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와인 소비량, 60년만에 최저치 기록... "미국 & 중국 감소세 타격"
2024년에도 세계 와인 산업은 소비 둔화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프랑스를 비롯한 전통적인 주요 소비국에서 와인 소비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2억 1,400만 헥토리터(hl)로 집계되며,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196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OIV의 존 바커(John Barker) 사무총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격과 소비자 태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생활 방식 변화, 사회적 습관의 전환, 세대별 소비 행태 변화로 인해 성숙한 와인 시장에서 장기적인 소비 감소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인 미국의 소비량은 5.8% 감소한 3,330만 hl로 나타났으며, 프랑스 역시 3.6% 줄어든 2,300만 hl로 하락했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은 전 세계적인 감소 추세 속에서도 소비량이 안정적이거나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와인 소비는 계속 줄어들며, 2019년 세계 5위 소비국에서 2024년에는 10위로 밀려났다.
바커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가장 뚜렷한 변화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성장 시장의 둔화”라며 “전통적인 와인 소비국에서의 소비 정체 또는 감소와 맞물려 세계 시장 전반의 소비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과 생산 비용 상승, 소비자 구매력 감소 등 경제 요인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지난 60년간 전 세계 와인 소비 양상이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과 남미의 전통적인 소비국에서는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와인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커 사무총장은 “유럽과 남미의 전통적인 와인 소비국들은 점진적으로 소비량을 줄이고 있고, 그 외 지역에서는 와인의 인기가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말했다.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수출 가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한 병당 지출을 늘리는 ‘프리미엄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바커 사무총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와인 산업이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긍정적인 지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2024년 세계 와인 생산량은 4.8% 감소한 2억 2,580만 hl로 집계됐다. 이는 OIV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약 2% 감소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미국과 스페인의 최종 생산량이 ‘상당 수준’ 하향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생산량이 줄어든 결과다.
바커 사무총장은 “이번 생산량 감소는 고온과 가뭄, 예측 불가능한 기상 현상 등 주요 북반구 및 남반구 와인 생산 지역 전역에 걸쳐 발생한 극단적인 환경 요인 때문”이라며, “이는 1961년 이후 가장 낮은 생산량이며, 당시 유럽 전역의 봄 서리가 큰 피해를 입혔던 해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이며, 생산량이 24% 줄어든 3,610만 hl에 그쳤다. 반면, 이탈리아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4,410만 hl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 자리를 차지했다. 이 밖에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도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세계 10대 와인 생산국 전체로 보면 5년 평균 대비 생산량은 모두 감소했다.
바커 사무총장은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와인 시장에 일정 수준의 균형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IV의 분석에 따르면, 192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는 와인 생산량의 변동성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지난 15~20년간 다시 변동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바커 사무총장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양반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 즉 기후변화”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