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만두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굽거나 찌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고, 야채와 고기가 한 번에 들어있어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것 같다. 퇴근 후 서둘러 저녁을 준비할 때 안성맞춤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필자만은 아닌 모양이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따라 냉동 만두 시장은 2014년 약 3342억 원에서 2017년 약 4000억 규모로 20%가량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 아즈텍, 2017) 게다가 간편식 중에서도 만두의 비중은 약 17%로 가장 크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아, 2017) 바쁜 현대인에게 딱 맞는 음식이다. 이번 달 솜대리의 한식탐험에서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우리의 전통 식품, 만두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이북에서는 설날이면 만둣국을 먹는다. 이것만 봐도 만두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전통음식이다. 그러나 만두는 우리나라만의 음식은 아니다. 중국집의 군만두나 일본 라멘집의 교자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우선 만두를 정의해보자. 국어사전을 따르면 만두는 '밀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소를 넣어 빚은 음식'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놀랍게도 러시아부터 남쪽 아프리카까지 거의 전 세계에서 만두를 찾아볼 수 있다. 만두에 대한 기준을 좀 더 엄격히 적용해 모양까지 비슷한 경우만 거른다 해도 여전히 동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이태리 등 많은 국가에서 만두를 먹고 있다. 물론 만두소(속 재료)는 나라마다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 만두만 해도 김치만두, 고기만두 등 종류마다 만두소가 제각각이지만, 다른 나라 만두들을 보면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만두 속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유럽의 만두 피에로기는 사우어크라우트 (발효시킨 양배추), 치즈, 과일, 감자, 고기 등이 속으로 들어가고, 버터와 사워크림 등을 곁들여 먹는다. 중앙아시아의 만두 추치바라는 토마토와 양파, 고기 등이 속으로 들어가고, 토마토 등이 들어간 식초나 요구르트 등과 함께 먹는다. 파스타의 일종인 이탈리아의 만두 라비올리는 시금치와 치즈를 넣고 크림소스와 함께 먹기도 한다.

▲ 이탈리아의 만두, 라비올리. 유럽여행 중 라비올리만 전문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럼 대체 만두는 어떻게 먹게 된 걸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중국 고전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한다.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에서 돌아오는 길의 이야기다. 제갈공명과 그 군대가 풍랑이 심한 강 앞에서 발목이 잡혔는데, 그 지역 풍습에 따르면 강을 잠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49명의 목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더 이상 살생을 할 수는 없다며 대신 사람 머리 모양의 음식을 바칠 것을 명했다. 다행히 이 음식을 바치자 풍랑이 멎었고, 제갈공명과 그 군대는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 때 바쳐진 음식은 야채와 고기를 뭉쳐 밀가루 반죽으로 싼 것이었는데 이게 바로 만두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전설에 불과한 듯하다. 중국에서는 제갈공명이 활동하던 시기 이전에 이미 만두를 먹었다고 한다. 추가로 만두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데, 인류 문명의 발상지 수메르에서 최초로 만들다는 설도 있고 한 국가에서 발생해 전파된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자연 발생한 요리법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만두는 고려 시대 중국에서 전파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영화의 제목으로도 차용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고려 시대 가요 '쌍화점'이 그 근거다. 이 가요의 제목이자 배경인 쌍화점은 고려에 정착한 위구르족이 운영하는 만두 가게를 일컫는다. 이 가요를 통해 고려 때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만두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외래 음식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만두는 점차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밀의 생태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에서는 이북지방에서만 밀이 자란다. 자연스레 이북지방을 위주로 만두를 먹어왔다. 하지만 만두를 먹기 위한 사람들의 열정은 생선이나 채소를 만두피로 활용하는 우리나라만의 창의적인 조리법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만두소는 고기나 생선, 야채, 두부를 주로 사용했다. 요즘 만두는 대부분 당면이 들어가는데, 만두에 당면이 들어간 것은 20세기 당면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생긴 변화로 역사가 길지 않다. 만두는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일례로 평양 만두는 서울 만두에 비해 피도 두툼하고 크기도 크며, 고기의 비중이 높다.

▲ 솜대리의 한식탐험 사찰음식 편에서 솜대리가 만든 만두. 육식을 금하는 사찰음식인 관계로 버섯과 무만으로 만두를 만들었다.

만두는 재료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 명절에나 먹는 음식이었다. 만두를 비교적 많이 먹던 이북 지역에서도 만두는 주로 명절이나 잔치 때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던 만두가 지금처럼 보편화된 것은 20세기 식품 업계의 두 가지 변화 때문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에 따르면, 50년대 밀가루가 보급되고 값싼 당면이 만두소로 사용되면서 만두의 단가가 많이 떨어졌다. 80년대에는 아이스크림 보급에 따라 냉동 운반 시스템과 냉동고가 일반화되면서 냉동 만두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값이 싸지고 기업에 의한 대량 공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고급 음식이 서민의 음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 오늘날 만두는 간편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 만두 저변 확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러 식품 업체들이 만두를 내세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 만두시장 1위도 한국 기업이다. 음식은 나라별 특성이 커서 해외 진출과 성공이 쉽지 않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봤듯이 만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견되는 조리법이다. 한국 만두를 판다 해도 현지의 거부감이 적고, 현지의 만두를 만든다 해도 우리 기업에 조리법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해외 만두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성공의 배경에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 있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국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나라의 만두는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외국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마트에서도 딤섬, 춘권, 라비올리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만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두는 나라별 특색을 넘어 진정한 세계인의 음식이 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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