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와인시티 챌린지가 미리 가 본 2025년 유럽문화 수도, 고리치아
이탈리아 와인도시 협회 치타델 비노( Associazione Città Del Vino)가 주관하는 22회 국제와인 시티 챌린지 품평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내에서 열리는 국제 와인대회 중 규모와 유치 횟수로 단연 최고인 본 대회는 개최지가 매년 바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와인 도시 연합인 단체 특성상 해마다 유치장소를 순번제로 정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조차 접근이 쉽지 않아 관광 사각지대에 놓인 이탈리아 농촌을 와인대회와 묶어 와인관광 밸류를 끌어올렸다는 명성이 자자한 대회다.
올 해는 이탈리아 최북동에 자리잡은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주( Friuli Venezia Giulia , 이하 FVG)의 고리치아가 무대였다. 최북동에서도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고리치아는 도시가 두 동강 나있다. 마치 1989년 장벽 붕괴이전의 베를린과 흡사하다고 할까! 한때 도심을 가르던 돌담은 2004년에 금속 디스크로 교체했다. 고리치아와 경계를 맞댄 슬로베니아 쪽 첫 장소인 철도역사 앞 트란살피나 광장(Piazza Transalpina) 바닥에 설치돼있다. 디스크 서쪽은 이탈리아령 고리치아, 동쪽은 슬로베니아령 노바 고리카다.
두 개의 고리치아는 2025년 유럽 문화수도( European Capitals of Culture)로 지정됐다. GO 2025 BORDERLESS (국경 허물기)란 모토로 치러질 예정이며 개막일을 7개월 앞두고 두 고리치아는 준비에 열혈 중이다. 물리적 장벽은 헐렸으나 양 주민들 마음에 들어온 후 떠날 줄 모르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럽의 문화수도는 1985년 그리스출신 영화배우이자 문화부장관을 지낸 멜리나 메르쿠리가 제안하고 유럽의회가 채택 및 통과시켰다. 첫 개최지는 제안자의 고향인 아테네가 선정되었고 이후 해마다 순번제로 유럽 내 도시가 번갈아 유치하고 있다.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면 특정 테마를 소재로 1년 내내 다채로운 문화, 예술 행사의 꽃을 피운다.
내년의 행사를 앞두고 열린 국제 와인시티 챌린지 또한 분단된 고리치아와 공동의 선을 추구하고 있다. 블라인드 시음으로 진행되는 품평회가 와인 원산지나 스타일과 무관하게 오직 품질로만 평가하듯 같은 맥락에서 유럽문화 수도도 이념이나 정치성향을 초월해 순수하게 문화만 향유한다.
22회 국제 와인시티 챌린지의 각종 기록들
11개국이 출품한 1천3백 여개 와인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이 중 80%가 이탈리아 와인이고 20%가 해외산이었다. OIV 국제와인기구가 정한 감독, 심사, 평가 절차에 따라 선정된 메달집계는 아래와 같다.
48개 와인이 그란골드 메달을 수상했으며 이 중 이탈리아가 38개의 메달을 차지해 종합 1위를 거두었다. 10개의 그란골드는 해외 와인에 돌아갔다. 주정강화와 디저트 와인의 강세는 올해도 여전했는데 메달순위 1위에서 5위까지 두 타입의 와인이 휩쓸었다. 포르투갈의 카브 산타마르타(Caves Santa Marta) 와이너리가 출품한 포트 와인 20 Anos와 10 Anos가 각각 97점과 95.8점을 얻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동일한 생산자의 포트 LBV 가 84.8점을 얻으면서 4위에 올라 그란 골드 3관왕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종합 메달 집계à https://concorsoenologicocittadelvino.it/risultati-della-xxii-edizione-del-concorso-enologico-2024-gorizia/(링크 후 언어선택을 영어로 하면 부문별 우승자를 영어로 보여준다)
무잔당의 스틸 레드와인은 테레 달리아니코(Terre D’Aglianico ) 와이너리의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 리제르바 2016 빈지티가 94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스틸 화이트 와인은 주최지인 FVG주의 아만둠 디 다이 모라스( Amandum di Dai Morars S.S)의 프리울라노(Friulano) 2018에 돌아갔다.
결과가 보여주 듯 해외 와인이 대거 상위에 랭크되었다. 그란 골드는 포르투갈이 4개, 크로아티아와 몰도바가 각각 2개, 레바논과 루마니아가 1개씩 우승했다. 이어 49개의 골드메달을 포르투갈, 몰도바, 크로아티아, 이스라엘, 독일, 루마니아, 슬로베니아가 나눠가졌다.
특히 처음 출전한 레바논 소재 Chateau Qanafar 와이너리의 2015년 산 West Bekaa가 92.4점으로 그란골드를 거머 줘 데뷔 홈런을 날렸다. 이를 두고 안젤로 라디카 치타 델 비노 협회장은 ‘레바논, 이스라엘, 칠레, 멕시코 등 처음 참가한 국가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메달순위를 보면 남부, 중부, 북부가 골고루 올라 있어 지역 별 메달 쏠림 현상이 감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탈리아가 거둔 38개의 그란 골드 메달을 주 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6개 -FVG주. 5개-캄파니아. 4개- 피에몬테, 칼라브리아, 토스카나. 3개- 풀리아, 베네토. 2개- 아부르초, 사르데냐,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 1개- 롬바르디아와 마르케.
특별부문-이탈리아 와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거울
종합메달 외에도 7개의 특별부문을 개설했다. 종합순위에 오른 와인을 7개 부분으로 나눈 다음 부문별로 순위(그란골드-실버메달)를 보여준다. 특별부문은 이탈리아 와인계에 떠오르고 있는 품종이나 타입 등을 보여줘 트렌드의 맥을 짚는데 요긴하다.
네비올로 부문(Nebbiolo Ranking)은 주품종이 네비올로인 와인이 경쟁하는 부문이다. 그란 골드는 92.8을 차지한 보스카 S.p.A와이너리의 바롤로( Docg Luigi Bosca 2020년)가 차지했고 2위는 트라발리니 잔카를로(Travaglini Giancarlo) 와이너리의 가티나라 트레비녜(Gattinara Trevigne, 2019년)가 92점으로 2위를 했다. 올해는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같은 전통산지와 더불어 로에로, 북 피에몬테주가 원산지인 겜메, 콜리네 노바레시, 코스테 델라 세시아, 카레마, 보카 와인이 다수를 차지해 출신지의 평준화가 돋보였다.
베스트 베르멘티노는 화이트 품종 베르멘티노 와인만 추려낸 것이다. 1위는 토스카나 출신 괄도 델 레 (Gualdo Del Re ) 와이너리의 괄도 델 레 베르멘티노 2021이 가져갔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베르멘티노는 지중해 연안국이 산지의 축을 이룬다. 특히 사르데냐섬과 토스카나 마렘마가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사르데냐섬의 베르멘티노 디 사르데냐 Doc, 베르멘티노 디 갈루라 Docg, 토스카나주의 코스타 토스카나 IGT와 베르멘티노 디 마렘마 토스카나가 메달을 많이 내고 있다. 리구리아주의 콜리 디 루니 베르멘티노( Colli di Luni Vermentino Doc)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 포럼( Sparkling Wine Forum ) 상위 10위를 베네토주 5종의 프로세코가 휩쓸 정도로 베네토주 강세다. 114개의 골드메달 중 베네토가 72개를 , 92개의 실버메달 중 54개를 차지해 독보적 위상을 자랑한다. 한편 베네토가 독주하는 가운데 주마다 이에 질세라 토착품종을 앞세운 독특한 스타일로 맞대응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골드와 실버 메달은 다수 차지했지만 그란골드는 한 개도 얻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람부르스코를 앞세운 에밀리아 로마냐도 골드 메달 13개, 실버메달 11개를 기록했다.
볼카닉 와인(Volcanic Wines Ranking)은 세계 유일하게 본 품평회만 수여한다. 이탈리아는 휴화산, 활화산 지역에서 다채로운 토착품종이 자라고 있다. 원산지보호를 받는 등급와인이 무려 20여 개나 되고 볼카닉 와인 협회도 운영할 정도로 활발하다. 결과는 의외로 피에몬테주의 트라발리니 와이너리의 가티나라 트레비녜 와인 (92점)이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와인은 네비올로 월드에서 이미 2위를 거두었다.
볼카닉 와인은 남부 이탈리아에 집중돼있는데 48개의 골드메달 중 라치오주 27개, 캄파니아 12개, 베네토 11개, 피에몬테와 움브리아가 각각 3개, 바실리카타 2개, 토스카나와 시칠리아주가 각각 1개를 나눠 가졌다.
캄파니아주는 팔레그렐로 비앙코, 알리아니코, 그레코, 피아노, 팔랑기나등 화산 품종의 보고이며 주요 산지는 캄피 플레그레이(Campi Flegrei), 베수비오( Vesuvio), 산니오( Sannio), 아벨리노(Avellino)가 꼽힌다. 라치오주는 말바시아 푼티나타, 시라, 몬테풀차노, 체사네제 품종이 알려졌으며 산지는 로마주변의 프라스카티, 카스텔리 로마니, 체사네제 다필레가 명성이 높다. 베네토의 콜리 에우가네이(Colli Euganei) 언덕은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모스카토 잘로 산지로 알려졌다. 중부의 바실리카타주 불트레 화산이 산지인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Aglianico Del Vulture)와 시칠리아의 에트나 로쏘(Etna Rosso)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고리치아로부터 한 시간 거리 내에 있는 명소들
FVG와 슬로베니아를 동시에 품은 콜리오 와인
고리치아 서쪽은 FVG와인의 메카 콜리오 와인 지역이 자리 잡고 있다. 햇빛이 잘 드는 산허리 비탈면에 1,500헥타르의 포도밭이 들어앉아 있다. 콜리오 언덕은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선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다. 그래서 언덕 서쪽에서 나는 와인은 콜리오, 동쪽 와인은 브르다( Brda)라 한다. 재배품종은 19개 종으로 국제품종과 토착종이 공생한다. 콜리오 토양은 플리쉬(flysch)라 하는데 신생대 3기(5천5백만 년 전~530만 년 전)에 이탈리아를 잠기게 했던 고대 바다와 어류 상호작용의 부산물인 이회토의 일종이다. 석회석과 점토로 된 토양이 와인에 복합적인 풍미와 숙성력을 부여한다. 피노 비앙코, 프리울라노, 리볼라 잘라, 말바시아 이스트리아, 피노 그리조, 리슬링같은 화이트 와인이 이미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콜리오의 미네랄이 스며있는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찾는 애호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커피의 도시- 트리에스테
FVG주 최남단에 위치한 트리에스테는 도시의 넓은 가슴으로 트리에스테 만을 보듬고 있다. 이러한 개방적 형세는 유럽 강국의 침략욕을 유발시켰다. 도시 탄생 이래로 로마제국, 베네치아 공화국, 합스부르크가 왕조가 차례로 군주로 군림했다. 1719년 합스부르크가의 까를 6세 황제가 트리에스테를 면세항으로 승격시켰고 관세 철폐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도시는 일약 지중해 무역의 허브로 부상한다.
자유 무역항이 낳은 풍요로움은 우니타 디탈리아 광장(Piazza Unita D’Italia)에 녹아있다. 도심 곳곳에 흩뿌려진 광장들 중 우니타 디탈리아 광장을 따라 들어선 건물들의 장식미와 귀태는 단연 으뜸이다. 바다에 면한 광장 상부는 아우다체 부두(Molo Audace)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트리에스테 만의 가슴 탁 트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광장 반대쪽의 좁은 길을 벗어나면 보르고 테레시아노(Borgo Teresiano) 구역에 이른다. 걷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만큼 낭만적인 카날 그란데 운하와 반듯하게 닦인 바둑판 길은 쇼핑객들로 붐빈다. 18세기에 이르러 무역으로 부를 쌓은 트리에스테는 도심의 수평 확장이 시급했다. 이에 카를 6세가 인수한 방치된 염전을 그의 장녀 마리아 테레사 여제가 신시가지 설계도에 따라 완성했다.
트리에스테는 커피무역이 활발했는데 이는 카페 Caffe 살롱 문화로 자리 잡았다. 카페는 단지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18세기, 19세기 당대의 문인, 예술가들이 모임을 갖고 시대를 고민하던 지식창고 역할을 했다. 이들 중에 아일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를 들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아퀼레이아
차 속도로 30분 내에 아퀼레이아(Aquileia)가 있다. 아퀼레이아의 고도심 로마 유적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FVG가 베네치아 공화국에 흡수되기 전, 고대에서 중세까지 해가 지지 않는 북 이탈리아의 수도를 자처했다. 아퀼레이아는 젖줄 나티소네 강이 아드리아 해로 접어드는 곳에 위치한 요충지로 육지와 바다 특산물 중개 무역이 발달했다.
도심에서 로마 황제들이 건설한 로마가도가 뻗어나간다. 유네스코로 지정된 로마 유적지에서 출발하는 가도는 2천 년 세월의 때가 낀 돌바닥이 윤을 내고 있다. 이 가도의 명칭은 ‘루리아 아우구스타 가도’로 아퀼레이아에서 출발한 길은 지금의 오스트리아를 거쳐 슬로베니아까지 연결된다. 이 길을 통해 철과 소금이 교역되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 소재한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아순타 성당은 자체만으로도 아퀼레이아 존재이유가 충분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4세기에 중반 테오도로 주교의 지시로 초기 교회가 세워졌고 이후 다수의 전란을 거치면서 붕괴와 재건을 거듭한 끝에 1348년 현재의 구조와 외관이 완성되었다. 종탑을 거느린 로마네스크풍 건물 내부는 성당 설립을 추진했던 테오도로 주교의 역대 업적인 모자이크 바닥이 보존돼있다. 서로마 제국시절, 제국 영토 내 설치된 모자이크 중 규모(750 m2)와 미적가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자이크 주제는 복음서 내용, 기증자들의 초상화, 해독 불가한 일화를 묘사했다.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