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튀김유로 올리브유를 사용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업체에서는 몸에 좋은 올리브유를 사용해 더 건강한 치킨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 높은 온도에서는 쉽게 산패되므로 튀김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업체가 올리브유의 프리미엄 건강식품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것이었다. 업체는 이에 반박하며 지금도 여전히 올리브유를 사용한 건강 치킨을 홍보하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올리브유의 입지를 잘 보여준다. 

올리브유는 몸에 좋은 프리미엄 기름으로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올리브유는 이름 그대로 올리브를 이용해 만든 기름으로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다. 비타민 E, 토코페롤 등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단일 불포화지방산의 비중이 높아 다른 기름 대신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능이 밝혀지면서 올리브유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기존의 식용유 시장을 일부 대체하면서 올리브유는 한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파스타, 샐러드 등 서양식 조리법을 많이 활용하면서 더욱 입지를 넓히고 있다. 

▲ 마트의 식용유 코너에 자리한 여러 올리브유. 올리브유는 유행을 넘어서 우리 일상 식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유가 인기를 끌면서 몸에 좋다는 각종 기름들이 시장에 새로 등장했다. 하지만 굳이 새로운 기름을 찾지 않아도 우리는 올리브유만큼이나 몸에 좋은 기름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바로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참기름은 리그난 등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다른 기름 대신 사용 시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올리브유보다 참기름이 더 크다고 한다. 들기름은 다른 식물성 기름과 달리 오메가 3의 함량이 매우 높은데, 알려진 바와 같이 오메가 3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각종 염증 질환에 효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늦어도 삼국시대부터는 사용했다고 하니 1000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용유로 모든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쓰였다. 보통 조리 마지막 과정에서 한 방울 사용해 음식에 향을 더했다. 요리 용도 외에도 약용, 등잔 기름용, 목재에 칠하는 용 등으로 사용됐다. '참'이라는 접두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참기름을 더 고급으로 여기긴 했지만, 참기름이나 들기름이나 같은 류의 기름으로 취급되었다. 두 가지를 섞어 사용하기도 했고, 하나가 떨어지면 다른 기름으로 대체해 쓰기도 했다.

▲ 왼쪽이 참기름, 오른쪽이 들기름. 두 기름을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색깔이 크게 다르다면 깨를 볶은 정도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참기름과 들기름은 올리브유와 포도씨유만큼이나 다른 기름이다. 둘의 원료인 참깨와 들깨는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품종이다. 참깨는 호마과 참깨속에, 들깨는 꿀풀과에 속한 작물이다. 참깨는 학설에 따라 인도 혹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추측되며, 남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들깨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추측되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씨앗인 들깨와 잎인 깻잎을 모두 빈번히 사용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 왼쪽이 참기름의 재료인 참깨, 오른쪽이 들기름의 재료인 들깨다.

사용용도로 기름을 구분해서 참기름과 들기름이 비슷하다고 하면, 올리브유도 이 두 기름과 같은 종류다. 용도와 특성이 모두 비슷하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처럼 올리브유도 향을 더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원산지인 지중해에서는 샐러드 뿐만아니라 구운 야채, 구운 해산물 위에도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 음식에 향을 더한다. 또한 세 기름 모두 발연점이 유달리 낮은 기름이다. 높은 온도에서 쉽게 산화되어 튀김유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건강 상의 효능이 높다는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다.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사용하듯, 우리 기름과 올리브유를 바꿔 사용하는 것도 재밌는 시도가 될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 유명 레스토랑들에서는 올리브유 대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사용해 창의적인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 필자가 유럽에서 먹은 음식. 으깬 가지 위에 올리브유가 잔뜩 뿌려져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조리법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난다. 이 시도들은 기름을 짜고, 보관하고, 유통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제조과정을 살펴보자. 예전에는 깨를 고온에서 볶다가 기름을 짜냈지만, 요즘에는 볶는 과정에서부터 산패를 막기 위해 보다 낮은 온도에서 깨를 볶기도 하고, 심지어는 볶지 않고 기름을 짜내기도 한다. 기름과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신형 용기가 개발되고, 기름을 전문으로 다루는 중소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참기름과 들기름이지만 웰빙 트렌드에 발맞추어 새롭게 태동하고 있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새로운 식재료를 찾고 있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