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104) 저속米(미)화 저속노화
작년부터 저속노화(Slow Aging) 식단이 유행하고 있다. 저속노화란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삶을 오래 유지하자는 뜻으로,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저속노화 식사법으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노년내과 전문의인 정희원 교수가 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항산화 식품의 섭취, 과식이 아닌 소식 실천 등 사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식사법은 아니다.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대시(DASH) 식사법의 장점만 합친 새로운 MIND 식사법으로 정리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물론 식사법 하나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건강한 식사법 외 건강한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맨 처음 언급하는 것이 바로 ‘밥’이다. 정확히 백미에 현미, 잡곡, 콩을 혼합한 ‘잡곡밥’부터 이야기한다. 그만큼 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속노화 식습관의 핵심은 통곡물에 콩, 채소, 과일, 견과 등을 섭취해 혈당 지수를 낮추고, 단순당의 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혈당 관리, 즉 혈당 스트라이크를 줄이는 것이다.
혈당이란 혈액 내 포도당의 일정 농도를 말하는 것으로 평균 100ml/dl 정도 존재한다.
혈당 스파이크란 급속히 혈당이 상승하는 것으로 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인슐린은 근육에 저장되지만, 급격히 과도하게 분비된 인슐린은 근육에 저장되지 못하고 지방이나 간으로 흡수되게 되는 이것이 가속노화가 되는 이유다. 그래서 가속노화의 주범은 설탕이나 시럽과 같은 단순당, 정제된 곡물과 과도한 탄수화물의 섭취다.
식품업계에서도 이에 편승한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정 교수와 협업한 ‘저속노화 간편식 5종’을 출시했고, CJ에서는 렌틸, 귀리, 현미, 백미를 4:2:2:2의 비율로 혼합한 햇반을 출시했다. 이 외에도 당을 낮추거나, 난소화성 말토 덱스트린을 사용해서 급격한 혈당의 상승을 막는 등의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굳이 이런 제품을 사 먹지 않아도 저속노화에 도움 되는 밥은 손쉽게 지을 수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밥 짓기 방법과 종류는 다음과 같다.
① 잡곡과 현미의 혼합 밥
현미와 다양한 잡곡(흑미, 귀리, 수수 등)을 섞으면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진다. 잡곡에는 폴리페놀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돕고 염증 반응을 줄여준다.
이상적 비율: 백미(20%) + 현미(20%) + 귀리(20%) + 렌틸 또는 병아리콩(40%)
※ 팁: 소화가 부담스러우면 현미를 미리 물에 1~2시간 정도 충분히 불려 소화율을 높일 수 있다. 현미가 먹기 힘든 사람은 5분도미로 바꾸거나, 그 양을 줄여 조금씩 늘려나간다.
② 저항성 전분을 높이는 식힌 밥
밥을 지은 후 식히면 탄수화물의 일부가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으로 전환된다. 저항성 전분은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돕고 혈당 상승을 완화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따라서 냉장 또는 실온에 식힌 밥을 활용하면 건강한 노화를 위한 혈당 관리와 장 건강에 유리하다.
※ 팁: 밥을 지은 뒤 약 1시간 이상 냉장 보관하거나, 샐러드나 김밥 등 차가운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③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강황 밥
강황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커큐민이 들어있다. 커큐민은 노화의 주요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세포 보호와 염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다. 밥을 지을 때 강황 가루를 첨가하면 밥의 항산화 기능을 간편하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먹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정 교수도 이야기하고 있다. 소화가 어려운 사람이나 고령자는 차라리 백미를 넣고 밥을 지어먹으라고 한다.
한 번쯤 책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