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감별하는 쥐?" 리슬링 & 소비뇽 블랑 차이 구분 가능해
와인의 미묘한 향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소믈리에 쥐'가 등장했다. 최근 국제 공동 연구팀이 쥐가 리슬링(Riesling)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향을 구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여겨졌던 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고 있다.
와인전문매체 디캔터지에 따르면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와 링컨대학교(University of Lincoln),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University of Trento), 오스트리아 빈대학교(University of Vienna) 등 4개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실험실 쥐 9마리를 대상으로 와인 향 인식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프랑스와 칠레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산 리슬링(Riesling) 등 총 8종의 와인을 준비해 쥐들에게 향을 맡게 한 뒤, 특정 와인의 향에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을 시켰다.
쥐들은 각기 다른 와인을 맡은 후, 향을 기억하고 그에 맞는 레버를 코로 누르는 방식으로 선택을 해야 했다. 올바른 선택을 하면 먹이를 받을 수 있었지만, 틀릴 경우 일정 시간 활동이 제한되는 페널티가 주어졌다. 훈련이 거듭되면서 쥐들은 세 번 연속으로 80% 이상의 정답률을 기록할 정도로 정확도가 향상됐다.
이후 진행된 본 테스트에서 쥐들은 훈련에 사용된 와인을 맞히는 데 94%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처음 맡아보는 와인에서도 65%라는 높은 구별 능력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비인간 포유류가 복합적인 향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결과”라며 “많은 동물들이 인간 못지않거나 그 이상의 후각 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후각 훈련을 받은 동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순히 하수구에 사는 해로운 동물이 아니라, 식음료 산업 등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믈리에 쥐'라는 새로운 직업군의 탄생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다만, 모든 쥐가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피넛츠(Peanuts)’라는 이름의 쥐는 훈련 단계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테스트 단계에서 새 와인 향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그가 아직은 소믈리에 자격을 갖추기엔 이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