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준의 시선]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와인시장
2월 23일 ‘빈이태리 로드쇼’ 서울에서 개최 비넥스포 금년에 처음으로 한국 진출 와인 인텔리전스의 한국 와인시장 분석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2
독일에서 열리는 프로바인(Prowein), 프랑스에서 열리는 조인트 박람회인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Wine Paris & Vinexpo Paris)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와인박람회에 속하는 빈이태리(Vinitaly)는 2009년에 빈이태리 월드 투어의 마지막 행사를 ‘빈이태리 코리아(Vinitaly Korea)’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는 대표적인 국제와인박람회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한 획기적인 의미를 가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와인의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특히 2007년에 전년도에 비해서 중량 기준으로 43.3%, 금액 기준으로 69.7% 와인수입이 증가한 것이 빈이태리가 한국의 와인시장에 주목하고 한국에 처음 진출한 배경이었다. 물론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서 2009년도의 와인수입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지만 국제행사의 준비가 1~2년 전부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2009년에 예정대로 행사가 개최된 것뿐만 아니라 다음해에 이 행사가 지속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빈이태리의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는 빈이태리 인터내셔날의 대표인 스티비 킴(Stevie Kim)은 2013년 대전에서 열린 와인행사에 참가하며 대전을 발판으로 빈이태리가 새롭게 한국 진출을 시도할 것인가를 검토했지만 긍정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다.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이 B2B 전문 행사가 아닌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2월 23일 ‘빈이태리 로드쇼’ 서울에서 개최
정초에 빈이태리는 금년 1월 19일부터 2월 23일까지 9개국 12개 도시에서 ‘빈이태리 로드쇼(Vinitaly Roadshow)’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서울(2월 23일)을 포함시켰다. 생산자가 다수 참여해서 전시회의 성격을 지녔던 2009년의 행사와는 달리 4월 2일에서 5일까지 베로나에서 개최되는 국제와인박람회 빈이태리의 홍보가 주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디너를 겸한 이 행사는 이탈리아 무역공사(ITA, Italian Trade Agency)와 협력하여 이 기관이 운영하는 하이 스트릿 이탈리아(High Street Italia)에서 국내의 와인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열릴 예정이리고 한다. 그 규모와 참가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빈이태리가 어떠한 형태이든 서울에서 다시 행사를 한다는 것은 한국의 와인시장을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와인박람회인 프로바인의 독보적인 위상과 더불어 최근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빈이태리가 어떤 의미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비넥스포 금년에 처음으로 한국 진출
2009년에 서울에서 열렸던 ‘빈이태리 코리아’처럼 획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비넥스포가 금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하는 행사이다. 비넥스포는 10월 5일과 6일 양일간에 걸쳐서 서울에서 ‘비넥스포 미팅스 코리아(Vinexpo Meetings Korea)’를 개최한다. 국내의 언론에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빈이태리 로드쇼’와는 달리 비넥스포의 한국 진출은 국내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약 60개의 와인생산자가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이 행사를 소개하는, 와인생산자를 유치하기 위해 만든 브로셔는 한국의 와인시장을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향후 십 년간 전망이 아주 밝다(the most dynamic wine market in Asia and promising great prospects for the next decade)”고 설명하고 있다.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2
금년 1월 31일 프로바인이 온라인으로 주최한 프로바인 미디어 서밋(ProWein Media Summit)에서는 독일 가이젠하임대학교의 지모네 루제(Simone Loose) 교수가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2’를 발표했다. 프로바인의 의뢰를 받아서 48개국 2,455명의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분석한 것이 그 내용이다. 필자는 이 행사에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참가했는데, 무엇보다도 한국의 와인시장에 대한 와인생산국들의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2’에 의하면 와인생산자와 수출업자를 대상으로 한 2023년의 매력적인 와인시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Top 10에 여러 번 들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의 와인시장을 각각 세계에서 일곱 번째와 여섯 번째로 매력적인 와인시장으로 평가했다. 반면에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의 와인시장을 매력적인 와인시장 Top 10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세계 3대 와인생산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을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와인시장으로 꼽았고 다음으로 한국과 싱가포르를 중요하게 여겼다. 코로나 기간에 와인시장이 크게 위축된 중국의 경우 이탈리아 사람들만 Top 10에 포함시켰다.
반면에 미주 지역의 와인생산자와 수출업자들로부터 한국의 와인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미국 사람들은 놀랍게도 한국을 1위에 올려 놓았고,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람들은 공통으로 한국의 와인시장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흥미로운 와인시장으로 간주했다.
코로나 시대에 국내 와인수입이 크게 증가
금년에 비넥스포가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하고, 빈이태리가 다시 서울에서 행사를 하는 것과 해외의 와인생산자와 수출업자가 한국의 와인시장에 대해서 크게 주목을 하는 것은 최근 국내의 와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와인수입이 중량 기준 24.4% 증가했고, 수입 금액은 27.3% 늘었다. 2021년의 경우 중량 기준 41.5%, 금액 기준 69.6%가 증가하여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2017년을 전후해서 수입 수제맥주가 열풍을 일으켰던 때를 제외하고 2000년대에 우리나라의 와인수입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0년에는 드디어 맥주를 제치고 와인이 가장 많이 수입되는 주류의 종류로 등극했다. 코로나 시대에 국내에서 와인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세계의 와인생산자와 수출업자, 그리고 와인 이벤트 주최측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와인시장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코로나 시대에도 미수입 와인 시음 행사가 와인수입사를 대상으로 꾸준히 개최되었는데, 2020년과 2021년에는 온라인 행사가 주축이 되었다. 프랑스 회사인 브레이크 이벤츠(Break Events)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와인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온라인 행사를 개최해서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려는 수입사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와인 인텔리전스의 한국 와인시장 분석
한국의 와인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와인시장 분석과 와인 소비자 조사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영국 회사 와인 인텔리전스(Wine Intelligence)가 2020년 8월에 발표한 ‘Global Compass 2020’이다. 여기에서 와인 인텔리전스는 한국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력적인 와인시장이라고 평가했고, 이것은 2019년에 10위에 랭크되어 있던 우리나라가 8단계나 뛰어오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와인시장의 매력도에 대한 평가는 와인시장의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와인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시장의 규모가 인구수 등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는 되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와인 인텔리전스는 2021년 9월의 발표에서 한국을 2년 연속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력적인 와인시장으로 분석하고, 1위인 미국과의 격차가 줄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을 브라질, 폴란드, 루마니아, 싱가포르, 콜롬비아와 함께 ‘성장 시장(growth market)’으로 분류하고, 중국은 러시아, 멕시코와 더불어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으로 간주했다.
작년 6월에 와인 인텔리전스는 한국의 와인시장이 2022년에도 계속해서 강세를 보인다며 한국이 성장이 가능한 드문 와인 핫스팟 중의 하나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앞으로 5년 동안은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와인시장에 대한 관심은 외국의 와인전문가들이 발표한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와인전문가 루이스 허렌(Louise Hurren)은 작년 9월 독일의 마이닝어(Meininger) 출판사가 운영하는 ‘Wine Business International’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에서의 와인 붐을 통계 자료와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스위스의 와인전문가 마르쿠스 훙어뷜러(Markus Hungerbühler)는 스위스의 매거진 ‘과일 + 와인(Obst + Wein)’ 금년 2월호에 한국 와인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소개하면서 스위스 와인이 한국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와인시장 위축의 시작과 기대
작년 봄부터 국내 와인시장의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전달 대비 와인수입이 중량 기준 11.8% 감소한 것이 변화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반전은 한편으로는 물가의 인상과 은행이자에 대한 부담의 증가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여건이 악화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이동이 편해지고, 이로 인해서 여행 등 코로나 시대에 위축되었던 외부 활동을 위한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에 워낙 큰 성장을 했기 때문에 시장이 조정기가 필요한 것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작년부터 체감할 수 있는 위스키의 인기도 한 몫 하고 있다. 결국 작년에는 전년 대비 와인의 수입이 금액 기준으로는 3.8% 증가하는데 그쳤고, 중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7.3%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금년의 와인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사회 전반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불경기가 와인업계를 피해 지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높아진 한국의 와인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 때문에 금년은 적어도 국제적인 와인행사와 관련해서 우리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지만 앞으로 해외에서 우리의 와인시장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와인시장 상황과 비교하여 와인시장의 매력도를 판단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와인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불경기가 신속히 지나가고, 와인시장도 다시 주목할 정도로 성장해서 우리나라가 많은 와인생산국들이 선호하는 관심 대상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박찬준 대표
㈜디렉스인터내셔날 대표이사
Break Events의 한국 대표
와인 강사, 와인 컨설턴트
아시아와인트로피 아시아 디렉터
아시아와인컨퍼런스 디렉터
동유럽와인연구원 원장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국제협력)
다수의 국제와인품평회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