰고 신 이상한 맥주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수입 맥주가 들어오고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크래프트, 하우스 맥주 등이 유행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대형 맥주 제조사에서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프리미엄 맥주를 개발하고 공법이나 재료 등을 통해 차별화를 추구했다.

2013년에 이르러서 하이트진로는 최초로 에일 맥주를 선보였고 오비맥주도 뒤따라 에일 맥주를 출시했다. 맥주 마니아들은 한국 대형 주류회사에서 에일 맥주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보냈다.

‘드디어 한국에서 만든 에일 맥주를 맛볼 수 있구나’라는 기대감과 ‘만들어봤자 수입 맥주와 맛에서 경쟁이 될까?’라는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우리의 국산 에일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과 오비맥주의 ‘에일스톤’, 길게 말해 뭐하겠는가. 마셔보자!

퀸즈에일 블론드 (QUEEN’S ALE BLONDE)
알코올 함량 5.4%로 맥아는 호주 94%, 독일 6% 비율로, 홉은 100% 미국산을 사용했다. 하이트진로는 퀸즈에일을 위해 3년간의 공을 들여 연구한 끝에 호주와 독일에서 공수한 맥아를 사용하며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했다. 우선 거품이 풍성하고 색도 붉은빛이 감도는 것이 지금까지 마셔오던 국산 맥주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향을 맡아보니 흑설탕 같은 달달함이 느껴지는 맥아와 함께 미세하게 홉의 향이 난다. 색, 거품, 향 모두 이전까지의 국산 라거 맥주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트리플 홉핑 프로세스(triple hopping process)로 완성된 풍부한 과실 향과 꽃의 아로마’라는 문구를 쓰기에는 아쉬운 향이다. 또한 생각보다 뒷심이 부족하여 처음의 좋은 이미지를 지속시키지 못한다. 캐러멜 같은 달달함에서 비터(bitter)로 이어지는 맛은 조화가 괜찮은데 조금은 워터리(watery)한 감도 있다. 혀에 남는 비터감에 비해 맛과 향이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평소 에일을 접한 적 없는 초보자에게는 입문으로 좋다.

에일 마니아들에게는 좀 더 진한 퀸즈에일 엑스트라 비터를 추천한다.

퀸즈에일 엑스트라 비터(QUEEN’S ALE EXRTA BITTER)
알코올 함량 5.4%로 맥아는 호주산 91%, 독일산 9% 비율로 사용했다. 홉은 100% 미국산이다. 퀸즈에일 엑스트라 비터 타입은 블론드타입보다 비터(bitter)한 맛이 강조됐다.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조금 더 비싸다. 퀸즈에일 엑스트라 비터는 블론드타입보다 건조한 베리 향과 송진 향이 난다. 맛은 블론드의 강화된 버전으로 캐러멜 같은 맥아의 맛에서 홉의 쓴맛으로 이어지는데 맛의 밀도가 느껴진다.

엑스트라 비터는 확실히 블론드 타입에서 아쉽게 생각한 부분을 채워준다. 평소 에일을 즐겨 마시던 사람이라면 블론드 타입보다 엑스트라 비터가 더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쓴맛 때문에 대중성에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미딕스처럼 부드러운 ‘아이리시 에일’을 추가해 3가지 버전으로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퀸즈에일은 국산 에일 맥주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인 몽드셀렉션 에일 맥주 부문 금상을, 영국에서 열린 IBC 2014에서 에일 타입 카테고리 내 스트롱 에일 부문 동상을 받았으며, 맥주 올림픽으로 불리는 WBC 2014에서는 엑스트라 비터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리도 이런 맥주 만들 수 있어!’라는 부분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에일스톤 브라운에일(ALESTON BROWN ALE)
알코올 함량 5.2%이며 호주, 캐나다, 영국산 맥아와 독일산 홉을 사용했다. 이름처럼 브라운  에일 혹은 페일 에일을 표방했다. 영국에서 즐겨 마시는 맥주로 국내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라운 에일로는 ‘뉴캐슬’과 ‘런던프라이드’가 있다. 에일스톤 브라운은 특별히 모난 구석이 없어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안 좋게 말한다면 특징이 부족하고 예상보다 맛이 연하다. 달고 구수한 맛이 강조되어도 더욱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맥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에일스톤 블랙에일(ALESTON BLACK ALE)
알코올 함량 5.0%로 호주, 캐나다, 영국산 맥아와 독일, 미국산 홉을 사용했다. 고온 담금 방식인 HTMI(High Temperature Mashing-In) 공법과 영국 정통 방식으로 로스팅한 블랙몰트로 구운 토스트와 같은 로스팅 향이 특징이다. 거품은 금세 사라지는 편이다. 마시면서 온도가 올라가면 새콤한 맛이 강조되고 구운 맥아의 맛이 살아난다. 아쉬운 점은 온도가 올라가면서 강조되는 맛과 향이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에일스톤 브라운과 블랙 모두 비슷한 스타일의 수입 맥주와 비교한다면 맛의 밀도가 조금은 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에일 시장이 크지 않고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접할 수 없는 맥주다 보니 맛이 강하다면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첫 에일 맥주로 충분하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 분류다.

머리가 ‘띵’하게 아파져 오고 목구멍이 아플 정도의 청량감을 즐기는 부류
와인처럼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는 부류

과거 맥주를 즐기는 부류 대부분이 전자였다면 이제는 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 맥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이태원 홍대 등을 가면 다양한 수입 맥주와 하우스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추세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리미엄 맥주와 에일 맥주를 출시한 대형 주류 기업이지만 ‘다양성’과 ‘맛’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단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국산 에일 맥주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수입 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터무니없이 약하기 때문에 국산 에일 맥주는 초반 반응에 비해 빠르게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330㎖ 병맥주 기준으로 에일스톤 브라운과 블랙의 출고가는 1,493원으로 798.01원인 카스 후레쉬 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하이트진로의 에일 맥주 출고가는 훨씬 더 비싸다. 330㎖ 병맥주 기준으로 퀸즈에일 블론드는 1,900원, 퀸즈에일 엑스트라비터는 2,100원이다. 라거 맥주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셈이다. 마트에만 가도 이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맛의 수입 맥주를 접할 수 있다. 이러니 좋은 품질의 맥주를 출시해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산 맥주, 맛과 다양성을 잡았다면 이제는 가격경쟁력을 생각할 때이다. 2015년 더욱 발전할 국산 맥주를 기대해본다.

[사진 SSTV 정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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