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카토 다스티를 모래에 숙성한다고? 바롤로 보다 길게 숙성한 모스카토 다스티
모스카토 다스티를 모래에 숙성한다고? 바롤로 보다 길게 숙성한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 숙성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어두 침침한 셀러가 도전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이 통념을 깨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고 그 덕분에 옛날에는 상상도 못 했던 장소가 숙성실로 촉망받고 있다. 이를테면 심해, 폐광산, 대리석 광산에서 숙성한 와인들이 속속들이 등장해 새 맛에 예민한 소비층을 겨냥한 틈새와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거기다 우물에서 숙성한 와인이 곧 론칭될 거란 소문도 떠돌고 있는 가운데 모래숙성한 와인이 입소문을 타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수혜자가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란 거다. 섬세한 기포에 터지는 화사한 향기가 축제분위기와 딱 들어맞어 파티 와인 검색 순위 상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와인이다. 가볍고 유통권장 기한이 짧은 모스카토 다스티에 변신을 시도한 와인생산자는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서 테누타 발디빌라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바라뇰로Alessandro Varagnolo다.
사실 모래숙성한 모스카토 다스티가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된 지는 최근이나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아스티 지방에 전승되어 온 저장풍습이다. 아스티 지방 집집마다 지하에 음식과 와인을 차게 보관하는 저장고 하나쯤은 두고 있는데 이를 크로틴(혹은 인페르놋)이라 부른다. 바닥 한쪽에는 모래를 뒤집어쓴 모스카토 와인이 차곡차곡 포개져있다. 보통 크로틴마다 우물이 있기 마련인데 우물에서 퍼올린 물을 모래에 뿌리면 물을 빨이들인 모래가 마치 와인더미 사방에 모래벽을 친 효과를 얻게 되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저장한 와인은 명절이나 종교 축일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다.
이 풍습은 가족단위로만 나눠 갖는 사적인 영역에 머물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러다 1989년 알레산드로 보이도란 실험정신이 강한 생산자와 만나 ‘ 카드갈CADGAL프로젝트’로 빛을 보게 되었다. 그는 모스카토 다스티의 정체성이 애매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탈피하려면 차별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에 포함된 포도밭 중 최고령의 모스카토 구획만 떼어내 모래 숙성을 접목시켜 세계 유일한 모스카토 다스티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러다 2023년 카드갈 계획은 전환기를 맞게 된다. 다채로운 와인 경력과 업계에서 실무경력을 쌓은 알레산드로 바라뇰로가 알레산드로 보이도의 후임자로 나서면서부터다. 새 후임자인 바라뇰로는 모래 숙성기간을 5년으로 늘려 모스카토의 단점인 짧은 풍미의 지속기간을 10년까지 연장시켰다.
그가 모래에 거는 기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즉, 메뉴 구성에서 항상 뒷자리를 차지하는 모스카토 다스티를 메뉴 맨 앞 줄에 세워놓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샴페인과 매칭 단짝으로 여겨지는 푸아그라, 블루치즈, 굴은 모스카토 다스티와도 훌륭한 조합을 이루므로 애피타이저 와인으로 적당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모래 숙성실은 일명 모스카토 언덕이라 알려진 산토스테파노 벨보 마을에 있는 테누타 발디빌라 건물 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평균 수령 70년 의 비테 베키아 Vite Vecchia 밭에서 수확한 모스카토로 5천여 병을 빚는다. 병입 한 모스카토를 개당 288병 들어가는 규격 나무 상자에 채운다. 인근 강가에서 채취해 온 모래로 덮은 다음 5년 묵혀 둔다. 규격 상자에 담긴와인은 2019년과 2020년 산으로 조만간 2019년이 출시될 예정이다. 리제르바 와인 만들 때처럼 작황이 뛰어난 해만 선별하기 때문에 2020년을 이을 후속 빈티지는 아직 없다.
70년 고령의 나무에 열린 모스카토는 산도가 과도하고 테르펜 향기 성분의 농도가 높아 특수한 알코올 발효 환경이 요구된다. 온도가 10도로 맞추어진 발효 탱크 환경을 2주일간 유지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5도에 이르면 재빨리 온도를 끌어내려 당도와 산미의 밸런스를 얻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얻은 와인은 산도가 강하고 모스카토 향이 거의 나지 않아 맛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10년을 내다보고 만들기 때문에 최초의 맛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6년은 모스카토 특유의 샐비어, 아카시아, 시트론, 배 향기는 자취를 감췄고 페트롤, 호두, 허브 향이 피어나고 뒷 끝에 매콤한 향기가 감돈다. 단맛은 일반 모스카토 다스티 보다 덜 한 편이고 산미가 혀에 닿은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신맛이 강하다. 숙성력이 좋은 화이트 와인에서 느껴지는 무거움도 지니고 있다.
비테 베키아 외에도 모스카토 다스티 루미네가 있다. 가격이나 스타일이 좀 더 대중적이며 산뜻하고 발랄한 느낌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모래 숙성실 주변에 있는 수령 25년에서 40년 된 밭에서 나온 모스카토로 만들었다. 투명한 레몬 빛 와인에 기포방울이 떠다닌다. 배, 꿀, 리치, 생강, 라임, 샐비어 등 감미로운 향이 코를 스친다. 소량의 기포가 혀에 닿는 순간 상큼함이 터진다. 병을 다 비울 때까지 계속 마시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기 힘든 와인이다.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