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된장과 맛 달라" 우주에서의 '미소 발효 연구' 눈길

2025-04-15     전은희 기자

과학자들이 미소 된장의 발효 과정을 지구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비교 연구하면서, 우주 환경이 맛, 질감, 미생물 구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우주에서 발효된 미소 된장은 색이 더 짙어졌고, “고소하고 구운 듯한” 맛이 났으며, 이는 높은 온도와 증가된 피라진(Pyrazine)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우주 속 미생물의 적응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구 생명체를 우주로 옮기는 것에 대한 윤리적 질문도 제기하며, 장기 우주 임무를 위한 새로운 식문화 가능성도 시사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은 인류의 미래 우주 탐사를 위한 다양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그중에는 우주 장거리 비행 중 혹은 지구에서의 음식의 맛을 개선하려는 연구도 포함된다.

2024년 4월, 연구진은 iScience 저널에 "Food Fermentation in Space(우주에서의 음식 발효)"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지구(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와 덴마크 코펜하겐)와 우주에서 발효한 미소 된장 사이의 맛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동일한 미소 스타터를 사용한 된장 세 배치를 준비해 각기 다른 세 장소(ISS, 케임브리지, 코펜하겐)로 보냈다. (사진=Cell Press)

연구진은 동일한 미소 스타터를 사용한 된장 세 배치를 준비해 각기 다른 세 장소(ISS, 케임브리지, 코펜하겐)로 보냈다. ISS와 케임브리지에서 발효된 된장은 각각 환경 감지 장치가 장착된 상자에 넣어 온도, 습도, 방사선 수치 등을 모니터링했고, 코펜하겐의 된장은 일반 용기에 담겨 대조군으로 활용되었다.

30일의 발효 과정을 마친 후, ISS에서 발효된 된장은 지구로 돌아와 나머지 두 샘플과 비교되었다. 과학자들은 각각의 질감, 색상, 미생물 구성, 풍미 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주에서 발효된 된장에서 특정 미생물의 수치가 더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ISS 내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MIT 산업 디자인 과학자 매기 코블렌츠(Maggie Coblentz)는 “ISS는 일반적으로 무균 환경으로 여겨지지만, 우리의 연구는 미생물과 인간 이외 생명체도 우주에서 주체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는 식물과 미생물을 그들의 고향인 지구에서 벗어나 외계 환경에 도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생명윤리적 질문을 던진다”라고 말했다.

우주에서 발효된 미소 된장 (사진=Cell Press)

세 된장 샘플의 맛 또한 차이를 보였다. 우주에서 발효된 된장은 더 짙은 색을 띠며 “고소하고 구운 듯한” 풍미를 보였는데, 이는 높은 온도에서 생성된 피라진(Pyrazine) 성분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피라진은 구운 향, 견과류 향, 고소한 풍미를 내는 유기 화합물이다.

덴마크 공과대학 식품 과학자 조슈아 에반스(Joshua Evans)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학, 풍미 화학, 감각 과학, 그리고 더 넓은 사회문화적 맥락을 함께 통합하며, 생명이 새로운 환경 즉, 우주에 놓였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색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연구는 어떤 미래를 열어줄 수 있을까?

에반스 박사는 이 결과가 “특히 장기 우주 임무에서 우주비행사의 웰빙과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우주 탐사에서의 요리 문화와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