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와인 업계, 젊은 세대 끌어들이기 위한 '잔 와인' 캠페인 진행
최근 와인 수출 감소와 소비자 취향 변화, 그리고 맥주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 업계가 ‘병’이 아닌 ‘잔’애 주목하며 지역 와인 소비 활성화에 나섰다.
더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은 국제 수요 감소 및 수출 부진, 특히 프랑스 젊은 층 사이에서 맥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대응하여 지역 내 와인 소비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보르도는 바와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와인을 ‘잔 단위’로 판매하도록 장려하는 새로운 캠페인 ‘보르도, 잔에 담다(Bordeaux se met au verre)’를 시작했다. 이번 캠페인에는 약 100곳의 음식점이 참여할 예정이며, 각 업소는 최소 3종류 이상의 와인을 잔으로 판매하고, 이 중 1종은 유기농 와인, 1종은 5유로 이하 가격으로 제공해야 250유로 상당의 프로모션 키트를 지원받을 수 있다.
피에르 위르믹(Pierre Hurmic) 보르도 시장은 “보르도 와인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며 “와인 하면 레드와인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화이트 와인, 로제, 크레망(스파클링 와인) 등 다양한 보르도 와인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병 단위 구매를 원하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보르도가 오늘날의 취향에 맞는 신선하고 마시기 쉬운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은 전통적인 오크 숙성의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이 인기를 잃고, 부르고뉴 피노 누아처럼 가볍고 과일 향이 풍부한 스타일이 주목받는 추세 속에서 기획됐다. 한편, 과잉 생산 문제로 일부 포도 재배자들이 포도나무를 뽑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보르도와인협회(CIVB)의 크리스토프 샤토(Christophe Chateau)는 “요즘은 외식 시 병 와인보다 잔 와인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커플이 각자 다른 종류를 마시길 원할 때 그렇다”며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는 보르도 병 와인이 많지만, 잔으로 마실 수 있는 보르도 와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캠페인에 맞춰 보르도 와인스쿨은 음식점 업주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와인을 잔 단위로 올바르게 보관하고 서빙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낭비를 줄이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와인 온 탭(wine-on-tap)’ 시스템도 함께 검토 중이다.
샤토는 “와인은 맥주보다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쉽지 않다”면서도 “특히 로제와 화이트 와인은 젊은층, 특히 여성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들에겐 가격 정책의 재고도 요구된다. 프랑스의 와인 전문지 ‘테르 데 뱅(Terre des Vins’에 따르면,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는 병 와인을 소매가의 3배, 잔 와인은 최대 6배까지 가격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120ml라는 프랑스의 표준 잔 용량이 영국의 일반적 기준(175ml)에 비해 작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만 중 하나다.
다만, 재택근무 확산과 비즈니스 점심 식사 감소로 외식 수요 자체가 줄면서, 일부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인하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르도 시장 위르믹은 이번 캠페인의 확장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이 캠페인은 수출 가능한 모델”이라며, “영국 도시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