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백 음식을 준비하면서 인삼정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 업체의 폐백 세트를 비교하는데 어디든 인삼정과가 포함된 세트가 가장 비쌌다. 가격에 대한 의구심과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인삼정과가 들어간 세트를 구매했는데, 딸 시집보내는 친정 엄마의 마음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인삼정과를 먹어보겠구나 철없이 기대심에 부풀었다. 후에 맛본 폐백 세트 속 인삼정과는 생각보다 맛있어서 나중에 한번 제대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귀한 인삼정과를 식품 명인을 통해 체험하게 되어 시작 전부터 기대가 컸다. 

▲ 솜대리의 폐백음식. 왼쪽 상단이 인삼정과

이번 인삼정과 체험은 영주 김영희 명인이 진행했다. 영주 풍기는 예로부터 개성, 금산과 함께 인삼으로 유명했다. 우리나라 인삼은 예로부터 효능이 좋기로 유명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요즘에도 약재 및 건강식품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데, 인삼을 찐 홍삼을 가공해서 섭취하거나, 인삼을 꿀에 절여 먹는 경우가 많다. 인삼정과는 과거 궁중이나 사대부가에서 인삼을 섭취하던 한 방법으로, 인삼을 오래 보관하고 먹기 쉽게 하기 위해 인삼을 찌고 꿀과 조청에 졸인 것이다.

인삼정과 만들기는 좋은 인삼 고르기부터 시작된다. 과육이 단단한 '살아있는' 인삼을 골라야 좋은 정과를 만들 수 있다. 싹이 나는지를 보면 인삼이 살아 있는지 알 수 있다. 햇 고구마를 상온에 보관해 두면 싹이 나지만 썩은 고구마에서는 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한국산 인삼으로 만들어야 가장 좋은데, 국산은 중국산과 달리 향이 많으며 머리 부분이 작고 잔뿌리가 많다. 좋은 삼을 고르고 나면 이제부터는 정성이 팔 할 이다. 머리와 잔뿌리를 손질하는데, 과거에는 금속이 닿으면 좋지 않다 하여 거친 삼베 보자기와 대나무 칼을 통해 손질했다고 한다. 이렇게 손질한 인삼을 잘 쪄낸 후, 조청과 꿀을 넣은 솥에 9번까지 졸였다 식혔다를 반복한다. 다 졸인 삼은 삼베 위에 건져내 바람에 말린다.

▲ 노랗고 동그랗게 말려 있는 부분이 싹. 싹이 나지 않는 삼은 죽은 삼으로 정과를 만들 수 없다.

인삼정과를 만드는 과정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과정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에 완성하는 데에는 며칠이 걸린다. 때문에 이번 체험은 간소화된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생 인삼을 손질해 물엿에 한차례 졸여내는 것이었는데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끈적거리는 물엿을 끓이니 갑자기 끓어넘치곤 해서 가스레인지 주변이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전통 방식대로 (물엿보다 더 끈적거리는) 조청과 꿀로 며칠을 졸이고 식히고 하는 건 엄두도 나지 않았다.

▲ 왼쪽은 명인의 인삼정과. 오른쪽은 솜대리의 체험판 인삼정과

하지만 충분히 정성을 쏟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명인이 만들어온 인삼정과를 맛보는데 적당한 단 맛이 인삼 자체에 깊게 베어 있고 식감도 참 부드러워 자꾸만 손이 갔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쓰거나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제야 사돈댁에 보낼 인삼정과를 챙기던 우리 엄마는 정작 인삼정과를 먹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험은 농림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진행되었다. 매주 식품명인 혹은 그 전수자를 초청해 2시간 가량 전통식품에 대한 소개 및 간단한 체험을 제공한다. 토요일 프로그램도 자주 있어, 솜대리 같은 직장인이 전통식품을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프로그램 확인 및 예약은 해당 블로그에서 가능하다.

[솜대리는?] 먹기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그 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 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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