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와인 커뮤니케이션] 뉴질랜드 대자연의 전설을 담은 푸나무(Pounamu) 소비뇽 블랑 와인
촉촉한 봄비가 내린 4월은 봄의 기운이 수줍음을 띠면서 활짝 드러낸다. 목련이 피고, 개나리와 산수유가 산과 들을 노랗게 물들게 하지만, 너무 짧게 지나간다. 겨울 동안 감춰진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이 있다면, 봄나물에 어울리는 맛과 품질에 비해 가격이 매력적인 뉴질랜드의 숨은 녹색 비취 보석과 같은 ‘푸나무(Pounamu) 소비뇽 블랑 와인’이 있다.
푸나무(Pounamu)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언어로 ‘에메랄드빛 돌(Green Stone)’을 뜻한다. 뉴질랜드 남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단단하고 희귀한 에메랄드빛 비취인데, 푸나무 와인의 포도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청옥(靑玉) 산지가 있어 브랜드명을 푸나무로 정했다고 한다. 에메랄드빛 푸나무는 ‘평화’를 상징하며, 하늘과 땅, 별과 물을 연결한다는 마오리족의 전설을 전 세계에 전하고자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만들었다. 특히, 목에 걸고 다니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비한 보석이다.
1년 전 2013년 1월,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뱅울트라 마스터 클래스(Vinultra Master Class)를 진행했던 창업자 플뢰르 맥쿼리(Fleur McCree)를 말보로에서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플뢰르 맥쿼리는 공동 창업자 제이슨(Jason), 그리고 여성 와인 양조가인 에블린 프레이저(Eveline Fraser)를 소개해 주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와인 양조의 목표는 ‘자연을 와인에 그대로 담고자 한다.’라는 것이다.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도밭에서 만나 떼루아를 직접 체험했다. 포도밭 뒤편으로 웅장한 남알프스 산맥이 걸쳐 있어 남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맹렬한 해양성 바람으로부터 포도밭을 보호해주고, 지하에는 대수층이 있어 풍부한 천연 광천수를 제공하는 반면에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길, 돌이 많고 배수가 잘되는 충적 퇴적물을 만들어 자연 친화적인 포도밭에 다양한 혜택을 준다. 또한, 밤낮의 심한 일교차로 강렬한 풍미, 신선한 산도를 유지해준다. 그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포도로 좋은 와인을 양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하면서 포도밭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농부의 열정과 혼이 무엇인가를 나에게 제대로 보여주었다.
뉴질랜드 남섬 출신인 제이슨(Jason)은 공동 창업자인 플뢰르 맥쿼리(Fleur McCree)와 함께 자신이 추구하는 와인을 만들고자 말보로에 있는 클라우드 베이(Cloudy Bay) 와이너리에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2002년 두 명의 키위(Kiwi: 뉴질랜드 사람을 일컫는 말)는 포도밭 탐험가가 되어 장장 5년 동안 배낭을 메고 최고의 떼루아를 가진 포도밭을 찾고자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뉴질랜드 말보로 와이호파이 밸리(Waihopai Valley)에서 황폐하고 사랑받지 못했던 양떼 목장이 발견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최고의 포도밭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전 재산을 투자했다. 특히 에블린 프레이저(Eveline Fraser)는 호주, 프랑스에서 다양한 양조 경험을 쌓은 후에 뉴질랜드 말보로의 클라우드 베이(Cloudy Bay) 와이너리에서 수석 와인 양조가로 디테일한 감성을 와인에 표현하는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사표를 내고 창업자 플뢰르 맥쿼리(Fleur McCree)에 합류했다. 그 후, 3명의 키위는 5년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41헥타르 포도밭으로 탈바꿈시켰다. 개간한 포도밭은 싱글 빈 야드(Single Vineyard)로 5개 블록, 5개 토양 유형, 5개 포도 변종, 9개 포도 클론을 5년 동안 심고 온갖 열정과 정성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해 B2B 기업인 뱅울트라(Vinultra) 기업을 창업하면서 리틀 뷰티(Little Beauty), 인사이트(Insight), 푸나무(Pounamu)로 브랜드를 세분화했다.
2009년 와이호파이 밸리의 첫 빈티지 푸나무(Pounamu)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면서 뉴질랜드 와인 업계에 혜성처럼 떠 올랐다. 울트라(Vinultra) 기업의 푸나무 와인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을 양조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창업자이면서 포도나무 재배 전문가인 제이슨(Jason), 플뢰르 맥쿼리(Fleur McCree) 그리고 양조가 에블린 프레이저(Eveline Fraser)이 한마음으로 41ha의 포도밭을 100% 지속가능한 유기농법으로 관리한 덕분이었다. 그 후에 2016 빈티지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 92점을, 2017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가 90점, 와인 앱 ‘비비노(Vivino)’에서는 세계 베스트 와인 5% 안에 속하는 와인으로 인정받았다. 푸나무(Pounamu) 소비뇽 블랑 와인은 아메리칸 에어라인 일등석에 제공되는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필자는 최근에 ‘푸나무 스페셜 셀렉션 소비뇽 블랑 2022(Pounamu Special Selection Sauvignon Blanc 2022)’을 마시고 뉴질랜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연한 황금색의 이름다운 색감이 눈부터 사로잡으며, 아로마는 천도복숭아, 망고, 핑크 자몽, 쐐기풀, 꽃, 감귤, 열대 과일, 리치, 자몽, 시트러스, 청사과, 파인애플, 상큼한 풀 향이 난다. 마셔보면 맑고 신선하면서 상큼한 산도에 미네랄·허브·복숭아의 풍미가 집중도 있게 나타나며, 상쾌한 부드러운 자몽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봄나물, 생굴, 가리비, 생선회, 스시, 대구찜, 송어회, 닭고기 튀김, 해산물 파스타 등이 어울린다.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210여편을 발표하였다. 2001년 한국의 워터 소믈리에를 처음 도입하여 워터 소믈리에를 양성하여 '워터 소믈리에의 대부'고 부른다. 2000년부터 보이차에 빠져 운남성 보이차산을 구석구석 20회 이상 다니면서 보이차의 진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