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하면 어떤 와인이 떠오르는가?”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말벡(Malbec)' 단일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떠올릴 것이다.

현재 말벡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이 되었지만 사실 이 품종의 고향은 프랑스다. 1950년대 프랑스에 찾아온 기록적인 냉해로 인해 말벡 품종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만 이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말벡 품종을 단일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품종들과 블랜딩 해서 균형 있으면서 품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와인을 만든다.

아르헨티나에서도 프랑스 와인 처럼 말벡을 중심으로 다른 품종을 블랜딩 해 만드는 와인이 있다면?, 그것도 프랑스 출신의 천재적인 와인메이커가 만드는 것이라면? 오늘은 바로 그런 와인인 ‘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를 소개하고자 한다.
 

▲ 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와인 <사진=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는 ‘7개의 땅’을 뜻하는데 천재로 불리며 전 세계를 돌며 와인을 만들어 ‘플라잉 와인 메이커(Flying Winemaker)’로도 알려져 있는 ‘미쉘 롤랑(Michel Rolland)’이 와인 생산지로서의 아르헨티나(Argentina)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1998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현재 ‘끌로 드 로스 시에떼’ 와이너리는 동명의 한 가지 와인만을 생산한다. 앞서 설명한대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메이커 중 하나인 ‘미쉘 롤랑’은 1988년 그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와이너리들을 위해 처음 아르헨티나 땅을 밟는다. 컨설팅을 하며 보낸 시간을 통해 아르헨티나 와인의 무궁한 잠재력을 느낀 ‘미쉘 롤랑’은 아르헨티나에서 유럽식 와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Pampas Eldorado(팜파스 낙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 팜파스 엘도라도 프로젝트 참여 샤토 오너들 <사진=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그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 포므롤(Pomerol) 지역의 와인 양조학자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로부터 ‘올해의 양조가’로 2번이나 선정된 ‘장 미셀(Jean Michel Arcaute)’과 샤토 라피트(Chateau Lafitte)의 소유주 바롱 벤자민 로칠드(Baron Benjamin Rothschild), 샤토 레오빌-푸아페레(Chateau Leovile-Poyferre)의 소유주 베르트랑 퀴벨리에(Bertrand Cuvelier)와 장귀 퀴벨리에(Jean Guy Cuvelier), 그라브 그랑 크뤼 클라세(Grave Grand Cru Classe)인 샤토 말라틱 라그라비에르(Chateau Malartic Lagraviere)의 소유주인 알프레도-알렉산드레 보니에(Alfredo-Alexandre Bonnie), 샤토 다쏘(Chateau Dassault)의 소유주 로랑 다쏘(Laurent Dassault), 샤토 르 게이(Chateau Le Gay)의 오너 캐서린 페제-버쥬(Catherine Pere-Verge)와 함께 1998년부터 아르헨티나 각지를 여행하며 꼬박 일년의 시간을 들여 멘도사(Mendoza)에 지금의 포도밭을 발견했다.

약 840헥타르의 땅을 100여 헥타르씩 7명이 각각 매입해서 각자의 이름을 건 도멘을 만들었고 와인 생산의 총 지휘는 ‘미쉘 롤랑’이 하되, 개별 포도밭의 관리는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관리하도록 했다.

이렇게 구성된 7개의 도멘에서 1999년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고 포므롤 스타일로 정성껏 재배한 결과 2002년 4월 9일 첫 수확을 할 수 있었고 11개월 간의 숙성을 거쳐 2003년 3월 ‘미쉘 롤랑’과 6명의 조력자가 함께 만든 ‘끌로 드 로스 시에떼’ 퍼스트 빈티지가 탄생했다. 세계의 평론가들은 “보르도 최고의 별들이 만나 아르헨티나에서 또 다른 별을 탄생시켰다”라고 극찬했으며 저명한 영국의 와인 매거진 디캔터(Decanter)는 ‘미래의 아이콘 와인 TOP10’으로 '끌로 드 로스 시에떼’를 선정하기도 했다.
 

▲ 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포도밭 <사진=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끌로 드 로스 시에떼’ 레이블에는 7명의 도멘을 상징하는 ‘칠각성’과 함께 현존 최고의 와인 양조학자 중 한명인 ‘미쉘 롤랑’의 이름이 쓰여져 있다. 칠각성의 황금 빛은 ‘황금과 같은 와인’을 생산해 낸 자부심도 담겨있다.

‘끌로 드 로스 시에떼’ 포도밭은 멘도사 시에서 남쪽으로 90km, 해발 1100미터의 고원지대 비스타 플로레스(Vista Flores)에 위치하고 있어서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큰 일교차는 와인이 다양하고 풍부한 아로마, 아름다운 색상과 훌륭한 산도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 곳은 빙하가 녹아서 생긴 지하 150m~200m의 지하수를 이용해 풍부한 물을 얻을 수 있으며 자갈이 많은 점토와 모래질 토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포도밭의 총 면적은 포므롤 AOC(AOP)의 총 면적과 비슷할 만큼 거대하지만, 생산량을 제한해서 와인의 집중도를 높인다. 모든 포도는 손 수확으로 수확하며 포도가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5kg들이 바구니에 담아 와이너리로 옮긴다. 최고의 포도만을 양조에 사용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포도를 선별, 자연스러운 중력에 의한 양조설계를 통해 포도에 가해지는 인공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해서 자연스러운 풍미의 와인을 생산한다.

‘끌로 드 로스 시에떼’는 말벡(Malbec), 메를로(Merlot), 쉬라(Syrah),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을 모두 사용하는 독특한 블랜딩 비율을 가지고 있는데 자두, 블루베리, 야생 딸기 등의 과일 향 뒤로 느껴지는 초코렛 향이 매력적이다.
 

▲ 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와이너리 <사진=클로 드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합리적인 가격에 그랑 크뤼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2005년 빈티지부터 2009년 빈티지까지 로버트 파커 포인트 90점 이상,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포인트 88점 이상을 꾸준히 받는 등 전문가들의 평가도 뛰어나다.

특히 2013년 빈티지는 말벡 53%, 메를로 23%, 카베르네 소비뇽 12%, 쉬라 8%, 쁘띠 베르도 4%를 블랜딩 해서 만들었으며 11개월간 오크 통에서 숙성했다. 이 중 1/3은 프랜치 뉴 오크 통에서, 1/3은 1년 사용한 오크 통, 나머지 1/3은 2년 사용한 오크 통을 사용해서 지나친 오크 향이 배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밸런스를 맞췄다. 검은 자두 등의 강렬하고 풍성한 과일 향과, 후추, 은은한 바닐라 향이 느껴지며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풀 바디 와인으로 힘찬 탄닌과 산뜻한 산도, 벨벳같은 목 넘김으로 지금도 마시기 좋지만 충분한 숙성력도 보여준다.

소믈리에타임즈 오형우소믈리에 wine1lu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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