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한 베르멘티노 와인 품평회 - 베르멘티노 품종 글로벌화에 기여
지난 5월 23일, 24일 양일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주도 칼리아리에서 제3회 베르멘티노 와인 품평회(Vermentino International Oenological Competition)가 개최됐다. 참가 자격이 오직 베르멘티노 와인한테 주어지는 세계 유일한 대회다. 비록 이번 대회가 3회로 유치 횟수는 짧지만 참가 신청한 와인 수가 299종에 달해 주최 측은 물론 심사원 전원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최기관인 APS PROMO EVENTI의 마리오 보나미치 회장은 현지 방송국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를 무사히 치르게 되어 기쁘다. 우리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물질적 지원과 효율적 운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생산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신청자 수가 급증해 전년도에 비해 출품수가 2배나 늘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돌며 베르멘티노 로드 쇼를 펼칠 예정이다. 내년 빈이탤리(VINITLAY) 전시회 기간에는 전용부스를 설치해 우승한 와인 홍보 및 와인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접수된 와인을 국가별로 분석하면 베르멘티노가 글로벌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국 리스트는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미국, 남아프리카, 칠레, 브라질 등 신대륙과 구대륙을 포함한다. 그뿐만 아니라 심사 패널을 구성할 때 공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 직업군과 개별 경력, 국적을 골고루 안배했다. 심사원 프로필을 보면 와인 저널리스트, 양조가, 와인 생산자, 소믈리에 등 11개 국적의 46명에 이른다.
우승 와인은 이탈리아 농림부(MIPAAF)가 정한 메달 규정을 적용해 접수한 와인의 35%가 메달을 수여받았다. 참여 조건은 베르멘티노를 최소 85% 이상 함유해야 하며 라벨에 베르멘티노가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타입은 스틸와인, 오렌지 와인, 발포성, 약발포성, 스위트 와인으로 제한을 두지 않으나 품질 기준이 까다로워 DOP, IGT, IG 등급와인만 신청할 수 있다.
품평회 둘째 날 막이 오른 ‘그란 갈라 델 베르멘트노’를 통해 우승자 발표가 있었다. 여섯 종류의 와인이 그란골드 메달을 수상했고 99개 와인이 골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이 46개의 메달을 휩쓸어 베르멘티노의 덕후임을 과시했다. 와인의 평균 점수가 상승해 박빙의 승부를 벌여야 했다. 통상 참가 수 35% 내에서 고득점 순서로 그란골드, 골드, 실버 메달이 배정되나 메달권 커트라인이 껑충 뛰는 바람에 최하 점수가 골드 메달을 땄다.
그란 골드를 획득한 최상위 6대 와인은 다음과 같다.
Eredi Elvira Milani 와이너리. Candia Dei Colli Apuani Doc Linsolito 2023 - 98 점
Cantina Del Giogantinu 와이너리. Vermentino Di Gallura Docg Lugheluna 2021 – 97.67점
Cantine Di Dolianova 와이너리. Vermentino di Sardegna Doc Prendas 2023- 96.67점
Tenute Delogu 와이너리. Vermentino di Sardegna Doc Oghe 2023-96.33점
Il Moretto 와이너리. Candia Dei Colli Apuani Doc Arual 2023- 96,33점
Domaine Fiumicicoli 와이너리. Corse Sartene Doc Domaine Fiumicicoli 2023- 96점
라 바디아 델 솔레-페데리치(La Badia del Sole-Federici, 이하 페데리치 ) 와이너리가 골드 메달 3개를 거머쥐어 골드 메달 3관왕 제패의 기염을 토했다. 참고로 페데리치의 와인은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는데 오로디제 (Oro D’Isee, Colli Di Luni Doc), 사르티콜라( Sarticola. Colli Di Luni Doc)다. 페데리치 와이너리는 3회 연속 출전했으며 매 회마다 골드 메달을 쟁취해 내년에 4관왕 위업을 달성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르멘티노 품종에 대하여
베르멘티노는 서지중해 연안, 이탈리아가 원산지로 추정되는 화이트 품종이다. 주요 산지는 이탈리아 서해안을 축으로 서지중해 연안에 동그랗게 모여있다. 최대 산지는 단연 이탈리아로 6천 헥타르의 재배면적을 자랑하며 이중 4500헥타르가 사르데냐섬에 집중되어 있다. 이어 토스카나주와 리구리아주가 뒤를 잇는다. 사르데냐는 베르멘티노 왕국이라 할 만큼 섬 곳곳에서 다채로운 스타일과 가심비 저격 와인을 낳고 있다. 특히 북동해안이 원산지인 베르멘티노 디 갈루라 (Vermentino Gallura Docg) 와인은 품질의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생산지역이 섬 전체로 확대되는 베르멘티노 디 사르데냐 (Vermentino di Sardegna Doc)와인은 품질과 가성비를 동시에 만족한다.
이탈리아에 이어 6천 헥타르를 보유한 남프랑스가 2위를 차지한다. 코르시카, 프로방스, 랑그독- 루씨옹이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다. 말타, 레바논의 베카 밸리(Bekaa),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시에라 네바다, 텍사스, 북캐롤라이나, 버지니아주 등 1백여 헥타르에서 재배되고 있다. 호주는 120헥타르로 빅토리아, 헌터 밸리, 킹 밸리, 바로사 밸리가 손꼽히는 산지다.
베르멘티노의 최초 재배시기에 대한 기록은 알려진 게 없으나 몇 개의 고문서는 연대를 기록에 남겼다. 이탈리아는 340년 전에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지방 몬탈데오, 프랑스는 1841년에 인쇄된 L’Agriculture(Petit-Lafitte)는 코르시카섬에서 전래됐다고 적혀있다. 사르데냐는 1800년대 중반, 북동 사르데냐 갈루라 지방령 마달레네 섬이 첫 재배지로 알려졌다.
지중해 연안으로 확산되면서 정착한 곳마다 현지 토착어와 결합해 다양한 이름을 얻게 되었다. 베르멘티노의 동의어를 들면 Verlantin, Varlentin, Rolle, Malvoisie a gros grains, Carbesso, Carbes, Brustiano Bianco, Pigato, Favorita, Carica l’asino bianco가 있다.
베르멘티노는 세미 아로마 품종이다. 아로마가 일상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향기 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친근하며 직관적인 데다 솔직한 면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살구, 자두, 복숭아의 핵과일과 사과, 레몬향이 주된 향기다. 여기에 소량의 미네랄과 부싯돌, 진저, 스파이시, 아몬드가 지중해 감성을 자극한다. 로즈마린, 허브, 아카시아, 꿀 향기도 맡을 수 있다.
더운 지역이나 일부러 나무에 놔두어 완숙하면 망고, 리치 같은 열대과일이 후각을 사로잡는다. 수확시기가 빠를수록 산도 함량이 증가해 알코올 도수를 적정선에 가두어 밸런스 잡힌 와인을 얻을 수 있다. 짭짤한 미네랄은 베르멘티노를 베르멘티노 답게 만드는 기저로 강도만 다를 뿐 모든 와인에서 느껴진다. 만일 미네랄이 도드라지면 부드러운 맛은 덜하나 적정량의 미네랄이 산미와 어우러지면 집중감과 구조감이 향상된다. 산도는 높지만 원만한 결을 보여 유쾌한 상큼함으로 혀를 보듬는다. 숙성하면서 흙, 버섯, 훈제향을 품게 된다.
다음은 우승한 와인리스트다. 각 와인마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점수-와이너리-와인 이름-와인등급-수확연도-와인타입 및 유기농 인증서 취득여부를 표시했다.
백난영 칼럼니스트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 1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