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와인 생산자들을 돕기 위해 나선 미국 워싱턴주 와인 업계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와인 업계, 2024년 극심한 한파로 피해 발생

2025-01-17     유성호 기자

2024년 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와인 산업은 극심한 한파로 90%의 포도 작물이 손실되는 재난을 겪었다. 이로 인해 브리티시컬럼비아 와인 업계는 미국 워싱턴주 와인 생산자들과 협력하여 긴급히 포도를 수입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식음료전문매체 푸드앤와인지에 따르면 작년 1월, 일명 ‘달빛 없는 다섯 밤(five moonless nights)’이라고 불린 한파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오카나간 밸리를 강타하면서 수많은 포도 나무들이 얼어 죽었다. 오카나간 밸리는 캐나다 와인 전체의 약 86%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이로 인해 지역 와인 생산자와 관련 산업은 약 3억 2,770만 달러(한화 약 4,780억 1,6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반면, 미국 워싱턴주는 2023년 대풍작으로 포도가 남아돌고 있었다. 또한, 지역 최대 와인 생산업체인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이 포도 구매량을 40% 줄이면서 과잉 공급이 발생한 것이다. 워싱턴 와인 재배 협회(Washington Winegrowers Association)의 전무 이사인 콜린 프라이(Colleen Frei)는 “우리 지역은 훌륭한 토양과 풍부한 물 공급 덕분에 매년 좋은 수확을 내고 있다”라며 설명하며 캐나다 와이너리들이 필요로 하는 포도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었음을 밝혔다.

워싱턴주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돕기 위해 규제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8페이지 분량의 지침서를 발행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위치한 라이트닝 록 와이너리(Lightning Rock Winery)의 오너 론 쿠벡(Ron Kubek)은 워싱턴주 타가리스 와이너리(Tagaris Winery)의 수석 와인 메이커 프랭크 로스(Frank Roth)와 함께 워싱턴주의 여러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하여 계약을 성사시켰다. 쿠벡은 “미국 생산자들의 환대를 놀라웠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워싱턴주의 유명 포도 농장 중 하나인 앤드류스 패밀리 빈야드(Andrews Family Vineyard)도 협력에 나섰다. 오너 제프 앤드류스(Jeff Andrews)는 “우리는 4세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해온 농장으로, 환경과 품질에 대한 책임감을 중요시한다”라고 말하며 “캐나다 와이너리들에 고품질의 포도를 제공한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 포도로 만든 와인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몇 달이 걸렸고, 그동안 많은 와이너리는 정부의 도움이 없이 자체적으로 계약을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와이너리는 재정난으로 인해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포도 재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평균적으로 1에이커 당 약 5만 캐나달러(한화 약 5,060만 원)이 들며, 완전한 생산력을 회복하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브리티시컬럼비아 와인 산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2031년이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위치한 헤이와이어 와이너리(Haywire Winery)의 오너 크리스틴 콜레타(Christine Coletta)는 이번 위기 속에서도 “캐나다는 항상 회복해왔고, 우리는 끈기있는 민족이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이웃 국가 간의 협력은 와인 산업의 회복뿐 아니라 북미 와인 문화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