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화 칼럼에서는 ‘워터를 즐기는 당신의 방식’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지금 생각도 동일하다. 어떤 것이든 즐기는 방식은 순수하게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누가 왈가불가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도 각자 즐기는 방식은 자신들이 찾는다고 해도, 가이드를 보고 따라 해보며 자신의 방식을 찾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과 더불어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 평소에 워터를 즐기는 방식이 어떤지 써달라’는 제안이 있었다.

내가 평소에 어떻게 물을 즐기는지 알고 싶으신 분이 많지 않겠지만, 오늘은 내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칼럼에는 BGM이 필요하겠다. 평소 내 18번이자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 김기하의 ‘나만의 방식’을 들으면서 내 글을 읽으면 좋겠다.

아직도 많은 분들에겐 물을 즐긴다는 것이 어불성설에 가까울 것이다. ‘물은 생존을 위해서, 갈증 해소를 위해서, 물을 마셔야만 하는 것이지, 물은 즐기는 개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물은 물이지, 다 똑같지 않나 생각하는 분들에게 요새 미국에서 유행하는 워터 관련 카피 하나를 소개해드리겠다.

“Water is not just water”
 

▲ 국내의 한 프리미엄 베이커리에선 프리미엄 탄산수를 판매한다. 프리미엄 탄산수와 고급 빵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하지만 물마다 속성이 있고, 종류가 있고, 어울리거나 마시는 상황이 다르다. 나는 한 종류의 물만 마시진 않는다. 나는 물 쇼핑을 가서 여러 가지 워터를 구매해 상황별로 맞춰 마신다.

집에서도 국내생수, 해외생수, 해외탄산수를 구비해놓고 마신다. 사무실에도 수십가지 워터를 놓고 어울리는 상황에 맞춰 마시기 위해 학수고대하고 있다. '오늘은 이 중에서 무엇을 마실까' 한참을 고민한다. 같이 먹을 음식이 있다면, 어울리는 워터를 고르고, 가장 맛있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음식 먹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 근무 중 간식으로 먹는 제과와 그리스의 한 탄산수는 좋은 조합을 이룬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나는 물을 어떻게 구분해서 어느 상황에 즐길까?

흔히 탄산 유무로 물의 종류를 나누곤 한다. 탄산이 들어 있으면 탄산수 혹은 스파클링 워터, 탄산이 없으면 스틸 워터라고 한다.

탄산수도 탄산의 함유량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탄산 함유량이 많은 강한 탄산수는 식사보다는 간식이랑 함께 먹을 때 좋다. 나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강한 탄산수를 즐긴다. 아침 공복에 강한 탄산수를 마시면 속이 아플 때가 있다. 또한 식사 때 마시면 트름을 유발해 자칫 민망한 상황들을 연출할 수 있다.

탄산함유량이 많은 뉴질랜드의 와이웨라 탄산수의 경우엔 냉장고 온도를 제일 낮은 온도로 설정하고 보관하면, 오픈할 때 액체가 순식간에 살얼음으로 변하면서 슬러시처럼 된다. 남들 보여줄 때 좋다. 단, 마실 땐 불편하다.

탄산 함유량이 낮은 탄산수는 보통 기포가 자글자글하며 섬세하다. 이런 탄산수는 흔히 식사용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강한 탄산수가 아닌 이런 섬세한 탄산수를 판매하는데, 풍미와 산도, 미세한 기포가 음식의 맛을 돋운다. 이런 탄산수들은 보통 고급 워터 글라스에 마시면 더 섬세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한 호텔의 뉴욕 스테이크 디너에선 뉴질랜드 탄산수가 함께 서비스된다. 이 탄산수는 섬세해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일반 스틸 워터는 보통 미각적으로는 미네랄 함량에 따라 무거운 물, 가벼운 물로 나누지만, 나는 보통 갈증해소용과 균형보충용으로 나눈다.

갈증해소용은 보통 사무실에서나 근무할 때 목이 마른 경우 마시는 것이다. 물의 종류를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 물을 테이스팅(Tasting)하지 않는다. 그냥 드링킹(Drinking)한다. 이런 경우 보통 나는 텀블러를 이용하는데, 오랫동안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00mL 용량 용기에 마시면 하루에 몇L를 마셨는지 가늠하기도 편하다. 보통 이 물을 즐길 땐 무의식적으로 몸에서 물을 찾을 때마다 손을 뻗어 물을 마신다.

균형보충용은 말 그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물이라고 보면 된다. 몸의 균형이라고 하면 pH는 약알칼리성인 7.2 ~ 7.4 정도에 맞추는 것이 좋다. 산성음식에 속하는 육류와 맛있게 산성의 탄산수를 함께 먹었다면, 공복엔 알칼리수를 마신다. 만약 알칼리성 음식인 채소와 스틸워터를 마셨다면 공복에 탄산수를 찾는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음식도 골고루, 물도 골고루 먹고 마시는 게 좋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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