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와인 커뮤니케이션] 프랑스 부르고뉴의 로마네 꽁티 와인, 뉴질랜드 아타 랑키 와인(Ata Rangi Wine)
2024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급속도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가져왔지만, 유독 뉴질랜드 와인이 국내의 어려운 와인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특히 와인 애호가들이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 와인의 가격이 고가로 판매되면서 대체 피노누아 와인으로 뉴질랜드로 눈을 돌렸다.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만든 떼루아로 유기농 와인 비율이 96%이며, 특히 가성비가 좋아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뉴질랜드 와인은 안성맞춤이었다.
필자는 4번의 뉴질랜드 와인 투어를 갔지만, 빈번히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는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작년 4월에 운 좋게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를 방문한 것도 행운이었지만, 창업자 클라이브 패톤 필 파티에(Clive Paton and Phyll Pattie)의 큰딸 바네사 패톤(Vanessa Paton)과 양조 책임자 헬렌 마스터스(Helen Masters)를 만나서 함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의 역사, 와인 양조 철학을 직접 들으면서 왜 프랑스 부르고뉴 로마네 꽁티 와인인지를 해답을 찾았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마틴버러지역의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로 가는 길은 짙은 안개가 자욱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고의 피노 누아 와인, 뉴질랜드에서 프랑스 부르고뉴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 와인으로 알려진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를 찾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기대감이 컸고, 가슴이 설렜다.
부정적인 인식, 역경을 극복하고 뉴질랜드 최고의 피노누아 와인으로 새로운 시작!
1980년 클라이브 패톤(Clive Paton)과 여성 양조가 필 파티에(Phyll Pattie) 부부는 북섬의 남부 마틴버러(Martinborough) 도심지 외곽에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클라이브 패톤은 자신이 애지중지한 소 떼를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누구도 돌보지 않은 규모가 작고 돌이 많은 양 방목지를 샀을 때 친구들의 반대도 심했다. 또한, 첫 포도나무를 피노 누아로 선택하고, 심었을 때 주변의 양조가들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미친 짓이라고 했다.
클라이브 패톤은 1978년에 뉴질랜드 환경부처가 연구한 환경과학 보고서를 우연히 읽었는데, 마틴버러(Martinborough)지역은 프랑스 부르고뉴와 비슷한 미세 기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친구, 양조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다. 또한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건조한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기후로 강수량은 700mm로 아주 좋은 천혜적인 떼루아, 북동쪽으로는 깊이 25m의 자유 배수 충적 자갈 테라스가 둘러싸고 있는 토양,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한 서늘한 기후, 그리고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어 시장성도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와이너리를 운영할 자금이 부족하여 포도나무 묘목, 와인 양조 시설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왔다. 어쩔 수 없이 포도나무 줄 사이에 호박, 마늘 등을 심어서 채소 시장에 팔면서 겨우겨우 와이너리를 유지했을 만큼 고난의 시간이었다.
Ata Rangi는 "새벽하늘" 또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마오리족의 언어로 희망을 비추는 단어라고 믿었다. 클라이브 패톤(Clive Paton)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도메인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의 피노 누아 포도 품종을 뉴질랜드에 처음 심었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 후, 30년이 지난 2010년에 뉴질랜드 최고의 피노 누아 와인으로 인정받았고 수상하면서 자기 기도, 믿음이 성취되었다고 했다.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는 마틴버러(Martinborough) 주변을 둘러싼 총 32헥타르에 달하는 14개의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SWNZ(Sustainable Winegrowing of New Zealand)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2014년 완전한 ISO 14001 유기농 와인으로 인증받았다. 포도밭을 30년 이상 관리하는 동안 살충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그 대신에 잎 말벌 애벌레 방제를 위해 약탈성 말벌과 같은 생물학적 옵션을 채택했다. 대규모 퇴비는 포도원 '폐기물'인 포도 줄기, 껍질, 씨, 효모 찌꺼기로 현장에서 만들어 사용했으며, 포도밭에 이로운 곤충과 조류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혼합된 토착 방풍림과 포도밭 줄 사이에 야생화를 심었다.
맬컴 아벨 포도 품종의 숨겨진 역사를 밝히다.
'아벨' 폳품종 클론에 관한 아주 재미있는 스토리에서 우연이 필연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70년대 오클랜드 국제공항에서 근무했던 세관공무원 맬컴 아벨(Malcolm Abel)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1980년 클라이브 패톤(Clive Paton)은 피노 누아 포도 품종 묘목을 찾던 중에 친구였던 닐 맥컬럼(Neil McCallum)로부터 오클랜드 포도원을 운영하는 멜컴 아벨(Malcom Abel)라는 사람이 흥미로운 피노 누아 클론을 재배하고 있다는 제보받고 오클랜드로 갔다. 피노 누아 클론을 심고 1년 후에 우연히 피노 누아 클론의 진실은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 청년이 프랑스 부르고뉴의 도메인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 포도밭 십자가 앞에서 사진도 찍고 포도밭으로 들어가 몰래 포도나무 가지를 꺾어서 부츠 안에 숨겨서 오클랜드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려다가 세관에 결렸다. 이때 세관공무원이었던 멜컴 아벨(Malcom Abel)은 불법적으로 피노 누아 포도나무 가지를 가로채 자신의 포도밭에 심었는데 기대한 것만큼 좋은 와인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에서 피노 누아 포도 품종을 부탁했을 때 미련 없이 묘목을 주었다.
클라이브 패톤와 필 파티에(Clive Paton and Phyll Pattie)부부는 30년간 와인 사업을 성장시킨 후에 2018년 큰딸인 바네사 패톤(Vanessa Paton)에게 와이너리를 모두 맡기고‘부쉬 블록(Bush Block)’수목원에서 75,000그루의 다양한 나무를 돌보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악자전거로 하이킹을 즐긴다.
2003년부터 뉴질랜드의 명성 있는 여성 양조가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헬렌 마스터즈((Helen Masters)가 와인 양조를 책임지고 있다. 헬렌 마스터즈((Helen Masters)는 남편 벤(Ben)과 함께 마스터즈 빈야드(Masters Vineyard)를 소유하고 있다. 2024년 매력이 넘치는 젊은 여성 케이티 카메론(Katie Cameron)은 헬렌의 보조 양조가로 합세했다.
현재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는 시라,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그리, 리슬링 등의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호주, 미국, 영국, 유럽, 홍콩, 싱가포르, 한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8개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피노 누아 와인을 소개한다.
첫째, 아타 랑기 코팅가 피노 누아 2020 한정판(Ata Rangi Kotinga Pinot Noir 2020, Limited Release) 2020년 빈티지는 뉴질랜드 마틴버러의 최고 빈티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유명하다. 밝고 아름다운 체리 색으로 아로마는 체리, 붉은 건포도, 자두, 바닐라, 초콜릿 등의 향이 나며, 마셔보면 신비로운 산미의 향연, 부드러운 타닌의 화려한 복합미와 균형감이 일품이며, 자몽의 풍미가 입안에 가득하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갈비 숯불구이,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둘째, 아타 랑기 맥크론 피노 누아 2020(Ata Rangi McCrone Pinot Noir 2020, Limited Release) 2020년 빈티지는 아타 랑기 코팅가 피노 누아 2020 한정판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 마틴버러의 최고 빈티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와인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밝고 아름다운 체리 색이며, 아로마는 바이올렛, 장미 꽃잎, 달콤한 라즈베리, 향신료, 붉은 꽃, 체리 등의 향이 나며, 마셔보면, 허브와 미네랄의 풍미가 일품이며, 타닌이 윤기가 있으면서 대담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의 균형감이 탁월하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갈비 숯불구이, 양고기구이 등을 추천한다.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210여편을 발표하였다. 2001년 한국의 워터 소믈리에를 처음 도입하여 워터 소믈리에를 양성하여 '워터 소믈리에의 대부'고 부른다. 2000년부터 보이차에 빠져 운남성 보이차산을 구석구석 20회 이상 다니면서 보이차의 진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