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소믈리에가 된 후, “물 맛 다 아세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사실 물은 생수가 아니더라도, 수돗물, 정수기도 다 다르고, 수돗물만 하더라도 나라별 수돗물, 지역별 수돗물이 다 다르다. 생수로 한정하더라도 전 세계의 생수만 6,000여 가지(국내 약 200여 가지)라고 하니, 무슨 수로 다 먹겠나싶다. 6,000가지를 다 마신다고 해도, 6,000가지 맛은 아닐터, 어떻게 구분할지 막막하다. 흔히들 물은 무색무취의 음료라고 한다. 그래도 물맛이 미묘하게라도 다르기 때문에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워터 테이스팅(Water Tasting)! 그냥 ‘물 맛보기’다. 우리가 매일 평균 1리터 가까이 마시는 이 ‘물’을 맛보는게 ‘워터 테이스팅’이다. 물론 우리가 평소에 꿀꺽꿀꺽 마시는 건 ‘드링킹(Drinking)’이라고 한다.

와인(‘워터소믈리에’라고 하는 직업은 소믈리에에서 파생된 개념이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와인을 기초로 했다)도 ‘테이스팅’이라는 용어가 있고 ‘드링킹’이란 말도 있다. 용어가 다르듯, 두 단어간에 의미 차이가 있다.

먼저 ‘Drink’는 ‘음료’라는 뜻의 명사이면서, ‘마시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드링킹은 그냥 마시는 것이다.

반면에 ‘Taste’는 단순히 마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단어는 ‘맛’, ‘시식’, ‘취향’이라는 뜻의 명사이면서도, ‘맛보다’라는 동사이기도 하다. 보통 와인에서 테이스팅을 하면, 눈, 코, 입으로 세 번 맛본다고 한다. 눈으로 와인의 색(색상, 농도, 점성도)을 즐기고, 코로는 향(향의 강도, 세부 향)을 맡고, 입으론 맛(당도, 산도, 바디, 탄닌, 뒷맛 등)을 본다. 테이스팅은 마시는 과정을 포함해 이 세가지 모두를 총체적으로 이야기한다.
 

▲ 많은 종류의 워터를 테이스팅한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워터 테이스팅도 마찬가지로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워터 테이스팅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면서 생수의 개성을 구별하고 맛있고 좋은 생수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 12화 칼럼 <캄보디아 여행시 배앓이의 주범, 물갈이>에서도 썼듯이 테이스팅을 하다 보니, 물맛에 대해 예민해지고 어느덧 물맛을 보면 이 물이 나의 배를 아프게 할 것인지, 아프지 않게 할 것인지 느낌이 온다. 가끔 너무 티나게 희안한 향이 나는데도, 향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워터 테이스팅이 필요하다.

생수의 개성을 구별하는 것이란 그 생수의 출원, 태생 마다의 특징을 찾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해양심층수 같은 경우에는 어떤 해양심층수든 그 특유의 짠향이 있다. 미네랄 구성 또한 광천수와 다르게 칼슘함량이 적고, 마그네슘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다. 또 알프스 산맥의 광천수 계열은 칼슘과 나트륨, 중탄산염 함량이 높은데, 이는 약간의 흙맛과 먼지맛이 나는 물들이 많다. 또 오세아니아 피지 섬의 물들은 대체로 실리카의 함량이 높은데, 약간 고인 물맛이 난다. 이런 특징을 워터 테이스팅으로 구별해서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다.

또 맛있는 생수는 개취(개인의 취향)다. 사람마다 짠 게 맛있는 사람이 있고, 짜지 않은 게 맛있는 사람이 있다. 특히 워터계에선 사람들의 물맛 취향별로 미세한 차이가 만족도를 가른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워터 테이스팅으로 아직 맛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도움을 줄 수 있다. 물의 라벨과 홍보책자를 보고 혼자 고민해서 고른다고 해도 물맛이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워터소믈리에는 어떻게 물을 감정할까?

(다음주에 계속)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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