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표 와인 기업 TWE, 기후 변화 대응 위한 백분병·가뭄 저항 포도나무 실험

2025-04-25     유성호 기자
백분병에 감염된 포도열매 (사진=Wikimedia)

호주의 대표 와인 기업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Treasury Wine Estates, 이하 TWE)가 기후 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포도 품종 실험에 나섰다. 이번 실험은 곰팡이병과 가뭄에 강한 ‘차세대 포도나무’를 개발해 호주 와인 산업의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주류전문매체 더드링크비즈니스에 따르면 TWE는 호주 국가과학원(CSIRO)과 협력해 남호주 쿠나와라 지역의 ‘윈스 쿠나와라 에스테이트(Wynns Coonawarra Estate)’ 내 ‘존슨스 블록(Johnson's Block)’이라는 오래된 포도밭에 특별히 개발된 신품종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이번에 심은 포도나무는 TWE가 보유한 쿠나와라와 바로사 밸리의 기후 저항성이 뛰어난 유산 포도나무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CSIRO가 곰팡이병 저항성을 중심으로 육종한 품종과 교배해 탄생한 것이다. 특히 이 유전자는 유럽 필록세라(Phylloxera, 포도나무 해충) 사태 이전에 존재했던 전통 품종에서 유래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윈스의 포도 재배 전문가 캐스 키드먼(Cath Kidman) 박사는 지난 2016년부터 존슨 블록에서 개별 포도나무가 오랜 시간 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가뭄 저항성을 키웠을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를 이어왔다. 연구 결과, 얕은 토양에서 건식 재배된 ‘클론화 이전의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깊은 토양에서 자란 품종보다 가뭄에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번의 분석을 거쳐 9그루의 ‘우수 포도나무’를 선별했고, 이들은 향후 육종에 활용할 ‘모체 포도나무’로 지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와인 오스트레일리아(Wine Australia)와 호주 연방 정부가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체 포도나무와 CSIRO의 육종 품종을 교배해 99그루의 새로운 포도나무(2세대 개체)를 만들어냈고, 이들은 2024년 말 식재를 마쳤다. 향후 이들 나무의 생육 상태와 소량 와인 제조 실험을 통해 어떤 품종이 가장 뛰어난지 평가하고, 윈스만의 독자적인 신품종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진짜 유산을 담은 미래의 윈스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CSIRO의 폴 보스(Paul Boss) 박사는 “곰팡이병 저항성을 갖춘 ‘엘리트 포도나무’를 만들면, 포도나무를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전적 이점을 얻게 된다”며 “이는 매년 약 1억 6천만 호주달러에 달하는 병해 방제 비용과 생산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육종 기법을 활용해, 노균병(Downy Mildew)과 백분병(Powdery Mildew)을 각각 이겨낼 수 있는 두 가지 유전자를 윈스의 유산 포도나무에 접목했다”며, “이 유전자는 CSIRO가 개발한 고내병성 품종에서 가져온 것으로, 향후 고품질 와인 생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