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와인] ⑧ 러시아를 넘어 세계로
많은 러시아 문호들은 조지아를 사랑하여 문학작품에서 조지아의 문화와 자연을 찬양했다. 러시아의 강력한 전제군주였던 이반 4세(Ivan the Terrible)는 조지아의 문화를 사랑하여 궁정에 조지아 합창단을 두었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은 선조가 조지아 출신이었다. 반면에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조지아 출신임에도 수천 명의 조지아 정치인 및 지식인을 처형하였고, 토지와 재산을 몰수했으며, 조지아의 언어, 역사 및전통을 억압하여 문화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시행한 인물이었다.
러시아인들은 뛰어난 품질에 비해 낮은 가격의 조지아 와인을 좋아해서 러시아의 레스토랑이나 와인숍 어느 곳을 가든 조지아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2005년에는 조지아 와인 수출의 약 90%가 러시아로 판매되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06년 남오세티아와 아브하지아의 분리독립 문제를 두고 갈등이 첨예했던 2006년부터 조지아와 몰도바의 와인을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7년간 수입을 금지하였고 이는 조지아의 주요 3대 산업 중 하나인 조지아 와인 산업의 침체로 이어진다. 동시에 조지아인들에게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기회이기도 했다는 부분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번에 우리 일행이 조지아에서 접한 와인 중 다수의 생산자가 이 시기에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2013년 수출 재개 이후로 2022년 1월에서 11월까지의 조지아 와인 수출 통계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여전히 조지아 제1위의 수출국으로 무려 전체 수출량의 70%에 육박한다. 러시아로 8천만병 (80,598,095)의 조지아 와인 수출이 이뤄졌으며, 폴란드는 7백만병(7,110,534)으로 2위이다.
현재 조지아의 와인산업은 구소련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지난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환점에 있다. 소련 연방 체제하에서 조지아의 500여 고유 품종은 대량생산이라는 미명하에서 극소수로 줄어들어 그 개성과 가치를 잃어버렸고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토양은 산성화되어 품질 저하라는 문제점을 야기했다.
다행히도 앞의 글에서 소개했던 와인 생산자들의 다양한 시도와 함께 적극적인 조지아 국립 와인 에이전시의 노력이 합해져서 품질에 있어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꾀하게 된다. 고유 품종을 지키려는 개개인들의 노력은 자기 집 앞마당에 자라던 여러 다양한 포도품종의 복원으로 이뤄져 현재 525개의 조지아 토착 품종이 복원되었으며 25개의 포도품종이 주요품종으로 와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주요품종은 적포도 품종인 사페라비가 34% 그리고 화이트품종인 르카츠텔리가 59%이며95%의 생산이 주요산지인 카헤티에서 이뤄진다.
또한 많은 생산자들이 물량 위주의 와인 생산에서 품질 위주의 와인 생산으로 전환했으며 이는 산성화된 토양을 복원하고, 그린 하베스트 등의 선진기법 도입, 침용 기간의 조절과, 오크통의 사용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시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가 2013년 크베브리를 사용한 조지아의 전통 와인 양조법을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크베브리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 내추럴 와인과 오렌지 와인의 인기에 힘입어 와인 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펼쳐지고 있는 추세이다.
대한민국의 조지아 와인 수입량은 60여 조지아 와인 수출국 중 32위권 수출국으로 18위인 일본의 수입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며 러시아의 수입량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8,000년의 역사를 가진 조지아의 와인은 산업의 관점으로 봤을 때 아직 숙성이 덜 된 와인에 속한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조지아 생산자들의 노력과 이해로 볼 때 머지않아 잘 숙성된 와인의 상태로 변화되어 전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이 조지아 와인의 아름다움에 대해 칭송하리라 기대해 본다. 아직은 낯선 나라인 조지아의 와인을 대한민국 와인 애호가들이 많이 찾았으면 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바램으로 8편의 조지아 와인에 관한 글을 마감한다.
변 정환 원장
블릭 와인 아카데미 원장
WSET Level 4 디플로마
WSET 공인인증강사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
북저널리즘 공식작가
저서 : '와인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