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그렇게 귀할 수가 없어" 얼마 전 해외로 이사 간 친구가 김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며 말을 건네왔다. 한국에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던 김치가 외국에 가니 그렇게 먹고 싶더란다. 한국에서는 만들어 본 적도 없는 데다 재료도 마땅치 않아, 한국에서 부모님이 놀러 오시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항상 주변에 있어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솜대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요리를 좋아하고 한식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도 정작 김치에 대해 찾아본 적도, 김치를 제대로 담가본 적도 없었다. (가끔 엄마의 김장을 거든 적은 있지만, 그때 내 정신은 온통 김장 후 먹는 수육과 갓 담근 김치에 집중되어 있었으니 예외로 치자.) 그래서 이번 달 주제는 김치로 삼았다. 김치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는 동시에, 식품명인 유정임 님을 통해 여름 김치를 체험해 보았다. 

▲ 유정임 명인의 오이소박이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각종 양념을 해서 발효시킨 음식이다. 이 방법을 기본 플랫폼으로 삼아 지역별 가용한 식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기호를 반영해 호박김치, 연근김치, 가지김치, 꽁치김치, 감김치, 톳김치 등등 수많은 김치가 생겨났다. 지금의 김치는 발효과학의 결정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김치는 채소를 염장한 단순한 형태였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겨울에도 채소를 먹기 위해 소금에 절여 보관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은 아니고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다. 염장 채소가  시간이 가면서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발전하면서 한국의 김치, 중국의 자차이, 일본의 쯔케모노, 서양의 피클이 된 것이다. 김치에 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나타나지만 고려 때까지만 해도 김치는 염장 채소에 가까웠다.

김치가 지금의 형태에 가까워진 것은 17세기 말 배추와 고추 사용이 확대되면서부터이다. 그때부터 지금과 같이 고추, 마늘, 젓갈 등 다양한 양념이 쓰이고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이 큰 흐름 속에서 지역마다 나는 식재료와 기후에 따라 다양한 김치가 발전했다.

▲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재료. 현대의 김치에는 이렇게 많은 재료가 쓰인다

솜대리가 이번에 체험한 김치는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이다. 두 김치의 주재료인 오이와 열무는 여름 제철 채소일 뿐만 아니라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여름에 딱 맞는 김치이다. 명인표 레시피를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오이소박이]

  1. 오이 손질: 통오이를 끓는 소금물에 살짝 넣었다 꺼내 찬물에 식힌다.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 후 10% 염도의 소금물에 2시간 정도 절인다.
  2. 속 재료 준비: 무는 다져서 설탕 소금에 살짝 절인다. 양파 다진 것과 함께 고운 고춧가루로 물들인 후 굵은 고춧가루로 다시 버무린다. 여기에 간 새우젓, 멸치 액젓, 마늘, 생강, 멸치 및 야채로 우린 육수, 설탕, 배즙, 소금, 밀가루 풀을 섞는다. 잠시 두었다가 다진 부추와 섞는다.
  3. 속 재료 넣기: 절여 둔 오이에 십자로 칼집을 내고 버무려 놓은 양념을 끼워 넣는다.

[열무김치]

  1. 열무 손질: 열무는 자주 손대면 풋내가 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르지 않은 열무를 20분간 물에 담갔다가 살살 흔들어 씻고 30분간 소금에 절인다. 
  2. 속 재료 준비:마른 고추를 물에 불렸다가 소고기 양지 육수와 밀가루 풀을 넣어 간다. 여기에 파, 양파, 부추, 빨간 고추 썬 것과 고춧가루, 배즙, 딸기 간 것, 새우젓, 액젓, 소금, 마늘, 생강을 넣어 섞는다.
  3. 버무리기: 열무와 속 재료를 함께 버무린다.

열무김치 레시피 중 딸기 간 것을 넣는 것은 명인이 특허를 낸 방법으로 김치에 새콤한 단맛을 더한다. 명인은 이외에도 김치 관련한 특허를 30개 이상 가지고 있다. 전통을 잇는 동시에 현대인에게 더 사랑받는 김치를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 요즘 소금과 설탕을 줄이는 추세지만 김치 담글 땐 적용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치는 본래 절임 음식인 만큼 소금을 넉넉히 넣지 않으면 김치가 금세 무르고 쉰다.

그리고 설탕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유산균의 먹이가 되고, 특히 여름 김치의 경우 유산균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여름에 담그기 때문에 충분히 넣어야 한다. 또한 요리 시 설탕 대신 매실청을 많이 쓰지만 매실청에는 향균작용이 있어 발효를 억제하기 때문에 김치에는 써선 안된다고 한다. 알맞은 재료를 적정한 비율로 사용한 덕분인지 만든 김치를 집으로 가져와서 일반 냉장고에 보관했는데도 쉽게 무르지 않았다.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더운 여름에 입맛을 돋우기 딱 좋았다.

▲ 아삭하게 완성된 열무김치

단순한 형태의 염장 채소가 슈퍼푸드 김치가 될 수 있었던 건, 위와 같은 노력과 연구가 오랜 기간 수많은 어머니들을 통해 쌓여왔기 때문이다. 솜대리는 김치를 담그지 않는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준 김치가 떨어지면 마트에서 사기도 하는데 그때그때 눈에 띄는 것을 샀다.

김치가 맛이 없으면 다 맛이 없다면서도 항상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김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앞으로는 김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봐야겠다. 내가 더 맛있는 김치를 먹기 위한 조그만 관심이, 내가 기록한 우리 집 김치의 작은 노하우나 소비자로서의 작은 관심이 결국에는 김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체험은 농림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진행되었다. 식품명인 혹은 그 전수자를 초청해 전통식품에 대한 소개 및 간단한 체험을 제공한다. 

[솜대리는?] 먹기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그 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 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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