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들어서 탄산수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폭발적인 탄산수 붐을 일으켰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2010년대 초반 100억대였던 탄산수 소매시장 규모는 2010년 중반에 이르러 1000억 가까이 성장했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5~6년 사이에 보인 성장은 700% 가까이 발전한 추세다.

최근 주춤한 이유로는 배신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탄산수가 성장하던 시기에 탄산수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탄산음료의 대체재로 주목받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오히려 많이 마시게 되면 위장 장애를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 식약처는 작년에만 탄산음료와 탄산수 관련 업체 286곳을 허위·과장 광고 업체로 적발하며, 탄산수 애호가들의 탄산수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그렇다면 탄산수는 정말 우릴 배신한 걸까?

탄산수에 대해 알아보자. 탄산수는 탄산, 즉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물이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용해되며 온도와 압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온도가 낮을수록 톡 쏘는 탄산을 느낄 수 있으며, 온도가 미지근해지면 탄산의 느낌이 반감된다. (지난 칼럼 참조)

탄산수는 이산화탄소의 출처와 양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오늘은 이산화탄소의 출처에 따른 탄산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출처에 따른 탄산수라고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결국 탄산수에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용해됐는가(천연탄산수), 이산화탄소가 인공으로 주입됐는가(인공탄산수)에 따라 크게 나뉜다.

▲ 전형적인 인공탄산의 모습(왼쪽)과 천연탄산의 모습(오른쪽)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먼저 천연탄산수는 광천수가 병입되기 전 대수층에 존재하던 시절부터 천연가스를 포함한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다양한 기체가 함께 공존한다. 이 다양한 기체들은 물에 용해되어 많게는 수천년부터 수십년까지 대수층에서 기체상태로 존재하거나, 이온상태로 있거나 고형물로 함께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천연탄산수는 많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맛은 탄산의 특징보다도 미네랄의 특징에 따라 개성이 결정되며, 보통 무겁다. 탄산은 약한 편으로 기포의 크기가 작으며 샴페인처럼 화려하게 탄산을 뽐내진 않는다. 눈으로 보면 미세한 기포가 글라스 벽면에 붙어있다. 대표적인 천연탄산수는 우리나라의 '초정탄산수'와 마케도니아의 '오로(Oro)', 루마니아의 '보르섹(Borsec)' 등이 있다.

인공탄산수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정제수를 기초로 한 인공탄산수와 광천수를 기초로 한 인공탄산수로 나눌 수 있다. 정제수로 만든 인공탄산수는 '트레비', '씨그램' 등이 있으며, 광천수를 기초로 한 인공탄산수는 국내의 '먹는샘물로 만든 트레비', 이탈리아의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나 터키의 '사르크즈(Sarikiz)', 뉴질랜드의 '와이웨라(Waiwera)' 등이 있다.

정제수로 만든 인공탄산수는 물리적·화학적 정수처리한 정제수에 인공으로 합성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설명한대로 공장에서 만들어 낸 탄산수이다. 보통 수원지를 끼고 공장을 형성하는 다른 생수 제조업체와는 달리 일반 탄산음료공장에서 탄산수를 생산한다.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하게 되면 정제수에 자연스럽게 용해되지 않아 다른 성분을 첨가한다. 예를 들어 나트륨 이온을 첨가하면 탄산의 용해도가 높아진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탄산의 지속력은 천연탄산수 보다 떨어지며, 물 내 존재하는 탄산 기포의 크기는 크고 더 요란한 편이다. 다른 미네랄은 존재하지 않고, 물은 산성이다. 그래서 보통 개성이 없고, 신맛이 튄다. 페트병에 담긴 정제수 인공탄산수의 경우에는 다른 특징없이 페트 향만 진하게 배어 테이스팅을 방해하기도 한다.

각 제조사마다 정제기술과 인공탄산주입기술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제수 인공탄산수라도 품질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탄산수마다 탄산 기포의 크기, 탄산의 용해지속성과 탄산의 세기(탄산의 양)이 다르다.

외국의 물 전문가와 정제수 인공탄산수에 대해 탄산수 카테고리로 봐야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은 정제수 인공탄산수를 ‘물맛 탄산음료’라고 이야기한다.

광천수로 만든 인공탄산수는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한 것까진 과정이 같다. 하지만 물의 원천이 정제수가 아니라 광천수이기 때문에 탄산수마다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양과 질보다는 물의 수원지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크다.

탄산을 주입하면 pH가 낮아져 신맛을 내게 되는데, 이때 광천수에 단맛을 내는 알칼리성 미네랄(칼슘, 칼륨 등), 쓴맛과 짠맛을 내는 나트륨과 염소의 햠량의 구성비율에 따라 밸런스가 달라진다. 그 외에도 중탄산염, 황산이온, 실리카 등이 탄산수의 개성을 좌지우지한다.

간혹 남미(에콰도르, 아르헨티나)의 인공탄산수에서는 메론과 수박향이 나기도 한다. 그 탄산수를 시음하는 자리에는 약 30여 명의 전문가가 있었는데, 5~6명 정도가 그 향을 맡았다. 당시 내가 제일 처음 그 향을 캐치해 그 회사 담당자에게 그 향의 원인을 물었더니 모르쇠로 일관한 바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업체는 미네랄 워터 외에도 그 설비에서 탄산음료를 생산하고 있었다. 생산 과정 중 과일 향이 밴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향이 나는 탄산수도 온도가 너무 낮게 되면 탄산수 고유의 개성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물 전문가 마이클 마샤(Michael Mascha)는 탄산수의 적정시음온도로 13~17℃를 추천한다. 탄산수의 온도가 낮아 탄산이 더 강하게 느껴지면 그 물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나는 탄산수 품평회에 심사위원으로 간다. 탄산수 품평회라고 하면 각 탄산수의 탄산만을 비교해 평가하거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 같지만, 탄산은 여러 가지 평가요소 중에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대부분 다른 개성(탄산을 제외한 평가항목)에 따라 탄산수의 품질 평가의 희비가 갈린다.

우리가 지금껏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던 탄산수는 물에 함유된 탄산이 아니라 그 물에 함유된 미네랄이 다이어트에 영향을 준다.

처음 우리에게 알려진 탄산수, 그 탄산수는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탄산수에 대해 다시 마음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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