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타임즈 | 김도영 기자] 진의 탄생은 네델란드다 그러나 영국이 완성했고 미국이 확산시켰다. 가장 영국적인 진이 어쩌면 <봄베이 사파이어>일지 모른다. '태양이 지지않는 나라'의 영광을 오롯이 새긴 그것에는 영국식민시대의 상징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새겨있다.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 대부분의 관광가이드라는 것이<Gate of India>에만 시선을 모으라고 외친다. 그 게이트오브인디아를 마주보고 있는 동상에는 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뭄마이로 들어갔다면, 아마 그 뭄마이 국제공항의 이름이 이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셨는지? 가령 본의 식민지배의 암울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아키히토일왕>의 초상이 새겨진 사케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면..물론 '이프(If)'라고 미리 말해둡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아마 이 경우도 비슷한 상황으로 이해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인도를 식민통치한 영국의 진 그 중에서도 <봄베이 사파이어> 그 라벨에는 대영제국의 식민지배의 중심 <빅토리아>여왕의 초상이 새겨져있습니다.

이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영국의 입장에서야 그들의 찬란했던 옛시절의 기억의 향수였겠지만, 이것이 식민지배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도에서 버젓이 팔릴 수 있을까 하는 그래서 우리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넌센스라는 생각때문인데요. 그 생각은 인도의 공항 면세점에서 한 부스를 차지하는것을 보는 순간 그리고 뭄바이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 혼란에 빠지게됩니다.

  봄베이는 영국식 지명입니다. 인도의 원래 이름대로 하면 '뭄바이'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식민지배시절의 명칭이 원래이름을 찾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봄베이 사파이어 진>은 사파이어 원석인 '인도의 별'을 모티브로 패키지가 디자인 되었으며, 코발트의 색은 신비로움과 술의 시각적 미적 아름다움이 물씬 느껴집니다. 더불어 증류하는 과정에서 아몬드, 레몬껍질,코리앤더등 10가지 허브의 향을 담게되어, 진의 풍미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좋은술의 요건은 재료와 비쥬얼만이 아닙니다. 담고 있는 철학과 스토리 바로 그것이 본질입니다.

  뭄바이에 가게되면 꼭 보게되는 것이 어쩌면 이것이 서울의 남대문처럼 그 도시의 상징적 건축물일 수 있습니다. 영국왕 조지5세가 인도로 올때 이 문을 통해 들어왔다고 하는데, 영화 <킹스스피치>의 주인공인 조지6세의 아버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에 있어서는 더욱 상징적인 건축물이자 그들의 식민지배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지금의 게이트 오브 인디아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인도인들의 휴식처이자 사진을 찍는 포토라인이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정작 그 영국식민의 상징 '게이트오브인디아'의 정면을 마주한 동상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칼을 빼어들고 말에 타고 있는 그는 차트라파티 시바지(Chahatrapati Shivaji)입니다. 영국군에 맞서 저항한 인도의 영웅적 인물입니다. 그의 동상은 정확히 그 '게이트 오브 인디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관문이라면 주로 델리 아니면 뭄바이일것인데, 아마 비행기를 타고 뭄바이로 들어갔다면, 그 공항의 이름이<차트라파티 시바지 뭄바이 국제공항>입니다.

 어는 나라도 그들의 중요한 기간시설에 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다는것은 적어도 그가 국가와 민족에 큰 기여를  한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술이라는 것이 2중성을 가지고 있는데 때론 죄악으로 때론 친구로..무언가를 잊기 위한 망각의 물질로 그리고 때론 기억을 되살리는 회상의 물질이기도 합니다.

  뭄바이 시내에서 접한 몇 곳의 바에서 제가 이 <봄베이 사파이어>를 경험해 봤지만 현지인들은 이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이런 심리를 이해 하려면, 인도의 <맛살라>라는 것을 설명해야 할듯 합니다. 향신료 그리고 그 향신료의 전체적인 의미인 <맛살라>는 인도의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레와 인도의 차문화 다즐링, 홍차와 더불어 맛살라티라는 것이 있고, 물론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짜이'라는 일종의 밀크티 같은 것에도 <맛살라>라는 것이 가미됩니다. 이게 비단 음식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큰 범주에서는 술도 하나의 음식문화라 설명할 수 있는데, 술에도 맛살라 즉 향신료가 가미된 제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단지 물성적 특징만을 이야기하게 되는데,그 안에 담긴 가치와 철학같은 것들이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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