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생수의 개봉 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전주에는 생수의 보관, 더 전주에는 생수의 보관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오늘은 생수를 다 마신 후, 페트(PET)병 재사용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오늘 이야기의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페트병 재사용하지 마세요.”이다.
 

▲ 사용한 페트병을 다시 쓰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 흔한 일이 문제를 야기한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나도 대학 시절 물에 대해서 배우기 전에는, 500mL 생수를 마시고 나서 정수기 물을 받아 2~3번 페트병을 다시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사물함에 빈 페트병을 넣어놓고 컵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었다.

더 예전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초등학교 시절 매주 2L 페트병 6~8개를 들고 뒷산 약수터에 가서 물을 받아왔다. 그게 일주일 치 우리 가족 식수였고, 그 페트병은 다 사용한 다음, 몇 번 헹구고 나서 다시 사용하였다. 페트병 입구의 색이 약간 노랗거나 갈색으로 변하기 전까지 사용하였다.

요새도 가끔 순댓국집이나 분식집에 가면 사용했던 2L 페트병에 물을 담아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사용했던 페트병의 미생물과 세균 양을 조사한 결과 허용 기준치를 최대 80배 이상 초과한 경우들도 있다.

나는 식당에서 재사용된 페트병에 물을 담아주면 절대 안 마시려고 하지만, 가끔 목이 말라 마시게 되면 다시 뱉을 때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느낀다고 한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맛으로도 느낄 만큼 페트병 재사용 문제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도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면 페트병을 재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심지어 뜨거울 물을 받아 티백을 넣고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가끔 나는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수건으로 싼 뒤, 난로로 쓰는 경우는 있지만 마시는 용도는 아니다.

애초에 생수용 페트병은 일회용품이다. PET로 되었다고 무조건 재사용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나무젓가락도 일회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있는 것처럼, 용도에 따른 페트병이 존재한다.

생수 시원하게 다 마시고 25원짜리 제조원가의 페트병 너무 아까워하지 않으시길. 여러분의 건강이 더 아깝습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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