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현수의 프랑스 와인여행] (2) 부르고뉴의 숨은 진주 같은 마을 'Morey-Saint-Denis' 여행기
Bonjour! L'automne s'est installé.
며칠 전 아버지 환갑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서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의 마지막 바람이 부는 이 시점, 붉게 물든 단풍과 노을을 바라보면서 마셨던 부르고뉴 와인은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이렇듯 와인은 힘들고 지친 우리의 삶 속에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마현수 소믈리에의 두 번째 와인 여행 이야기 부르고뉴의 숨은 진주 같은 마을 Morey-Saint-Denis를 소개하고자 한다.
Morey-Saint-Denis
모레이 생 드니는 북쪽으로 쥐브리 샹베르탕, 남쪽으로는 샹볼 뮈지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와인 지역에 대한 명성을 누리지 못했다.
특히 프리미에 크뤼를 생각할 때 쥐브리 샹베르탱의 "끌로 생 자크(Cols Saint Jacques)" 샹볼 뮈지니의 "레 자무레즈(Les Amoureuses)"처럼 막상 누구나 알만한 밭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쥐브리 샹베르탱의 와인들이 모레이 생드니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모레이 생드니는 위 두 가지 마을의 특성을 고루 지닌 매력적인 마을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로 레드 피노누아와 소량의 화이트 와인을 샤르도네, 알리고떼, 피노블랑으로 생산한다.
특히 작년에 테이스팅 한 Domaine Ponsot가 알리고떼로 만든 Morey-Saint-Denis Premier Cru Clos des Monts Luisants Vieilles Vignes Monopole Pressée Du Centenaire 2011 빈티지의 와인은 충격적일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고의 화이트와인이었다.
해발 220~270m 사이 동향의 언덕에 자리한 모레이 생 드니는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빌라쥬, 프리미에 크뤼, 그리고 그랑 크뤼인 클로 드 타(Clos de Tart), 클로 드라 호슈(Clos de la Roche), 클로 생 드니(Clos Saint Denis), 클로 데 람브레이(Clos des Lambrays)까지 다채로운 등급이 존재한다.
클로 데 람브레이(Clos des Lambrays) Grand Cru
모레이 생 드니 마을에 위치한 그랑크뤼 클로 데 람브레이는 총 8.84ha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14세기 처음 기록되었으며 1828년에는 75명의 다른 소유주가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네고시앙 루이 졸리(Louis Joly)가 밭의 통합을 시도하였고 현재는 LVMH 소속의 Domaine des LAmbrays가 대부분 8.66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클로 데 람브레이는 모노폴(Monopole)이 아니다. 그 이유는 포도밭 아래 Domaine Taupenot-Merme 소속의 0.22ha의 작은 채소밭이 있었으며, 이곳은 1973년에 다시 포도밭으로 심어져 매년 소량의 피노 누아가 재배된다고 한다.
클로 드 타르(Clos de Tart Grand) Cru
1141년 시토파 수도원의 베르나딘 수녀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이후로 단 4명만 소유자가 바뀌였다. 클로 드 타르는 7.53ha 면적의 가장 큰 "모노폴(Monopole)" 포도밭이다. 현재는 프랑스 그룹인 Groupe Artémis가 Mommessin family로 부터 포도밭을 인수하여 소유하고 있다.
석회암 기반의 토양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최소 빈티지에 따라 10년 이상 숙성이 필요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풍미가 복합적으로 변한다.
도멘 레미 자니아르(Domaine Rémi Jeanniard) 와이너리 방문기
루 뒤몽(Lou Dumont)에 도착한 첫날 감사하게도 박재화 대표께서 직접 가이드를 해주셨다.
현재 총 6.5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도멘 레미 자니아르(Domaine Rémi Jeanniard)는 3개의 마을에 걸쳐 있으며 모레이 생드니, 샹볼 뮈지니, 쥐브리 샹배르탱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레미 자니아르는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20년 동안 아버지 밑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아버지 막셀(Marcel) 은퇴로 인해 Domaine Jeanniard Marcel & Fils로 부터 2004년에 독립해서 지금의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특히 화학 비료 사용을 지양하고, 봄철 가지치기(Spring Pruning)를 진행하고 7월에는 그린 하비스트(Green Harvest)를 실시하여 포도 품질을 향상시킨다. 포도는 직접 선별 손 수확되며, 한 번 더 선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양조는 빌라주의 경우 20% 정도 홀 클러스터(whole clusters)를 쓰며 자연 효모 만을 사용하여 발효된다. 마을 단위의 와인은 30% 뉴 오크를 사용하고, 프리미에 크뤼는 50%, 그랑크뤼의 경우 100% 뉴 오크를 사용한다.
처음 만난 와인 메이커 이자 오너인 레미 자니아르는 수줍은 순수한 소년 같았다. 하지만 와인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 누구보다도 와인에 대한 열정을 그의 눈 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오크통 위에 지도를 펼치면서 소유한 포도밭 들의 떼루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감사하게도 숙성 중인 베럴 테이스팅까지 잊지 못할 시간이었던 것 같다.
Wine Tasting
- Bourgogne Aligoté - Vieilles Vignes 2021
- 품종: Aligoté 100%
- 테이스팅 후기: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입안 가득 채우는 신선한 사과, 배 시트러스 레몬의 과실 풍미와 더불어 기분 좋은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매력적인 와인이었다.
- Morey-St.-Denis, Vieilles Vignes 2021
- 품종: Pinot Noir 100%
- 테이스팅 후기: 강렬했던 2020 빈티지와는 다르게 클래식한 부르고뉴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었다. 즙이 가득 찬 야생 산 딸기, 라즈베리, 빨간 장미 향을 필두로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탄닌이 매력적이었다.
- Morey-St.-Denis Premier Cru, ‘Clos des Ormes' 2021
- 품종: Pinot Noir 100%
- 테이스팅 후기: 블라인드로 테이스팅 했을 때 마치 본 로마네가 연상될 정도로 파워풀 하고 견고함을 느꼈다. 향에서는 검은 장미와, 야생 딸기, 체리 등 신선한 검붉은 과실향이 매력적이었으며, 입안에서는 오리엔탈 스파이스, 오크에서 오는 스모키 한 풍미가 느껴졌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10년 후 숙성됐을 때 다시 한번 더 테이스팅을 해보고 싶다.
이렇게 2시간이 넘는 테이스팅과, 와인 메이커와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떠나려던 참에 레미 자니아르가 준 깜짝 선물 Morey-St.-Denis, Vieilles Vignes 와인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도멘 레미 자니아르(Domaine Rémi Jeanniard) 와인을 맛보시길 추천한다.
마현수 소믈리에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SET Level 3 취득
Court of Master Sommelier, Certified Sommelier 취득
(현) 레스토랑 MUOKI Head Sommelier 근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