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밥 짓기란 쌀에 물을 넣고 가열하여 쌀 전분을 익히는 것이다. 우리의 밥 짓기는 쌀과 물 그리고 불의 미묘한 조절이 중요하다. 하지만 밥은 항상 전기밥솥이 알아서 다 해준다. 언제나 비슷한 수준의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늘 먹던 밥이 더 맛있어진다면 어떨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맛있는 밥’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더욱 더 맛있는 밥 짓기를 위해서는 첫째, 맛있는 쌀을 고르는 것이고, 둘째가 적합한 물을 찾는 것이고, 셋째가 맞는 밥 짓는 방법이고 넷째가 밥 짓는 도구와 불이다.

밥맛이 더 좋아지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갑자기 손에 익었던 방법을 갑자기 바꾸기도 쉽지 않다. 지난번 쌀 이야기에 이어 이번 회는 밥 짓는 물 즉, 취반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밥맛이 더 좋아지는 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보통은 쌀을 재배한 지역의 물로 밥을 지어야 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연수로 밥을 지어야 한다. 수돗물로 밥을 할 때는 미리 물을 받아 두어 염소 냄새를 제거한 후 밥을 지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경기도 이천의 고시히카리를 샀다고해서, 이천 물을 길어와 밥을 할 수 없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물의 경도를 알 수도 없을뿐더러, 수돗물을 미리 받아두었다 사용하는 사람도 없다. 정수기의 찬물이나 구입한 생수로 밥을 지으면 그나마 신경 쓰는 편이다.

밥을 지을 때 쌀에 흑미나 검은콩을 혼합하는 것처럼, 여기서 내가 말한 물은 그냥 단순한 물이 아니다. 다른 무언가를 더 추가하는 것으로 더욱 더 맛있는 밥이 되는 방법을 설명한다.

보통 묵은쌀로 밥을 지을 때 식초나 식용유를 첨가하라는 내용은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 정확히 설명해 주는 내용이 없다.

어떤 원리로 밥이 더 맛있어지는지 설명한다.

1) 간수 (쌀 1컵당 1cc)

원리는 물에 미네랄을 늘려 밥맛을 좋게 해주는 것이다. 간수란 해수에서 뽑아낸 염화마느네슘이 주성분으로 많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전통적이 두부 제조 시에도 간수를 이용해 두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바닷물의 오염으로 인해 한때 간수가 몸에 나쁘다는 이미지가 생겼는데, 최근에는 다시 해양심층수를 활용해 간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간수가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2) 정종 (쌀 1컵당 1큰술)

쌀로 빚어 만든 정종에는 쌀의 감칠맛 성분이 녹아 들어있다. 알코올 성분이 휘발하면서 잡냄새를 없애주고, 쌀의 감칠맛 성분들이 더해서 밥맛을 더욱 증가시켜준다.

맛이란 원래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으로 맛있는 밥일수록 감칠맛이 더 있다. 유안아미노산, 글루타민산, 아스파라긴산, 알기닌이 많을수록 감칠맛 있는 밥이 된다.

3) 미림/맛술 (쌀 1컵당 1큰술)

미림은 조리할 때 사용하는 조리술로 맛을 보면 달달하다. 쌀로 만든 미림의 기본 원리는 정종과 같다. 게다가 미림의 단맛을 내는 당류들이 밥에 보습효과를 줘서 식어도 딱딱하게 굳지않고 촉촉한 밥이 되게 해준다.

4) 숯 (쌀 1컵당 20g 정도)

숯의 원리는 미네랄과 원적외선이다. 숯은 물의 정화, 냄새제거, 습도유지등 여러곳에 많이 사용된다. 그렇기에 물과 쌀의 잡냄새를 제거해주고 숯에 있는 미네랄 성분이 물로 녹아들게 한다.

숯의 원적외선 효과로 밥을 지을 때 쌀 중심부까지 열전달을 더 원활하게 해주어 쌀 전분의 호화작용을 돕는다. 참고로 숯을 사용시에는 질 좋은 참숯을 사용해야 하며 상태에 따라 10~20회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5) 식초 ( 쌀 2~3컵에 1CC )

식초를 넣으면 우선 음식의 pH를 낮추어 보존 효과가 생기지만, 밥에 보존 효과를 주려면 신맛이 날 정도로 식초를 많이 넣어야 한다. 초밥을 할 때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냥 백미에서는 신맛이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넣어도 된다. 식초가 들어가면 밥솥의 내부 환경이 약산성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면 쌀의 효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효소가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쌀의 전분이 포도당이나 글루코스로 변환되는 것을 도와 결과적으로 맛있는 밥이 된다.

*pH – 용액의 수소이온농도를 지수로 나타낸 것. pH는 용액의 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로서 수소이온농도가 7.0이면 중성이다. 7.0보다 낮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으로 식초의 평균 pH는 2.4~3.4 정도이다.

6) 샐러드 오일 (쌀 1컵당 1~2g)

그다지 상태가 좋은 않은 쌀로 밥을 지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기름을 넣으면 밥에 윤기가 흐르고 밥알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상태가 되어 외관이 매우 좋아진다. 실제 촬영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되면 밥에 기름막 코팅을 해줘 밥에 보습효과까지 준다. 그 결과 밥의 노화현상을 늦춰주고, 마지막으로 영양학적으로 우수해진다.

7) 육수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이미지=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 최초의 컬러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처음 등장한 이야기로 ‘양지 육수로 밥을 지으면 흰밥의 맛을 극상등시켜 준다’고 극찬을 했다.

실제 전주의 유명한 비빔밥 전문점에서는 사골육수로 밥을 짓는 곳이 있고, 일본의 영양밥 같은 경우 다시마 육수로 밥을 짓는다. 육수를 사용할 때는 소금 간이 안 된 육수를 사용해야 하고 최종 음식에 따라 맞는 육수를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밥맛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맛있는 밥 짓기는 엄청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밥 짓는 기술과 도구에 따라 더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지만 당장 내가 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가능하다.

칼럼관련문의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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