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이 순교하자 그의 잘린 목에서 하얀 피가 뿜어져 나왔고, 이에 감화된 사람들이 불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유명한 신라시대 설화를 통해 불교 도입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자리 잡은 불교는 15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종교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낯설었던 서역의 종교는 한국 문화와 융화되어왔고, 이에 따라 한국 불교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가 사찰음식이다. 
사찰음식은 민간 음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민간의 음식과는 구분되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사찰음식과 민간 음식의 가장 큰 차이는 불교의 규율에서 기인한다. 불교에서는 고기와 오신채 섭취를 금하고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흔히 아는 사실이고 이에 따른 영향도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오신채에 관해서는 개념부터 낯설 수 있다. 오신채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식물로 쪽파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섯 가지 향신채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이들이 울화와 성욕을 불러일으킨다 하여 섭취를 금한다. 민간에선 이 향신채들을 따뜻한 성질이 있다고 하는데, 해석의 차이가 흥미롭다. 오신채의 제한에 따른 영향은 비교적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늘만 떠올려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늘의 강한 냄새와 한국 음식에 사용되는 빈도 때문에 외국인들은 항상 한국인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스님들도 일반인에게 마늘 냄새를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이외에도 한국 사찰음식은 저장음식, 발효음식, 제철 음식이 발달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산속에 위치한 사찰의 위치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산속에서는 필요한 재료를 수시로 조달할 수 없으니, 재료를 오래 보관하고,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는 '스킬'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 식료품 구입이 쉽지 않은 절에서는 건조한 야채를 많이 쓴다. 봄, 여름, 가을에 야채를 잘 말려두었다가 겨우내 사용한다.

이번 한식탐험은 한식탐험은 한국 사찰음식 체험관의 정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했다. 다른 체험자들과 함께 속리산의 형민스님께 버섯무만두를 배워보았다. 재료도 조리법도 어렵진 않았다. 무는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 물기를 짜내고, 생표고는 그냥 채 썰어 각각 들기름과 소금에 볶은 후, 참기름과 함께 한데 섞어 만두피에 싸서 쪄냈다. 두부를 으깨고 다진 고기 야채와 치대어 만드는 일반 만두보다는 훨씬 간단했다. 들어가는 재료가 간소하고, 마늘 파가 들어가지 않아 단출한 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제철 무와 쫄깃한 생표고, 향긋한 들기름의 조합은 단순한 듯 깊은 맛을 냈고, 무와 생표고의 식감 조합도 재밌어서 무척 맛있게 먹었다. 전날 과식을 한 후 속이 좋지 않았는데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 완성된 버섯무만두

체험 중에는 불교의 식사예절도 배울 수 있었다. 절에서의 예절을 따른 식사방법을 발우 공양이라 하는데, 여기서 발우란 스님들이 쓰는 그릇을 의미한다. 발우는 보통 밥그릇, 국그릇, 반찬 그릇, 천수(그릇 헹구는 물) 그릇 4개가 한 세트를 이룬다. 평소에는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식사 때가 되면 펴놓고 사용한다. 식사는 '죽비' (가운데가 쪼개진 대나무 막대기로 손바닥에 대고 쳐서 소리를 낸다.) 치는 소리에 따라 진행된다. 이 소리에 따라 함께 발우를 펴고, 큰 그릇에 담겨온 밥과 반찬을 자신의 발우에 덜고, 식사를 하고, 숭늉과 김치 한쪽으로 그릇을 깨끗이 하고, 물로 그릇을 다시 헹구고 닦아, 발우를 다시 포갠다. 이 과정에서 그릇 소리를 내면 목례를 통해 미안함을 표해야 하는데, 그릇을 포개며 소리를 내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고 먹고 걷는 일상적인 행동으로도 수양을 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이 이해가 갔다.

▲ 스님들의 식사 그릇, 발우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이 체험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참가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높아진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발우 공양'이라는 이름의 사찰음식 전문점이 미슐랭 1스타를 획득했고, 유명 넷플릭스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에서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이 다뤄지기도 했다. 건강식, 채식의 유행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맛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추수의 계절 가을, 맛있는 제철 식재료가 많이 나고 있다. 사찰음식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솜대리는?] 먹기 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그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 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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