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바롤로 신발견] ⑦ 마테오 아스케리의 언플러그드 바롤로

2025-02-04     백난영
마테오 아스케리- 슬로푸드의 본산지 브라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바롤로 생산자이며 바롤로 경계 밖에서 라이브를 펼치고 있는 언플러그드 맨이다. 현란한 기계음이 배제되면 가수의 가창력이 드러나듯 와인에서 인공적인 요소를 떼어 내면 자연음성을 낸다고 믿는다

작년 늦가을 SNS에 올라온 통기타 연주가 바이럴을 탄 적이 있다. 약 2분 길이의 영상으로 수 십 명의 기타 연주자들이 영화 클래식의 OST 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합창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잔잔한 기타음에 실려온 곡조가 울려 퍼진 곳이 서울 한복판이었다는 공간설정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전기의 굉음이나 기계 조작음에 익숙한 우리의 귀에 그날 연주는 가식에 가려진 본질을 들여다 보라는 메시지 같아 신선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브라(BRA) 시에 거주하는 마테오 아스케리는 바롤로 업계의 통기타 연주자다. 현란한 전기음이 배제된 통기타 연주는 가수의 가창력을 드러나게 한다. 마찬가지로 와인이란 음악에서 인공적인 것을 떼어 내면(언플러그드) 자연의 음성과 대면하게 된다.

마테오는 남들이 짜놓은 정형화된 틀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가 세운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라이브 연주하므로 그는 언플러그드 가수다.

먼저 마테오의 라이브 무대는 브라BRA다. 남 피에몬테주 로에로 지역에 소재한다. 그의 주업은 바롤로 생산이나, 여러 공정들은 (양조, 숙성, 병입) 지정된 장소를 벗어난 로에로에서 이루어진다. 로에로는 남 피에몬테주의 젖줄로 알려진 타나로 강을 사이에 두고 랑게와 대칭한다. 로에로와 랑게는 품종이나 풍토가 유사하여 둘은 종종 비교된다. 두 지역은 각자 중심지를 두고 있는데 랑게는 알바, 로에로는 브라다.

브라는 슬로푸드 운동의 발상지이자 슬로푸드가 격년으로 주최하는 치즈 Cheese 행사의 무대다. 물줄기가 갈라놓은 두 도시는 수많은 번영과 쇠락을 겪으며 고유의 영역을 키워왔다. 알바는 화이트 트러플과 와인, 브라는 느림 속의 휴식, 치즈, 미식으로 존재감을 드높였다.

마테오의 조상들은 브라에서 남방향으로 10km 거리에 있는 아스케리라는 마을에서 잔뼈가 굵은 포도농이었다. 그래서 성씨인 아스케리도 지명에서 따 온 것이다. 브라로 옮긴 건 와인 판매를 위한 활로를 찾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와인 사업의 성패도 물류였다. 19세기말 브라는 토리노에서 브라-알바를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되어 물류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토리노는 이탈리아 왕국을 일으킨 사보이 왕실의 정궁이 있고 자동차 산업 번성으로 인해 거대한 소비시장이 형성돼있었다. 한 시간 정도면 토리노 중심가에 와인이 도착했고 여기서 뻗어나간 철도망을 통해 이탈리아 곳곳에 유통되기까지는 시간문제였다. 당시 브라에는 20여 개의 와인 네고시앙이 번창했다고 한다.

아스케리 와인을 장식하는 로고도 이때 등장했는데 이와 관련된 일화는 네고시앙으로의 신분 상승을 의미했다. 한 번은 마테오의 아버지가 친척의 연줄을 통해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에게 바롤로 와인 6병을 선사한 적이 있었다. 왕은 이 선물이 흡족했는지 18세기 그림을 하사했다. 프랑스 화가의 작품으로 당시의 직업을 묘사한 연작 중 하나다. 그림 속 직업은 양조가인데 묘사 방식이 코믹하다. 그의 어깨에는 오크통 지게가 걸려있고 치마처럼 두른 오크통에서는 와인이 쏟아진다. 서가에 책이 꽂힌 모자를 쓰고 있는 주인공은 와인을 만들려면 지식이 풍부해야 함을 비유한 것이다.

마테오와 로고

마테오의  초창기

1988년 마테오가 가업을 막 물려받은 직후다. 1세기 동안 가족의 활동 무대였던 브라를 떠나 고향으로 귀환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트럭이 물류흐름을 주도하는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철도 근접성이란 매력은 퇴색한 지 오래였다. 거기다 1966년 바롤로 와인 지역 경계가 지정된 이래 생산자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었다. 아스케리는 오래전부터 바롤로를 생산한 경력을 인정받아 예외 규정 혜택을 받고 있었다. 고향인 아스케리는 바롤로 경계 안에 있어 이전하면 밭의 관리가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건물 신축에 동반되는 폐기물 증가, 땅 자원의 훼손, 탄소배출량 증가등 이미 악화된 생태계에 수저를 올려놓는 것 같았다. 그는 브라에 남기로 했고 대신 물려받은 1950년대 건물을 개조하는 식으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마테오의 이런 자세는 그의 밭에 대한 시각에서도 나타난다. 아스케리가 소유하는 경작지는 40헥타르인데 총면적 대비 포도밭 비율을 동결하기로 했다.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와인을 덜 마시는 추세이고 와인은 더 이상 필수식품이 아니라 기호식품이라는 그의 소신을 반영한 거다. 특히 바롤로 와인은 이 추세에 예민하다. 선택과 집중원칙으로 소량이지만 품질을 끌어올리면 바롤로의 가치는 배가된다. 아스케리는 유기농 인증과 SQNPI (이탈리아 주 별로 정한 지속가능한 농업 인증서)를 획득했고 자연을 훼손하는 화학 제품과 첨가제 사용을 배제한 지 오래다.

마테오의 아날로그 인간관계

마테오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한다. 직원이 47명인데 대부분이 정규직인 것과 궤를 같이한다. 가족관계 나아가 직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직, 수평관계도 언플러그드 와인 만드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브라의 지역특성을 활용해 와인과 휴식을 연계시킨 호텔과 레스토랑도 같은 선상에 있다.

와이너리의 1년 달력은 포도성장 사이클이 결정한다. 겨울과 싹이 트고 꽃피는 봄은 한가하고 수확기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계절별로 필요한 사람 수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인력균형을 맞추기 위해 협동조합에 의뢰한다. 하지만 아스케리는 13명이 고정적으로 관리하며 이들 중 절반이 정식으로 채용됐다. 사람이 바뀌면 포도도 스트레스 밭고 일의 지속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포도밭 매뉴얼에 따라 직원의 능력과 일한 기간에 따라 체계적으로 현장지식을 배운다. 1년 수습기간을 갖은 뒤 능력에 따라 승진도 한다. 경험상 남성 대 여성 비율을 7:3으로 했을 때 효율성 픽크를 찍었다고 한다. 이렇게 밀착식 관계를 형성하면 포도의 아날로그 본성이 발현된다는 확신이섰다.

양조부서 헤드를 맡고 있는 줄리아노 베디노는 1996년에 입사했다. 그는 자체 연구실을 마련해 외부 컨설팅 의존도를 대폭 줄였다. 단계별로 품질을 점검하고 양조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 와인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확신 때문이다. 유일하게 정직원이 아닌 사람은 포도밭 책임자인 에도아르도 몬티첼리 영농전문가다. 그는 1999년 이래 토양 분석 및 품종 선택, 밭 별 미세기후, 지속가능한 농법등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아함, 자연에서 얻어진 농축미, 균형감 있는 와인의 전제조건들

아스케리 포도밭은 지역 고유성과 미세환경을 토대로 품종선정에 차별을 두었다. 랑게 언덕은 토착 레드 품종(돌체토, 네비올로, 바르베라) 위주의 전통풍미 재현에 집중했다. 한편 토양 나이가 젊은 로에로 언덕은 마테오의 자유로운 성향을 반영해 실험적 성격의 외래 품종을 이식했다. 이에 따라 포도밭을 세 군데 포데리(Poderi)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포데리는 피에몬테식 전통 농가를 뜻하며 포데리 디 세라룬가 달바, 포데리 디 라모라 & 베르두노, 포데리 디 브라가 있다.

앞서 말한 내용들은 우아함, 농축미, 균형감 있는 와인을 얻기 위한 전제조건들이다. 농축미는 오크숙성이나 어떤 개입에 의한 인공적인 맛이 아니라 포도의 건강상태나 입지조건이 결정한다. 우아함과 균형은 알코올, 산도, 타닌이 어우러져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포데리 디 브라(Poderi Di Bra)- 쉬라, 비오니에의 실험장>

브라 동방향으로 로에로 언덕 첫 자락에 자리 잡은 265~305미터의 구릉지다. 일명 몬타루파라 하는데 정남향에 모래, 자갈, 석회석 혼합토로 모래 비중이 높아 배수력이 뛰어나다.

1990년까지만 해도 피에몬테주는 쉬라와 비오니에 품종의 불모지였다. 프랑스 북부론 와인을 흠모하던 마테오는 몬타루파에 실험밭을 조성하기로 했다. 식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품종은 풍토에 적응했고 다섯 번째 해에 시판해도 될 정도로 품질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두 품종은 피에몬테 재배 허용 목록에 등록돼있지 않아 테이블 와인으로 출시했다. 이후 사용 승인이 나 랑게 등급을 받았고 비오니에는 랑게 비앙코로 쉬라는 랑게 로쏘 라벨로 출시되고 있다.

랑게 비앙코 몬타루파 Langhe Doc Bianco Montalupa 2021 – 살구, 리치 같은 달콤한 과일, 송진, 바질, 허브, 아몬드의 향기로움이 봄의 전령인 듯하다. 화사함 속에는 경쾌한 산미의 직선적 개성, 단단한 구조를 품고 있는데 최소 15년 최대 20년의 숙성잠재력을 암시한다. 90분 정도 흐른 뒤 다시 시음했는데 첫 번째 향을 유지했고 입안에 한층 중후한 맛이 돌았다. 이런 느낌들은 6개의 바롤로 와인을 시음한 후에도 유사했는데 시음전 감각을 깨우거나 무거운 와인 시음 뒤 입맛을 정리하는데 좋을 것 같다.

랑게 로쏘 몬타루파 Langhe Doc Rosso Montalupa 2020 - 3년 보테 숙성했고 쉬라품종이란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분명 쉬라가 아니다. 농축된 맛의 네비올로라 할까! 체리, 딸기, 오래된 셀러에 스며있는 발효향, 바이올렛, 장미향과 돌가루향이 별처럼 쏟아진다. 과즙의 촉촉함이 혀를 감싸며 알코올이 14.5도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산도는 청량감이 살아있다. 타닌결이 매끄럽고 모든 맛을 조화롭게 모아 주는 밸런스도 독보적이다.

<포데리 디 라 모라 & 베르두노- 아스케리의 요람>

바롤로 지역의 북동과 북서에 해당한다. 네비올로, 바르베라, 돌체토, 펠라베르가 등 토착레드 품종을 기반으로 한 아스케리의 시그니처 와인의 요람이다.

메토도 클라시코 스푸만테 Ascheri Metodo Classico – 메토도 클라시코는 섬세하고 매끄러운 기포를 얻는 2차 병숙성 공정에 샴페인 방식을 도입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품종을 달리해 토착종 네비올로가 주원료다. 원료가 레드품종이라 색이 핑크빛일거란 선입견은 금물이다. 화이트 와인의 투명한 노란빛이 돈다. 마테오에 따르면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네비올로는 스파클링 타입으로 소비됐다고 한다. 당대의 양조덕후인 팔레티 후작 부부와 카밀로 벤소 카브루 백작이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건디에 유행하던 양조기법을 네비올로에 적용해 지금의 바롤로로 진화했다고 한다.

바롤로 밭에서 자란 네비올로는 수확 3~4주 전에 육안검사를 통해 두 종류로 분류된다. 수령이 어리거나 햇빛을 덜 받은 송이 아랫부분은 제거되는데 이를 샴페인방식으로 만들었다. 작고 투명한 방울들은 일직선으로 상승한다. 방울은 한 번도 줄을 이탈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향기를 실어 나른다. 버터 빵, 견과류, 아몬드, 쿠키의 달콤함이 느껴지며 시트론, 라임의 경쾌한 향이 여운을 길게 끈다. 기포는 매끈함으로 입안을 감싼 뒤 산도의 상큼함에 명멸한다. 네비올로는 향기보다는 탄탄한 구조감과 여운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스케리의 바롤로는 ‘한 밭을 한 병에’가 원칙이다. 완숙기가 제각각인 포도의 본성을 담기 위해 수확하는 순서로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오크통은 슬라보니아산 보테를 사용하며 바롤로 숙성기간은 18개월이다. 필자가 시음한 바롤로는 2021 빈티지로 숙성의무 기간을 마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롤로에 지정된 MGA는 4군데나 작황을 토대로 출시할 바롤로를 결정한다. 빈티지가 월등하다고 판단되는 해는 싱글빈야드로 분류해 한정판 바롤로 4종을 내놓는다. 예를 들면 2017, 2018, 2022, 2023년 빈티지는 작황이 기대에 못 미치자 블랜딩하여 클래식 바롤로로 통일했다.

바롤로 Docg. Barolo Docg 2021- 개성이 각기 다른 MGA를 정교하게 블랜딩 했다. 라즈베리, 스파이스, 체리, 장미의 청초함, 살짝 건조했을 때 바이올렛의 그윽한 향이 매력 포인트다. 타닌이 순하여 여린듯한 매력을 발산하며 산미가 은근한 쾌감을 준다. 타닌, 산미, 알코올이 밸런스를 이루어 젊은 네비올로의 풋풋함을 만끽할 수 있다. 2021년 빈티지부터는 라벨 디자인이 바뀐다.

바롤로 Docg 피사폴라. Barolo Docg Pisapola 2021- 피사폴라 단일밭은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오직 두 군데 와이너리가 출시하는데 그중 한 곳이 아스케리다. 더욱이 토양이 석회석 결정(vena di gesso formation)질인 것도 희귀성을 배가시킨다. 오직 바롤로 북부에만 분포하는데 석회석 내부에 화학변화가 일어나 이에 반응하여 생성된 투명한 결정체다.

타닌의 농도가 짙어졌고 미각을 사로잡은 긴장감 역시 상승했다. 장미, 바이올렛, 달큰한 블러드 오렌지, 라즈베리, 민트 등 피노 누아의 우아한 개성이 도드라진다. 산미는 살포시 미각을 적시며 붉은 과일 내음을 서서히 풀어놓는다. 입안을 촉촉하게 적시는 산도와 어우러진 미세한 타닌 떨림이 세련된 기풍을 보여준다. 여인의 청초함 같은 향기 속에 꼿꼿한 중심의 동시성을 지닌다.

바롤로 Docg 아스케리. Barolo Docg Ascheri 2021- 아스케리 출발의 모체가 된 장소로 그만큼 대표성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와인이다. 피사폴라 밭에서 시속 50km 기준으로 2분 거리에 있다. 아스케리를 포함한 3군데만 출시한다는 희귀성 역시 존재감을 높인다.

남서향, 토질에 점토와 석회석의 두드러짐은 구조에 밀도감과 흙, 흑연 같은 토양기반의 개성을 입힌다. 장미, 체리, 블랙베리, 흑자두의 농익은 달콤함, 타바코, 꽃다발, 유칼립투스 여운이 스며있다. 경쾌하면서도 밸런스 잡힌 산미가 발산하는 몰입감도 압권이다. 치밀한 타닌, 입안에 번지는 긴장감 또한 미디엄 바디의 풍성함과 복합미를 선사한다.

<포데리 디 세라룬가 달바 Poderi di Serralunga D’Alba- 숙성력의 상징>

아스케리 밭에서 동남쪽 바롤로 마을을 향해 10km 전진하다 세라룬가 달바 푯말이 서 있는 사거리에서 시작되는 산등성을 두세 번 넘으면 소라노 밭이 등장한다. 토양을 미세한 모래, 석회석, 미사가 빽빽이 채우고 있어 와인은 다층구조의 보디와 복합미가 시너지를 이룬다. 소라노 밭은 숙성력이 뛰어난 두 종의 바롤로를 낳는데 동명의 바롤로와 코스테 & 브리코 바롤로다.

바롤로 Docg 소라노 Barolo Docg Sorano 2021- 유칼립투스, 라벤더, 붉은 장미, 버섯, 젖은 흙, 타바코 등 선이 굵은 아로마가 임팩트를 터트린다. 빈틈없이 채워진 타닌이 골격을 형성하여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기품 있는 바디에 긴 여운까지 곁들여져 세라룬가 달바의 진가를 보여준다.

바롤로 Docg 코스테 & 브리코 Barolo Docg Coste & Bricco 2021- 통상적으로 바롤로의 최고 입지조건은 햇빛의 양과 고도가 좌우한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소라노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코스테)과 언덕정상(브리코)을 조합해 궁극점을 지향하고 있다. 발삼, 감초, 유칼립투스, 정향, 바이올렛 꽃다발을 은은하게 피운다. 소라노란 한 몸을 공유하지만 여기에 전혀 다른 개성이 교차한다. 산미로 인해 촉촉한 질감을 갖게 된 타닌과 정교한 짜임새는 아스케리 타닌을 떠올리게 한다. 화사한 과일 캐릭터는 부족하지만 차분하고 감미로운 속성들이 로맨틱한 감성을 자극한다.

바롤로 Docg 코스테 & 브리코 Barolo Docg Coste & Bricco 2007- 타르, 버섯, 트러플, 가죽, 타바코, 농후한 스파이스, 달인 한약내음, 흑연, 페트롤이 올라온다. 산도는 빠르게 미각을 스치며 신경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바디를 하나로 모아주는 집중감이 뛰어나며 숙성에 의해 다듬어지고 정교해진 타닌을 감상할 수 있다.

치즈와 슬로 푸드 본고장과 도심 리조트의 만남

바롤로를 방문하는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바롤로와 하나 되는 휴식을 꿈꾼다. 하지만 바롤로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지정돼있어 휴식과 와인 여행을 결합한 복합공간이 마땅치 않다. 언덕이란 공간 제한과 농가를 개조한 소규모 숙박이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스케리 가족은 프라이빗한 공간을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도시 인근이나 주변이 아니고 브라 도심의 이점을 살린 와인 리조트를 론칭했다. 우선 백 년의 숙성향이 서려있는 셀러 위에 호텔 건물을 세웠다. 물론, 스카이라인 제한을 지켜 층 수를 5층이하로 낮추었고 건물외관도 주변의 주택가와 상응하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37개의 객실을 갖추었고 인테리어는 흙, 벽돌, 금속의 거친 느낌과 색상의 일치를 통해 자연의 품을 재현했다.

룸마다 전망 좋은 벽에 설치한 랜드마크 감상용 투명 유리볼, 로비층을 통유리로 설치해 시원한 전망과 실제보다 넓게 보이는 구조로 편안함을 증폭시켰다. 최근에는 스파를 개장해 랑게와 로에로에 유일한 웰빙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호텔 옆 지하에 들인 스파는 야외욕, 핀란드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 멀티센소리얼 룸, 냉탕을 구비하고 있다.

무리베끼 오스테리아(Murivecchi Osteria)는 미식 본산지 브라에서도 5위 안에 드는 맛집이다. 원래 1층은 마구간, 2층은 가족 침실과 볏단을 쌓아두던 장소인데 리모델링을 거쳐 1993년에 개장했다. 피에몬테 음식을 선보이며 매주 메뉴가 바뀐다. 개장 당시 파인다이닝이 이탈리아를 휩쓸고 있었지만 마테오는 트랜드보다는 캐주얼하고 친근함에 마음이 끌렸다. 그러나 식재료와 레시피 선택과정은 집요하고 철저하다. 지역 내 농산물을 전통 레시피에 근거한 전통맛을 추구한다.

이곳 명물은 타야린과 뇨끼다. 타야린은 전통 수제 파스타로 모든 과정에 손품이 들어간다. 매주 화, 수요일은 타야린 데이로 정해 일주일 분량을 만든다. 뇨끼는 감자와 밀가루를 황금비율로 만든 감자 옹심이 같이 동글한 파스타다. 보관이 어려워 매일 준비하는데 감자가 솜사탕을 만난 식감을 자랑한다. 평일에도 만석이니 예약은 필수다.

주소-Via G. Piumati,23-12042 Bra(CN) Piemonte, Italy
웹사이트- https://www.ascherivini.it/en/

와이너리 내부

 


백 난 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