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부터 와인 셀러까지" 와인 업계에 사용되는 다양한 '로봇 기술'의 세계

2024-05-08     유성호 기자

와인은 인간의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산물이지만 최근에는 ‘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포도밭에서부터 우리의 잔에 와인이 따라지기까지 다양한 ‘와인 라이프’를 도와주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대 와인 업계가 주목한 다양한 로봇 기술들은 무엇이 있을까?


샹파뉴 지역 포도원 관리하는 '분무기 로봇'

YV01 로봇 트랙터 (사진=Yanmar)

유명 샴페인 브랜드 모엣샹동(Moët & Chandon)이 농업기술회사 얀마르(Yanmar)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로봇을 활용한 포도원 관리를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현재 양사의 협력을 통해 ‘YV01’이라는 자율 주행 로봇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 로봇은 실시간 동적 GPS를 활용하여 최대 45도 기울기의 경사에서도 작동 가능한 ‘자율 주행 포도밭 분무기’이다.

YV01 로봇 트랙터는 일본의 농업 기계 제조 업체인 얀마르의 에페르네 지역 기반 포도 재배 부서인 ‘얀마르 빈야드 솔루션(Yanmar Vineyard Solutions)에서 개발되었는데,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포도밭 지원형 로봇의 잠재력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와인 산업에서 ‘자율 기계 컨셉’을 가지고 지난 2019년 모엣샹동과 함께 시작되었다.


'흰가루병' 퇴치하는 자외선 로봇

포도나무의 흰가루병을 퇴치할 수 있는 '자외선 로봇' (사진=Willamette Valley Vineyards)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와이너리 윌라메트 밸리 빈야드(Willamette Valley Vineyards)는 포도나무에 발생하는 흰가루병(powdery mildew)을 퇴치하기 위해 ‘로봇’을 개발했다.

피노누아 와인으로 유명한 윌라메트 밸리 빈야드는 사가 로보틱스(Saga Robotics)와 코넬 대학교 및 오리건 주립대학의 과학자들과 함께 포도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새로운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일명 ‘토르발드(Thorvald)’라고 불리는 전기 로봇은 노르웨이에서 만들어졌는데, 흰가루병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UV-C라는 특별한 자외선을 포도나무에 사용한다. 화학 물질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유기유황화합물을 사용하여 질병을 퇴치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대체할 수 있다.

흰가루병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식물 질병 중 하나로, 가정에 있는 정원부터 전 세계의 농지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한다. 흰가루병을 치료하지 못할 시,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며, 산도를 높이고 안토시아닌을 감소시켜 와인 품질을 떨어트린다.


로봇 자동화 ‘배럴 셀러 시설’

하루에 1,000개의 배럴을 옮길 수 있는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의 새로운 자동화 시설 (사진=Felix Solis Avantis)

스페인 와인 그룹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Félix Solís Avantis)가 7,000만 유로(한화 약 990억 9,130만 원)을 투자한 이후 약 13만 개의 배럴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자동화 시설을 개장했다.

펠릭스 솔리스 UK의 대표 리처드 코크랜(Richard Cochrane)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로봇 기술을 이용하여 ‘지게차’가 없는 자동화된 운영체제를 갖췄으며, 스팀 청소부터 배럴 이동까지 모두 기계로 이루어진다.

18층 높이로 된 새 건물에서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는 모든 배럴을 한 군데에 보관하고 수용 용량을 증대했으며, 직원을 12명에서 2명으로 크게 축소하며 전체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줄였다. 또한, 해당 시설은 자체 전기 생산을 위해 6,000개의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여 에너지 비용도 절감하였다.


와인을 따라주는 ‘로봇’

와인을 따라주는 로봇 '봇핸디' (사진=삼성)

삼성은 지난 ‘2021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을 통해 똑똑한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 리서치의 대표 ‘세바스찬 승(Sebastian Seung)’은 온라인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110인치 TV와 스마트 냉장고와 더불어 ‘지능형 인간중심 로봇’ 3인조를 공개했는데, 그는 깔끔한 청소를 위한 LiDAR와 3D 센서가 장착된 진공청소기 ‘젠봇 90 AI+(JenBot 90 AI+)’와 로봇 동반자 ‘봇케어(the Bot Care)’ 그리고 ‘봇핸디(the Bot Handy)’ 등을 소개했다.

그 중 ‘봇핸디’는 와인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는데, 삼성이 공개한 영상에서 봇핸디는 빨랫감을 바구니에 넣거나,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싣거나 그리고 두 잔의 레드와인을 유리잔에 따라주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가상 소믈리에 기능과 로봇팔이 장착된 'AI 와인셀러'

와인캡이 출시한 AI 기능이 탑재된 '와인셀러' (사진=WineCab)

가상 소믈리에 기능과 와인을 전달하는 로봇 팔이 설치된 새로운 고급 ‘AI 와인 셀라’가 출시되었다.

와인캡(WineCab)이 출시한 ‘와인월(Wine Wall)은 ‘가상 소믈리에’ 역할을 하는 AI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는데, 와인 및 음식 페어링 제안뿐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맞춤형 추천 및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시스템 기술을 통해 온도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 보관을 위한 최적의 습도 범위를 제공한다. 또한, 와인에 접근을 허용할 수 있는 ‘안면 인식’ 기능과 원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센서’ 그리고 원하는 대로 ‘싱글 보틀(Single Bottle)’을 잠글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다.


화이트와인의 오염 감지하는 '전자 혀'

와인의 오염을 감지하는 '전자 혀' (사진=Washington State University)

와인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염 문제를 사람이 아닌 기계를 통해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워싱턴주립대학교(WSU)의 연구에 따르면, 일명 ‘전자 혀(e-tongue)’라고 불리는 센서 프로브로 구성된 이 기술은 화이트와인에 있는 미생물 오염을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직접 테스트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자 혀가 오염 변화를 감지한 후 4주가 지나서야 식별할 수 있었다.

또한, 전자 혀는 와인메이커들이 와인의 결함이나 변질을 찾기 위해 인간의 시험과 함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페트리 접시에서 미생물을 배양하기 전부터 변화를 식별하였다. 전자 혀의 경우 센서에 와인을 담으면 화합물의 분석을 시작하는데, WSU의 식품 과학 교수이자 연구의 저자인 캐롤린 로스(Carolyn Ross)는 와인메이커들이 전자 혀를 통해 프로그래밍하여 와인에 일종의 ‘지문’을 생성하고 와인 제작 과정에 유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연구에서는 ‘리슬링 와인’에 네 가지의 미생물을 추가했는데, 해당 미생물들은 화이트 와인을 오염시키고, 매니큐어 리무버, 제라늄과 같은 ‘쥐’ 같은 냄새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3명의 연구 자원봉사자들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아로마를 포함하여 다양한 와인 특성을 인식하는 방법을 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