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사는 필자는 여행도 먹기 위해 간다. 스웨덴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먹을 계획을 잔뜩 안고 갔다. 가장 기대했던 음식은 미트볼이었다. 미트볼은 스웨덴의 전통적인 음식이다. 이케아에서 인스턴트 제품으로만 먹어 본 스웨덴 미트볼을 제대로 맛보고 싶었다. 식당을 고르는데 심사숙고함은 물론이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을 만큼만 배고프도록 사전 준비도 철저히 했다. 스웨덴 현지 미트볼은 조금 짜긴 했지만 꿀맛이었다. 갈아 뭉친 고기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으스러졌고 그 사이사이 육즙이 흘러나왔다. 얼른 한입 더 먹으라고 위에서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비슷한 음식을 먹은 적 있었다. 아, 이건 간장 대신 소금으로 양념한 떡갈비였다. 

▲ 필자가 스웨덴에서 먹은 미트볼 <사진=솜대리>

떡갈비는 다진 소갈빗살을 간장 양념하고 잘 치대어 구운 음식이다. 떡갈비에 떡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름에 '떡'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데다, 요즘 노점에서 파는 떡갈비에 종종 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떡갈비엔 떡이 들어가지 않는다. 떡이 들어있지 않지만 떡갈비라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설에는 모양이 떡 같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다진 고기를 떡 치대듯 치대 만들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느 쪽이든 떡이 들어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레시피에 따라 다른 고기를 섞기도 하고 사용하는 양념이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은 다진 고기를 뭉쳐 구운 것이다.

미트볼의 기본도 동일하다. 재료는 소고기를 사용한다. 볼(공)이라는 이름 그대로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익힌 것이다. 햄버거 스테이크도 기본은 같지만 넙적한 모양이 미트볼과 다르다. 미트볼은 서구권 전반에서 먹으며 이탈리아와 스웨덴의 미트볼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 한입 베어문 스웨덴 미트볼. 간 고기를 써서 부드럽게 부스러진다. <사진=솜대리>

미트볼이든 떡갈비이든 먹는 방법은 국가마다 제 각각이다. 같은 미트볼이라도 그렇다. 고기에 소금 양념을 하는 것은 같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소스와 곁들여 먹고 스웨덴에서는 그레이비소스(고기 육즙으로 만든 소스)와 잼과 함께 먹는다. 고기류를 잼과 함께 먹는 스웨덴의 방식은 낯설지만, 이것도 잘 생각해보면 떡갈비 먹는 법과 비슷한 점이 있다. 떡갈비는 간장 양념에 설탕을 넣어 단맛을 주었다면, 스웨덴은 잼으로 단맛을 더한다. 둘 다 단짠(단맛과 짠맛)의 조합이다.

떡갈비와 미트볼의 가장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사용하는 소고기 부위다. 소고기의 여러 부위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하는 미트볼과 달리 우리 전통 떡갈비는 소갈빗살을 다져 쓴다. 사용 부위가 다른 것은 요리의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트볼은 다른 요리에 쓰고 남은 부위를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조리법이다. 반면 떡갈비는 처음부터 갈빗살을 잘 먹기 위해 고안된 음식이다. 일설에 의하면 갈비를 들고 뜯을 수 없는 지체 높은 왕족, 양반이나 치아가 안 좋은 노인들을 위해 갈빗살을 발라내고 다져 떡갈비를 만들었다고 한다. 

▲ 우리나라 떡갈비 <사진=솜대리>

떡갈비가 유명한 곳으로는 전남 담양과 광주 송정리가 있다. 담양은 조선시대부터 떡갈비로 유명했다. 이 곳의 떡갈비는 소갈빗살만을 이용한다. ​한양에서 유배 온 선비들에 의해 한양의 떡갈비 요리법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광주 송정리는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얻었다. 이 곳의 떡갈비는 돼지고기를 섞는다. 1950년대 한 떡갈비집에 유명세를 얻으며 이 일대에 떡갈비집이 많이 생겼다.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소고기 등의 물가가 오르자 식당들은 떡갈비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섞어 썼는데, 그것이 지금은 송정리만의 특별한 떡갈비 레시피가 되었다. 

간편 조리식품이 보편화되면서 떡갈비는 냉동 만두, 동그랑 땡과 같은 냉동 편의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떡갈비는 다른 전통 식품과 달리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진짜 떡갈비를 접할 기회는 적다. 담양이나 광주에 놀러 가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떡갈비를 만들거나 사 먹는 일은 드물다. 많은 인스턴트 떡갈비는 지나치게 달고 짜며 고기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관광객을 위주로 영업하는 일부 식당의 떡갈비도 대동소이하다. 이런 떡갈비가 더 보편화될수록 떡갈비는 사람들 마음에서 멀어질 것이다. 미트볼도 인스턴트 제품이 많다. 하지만 인스턴트 제품의 품질이 다양하며, 맛있는 미트볼을 만드는 식당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진짜 미트볼의 맛을 안다. 한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미트볼을 먹을 때마다, 떡갈비에 대한 아쉬움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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