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음식물 쓰레기와 식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공기 중 '물 수확' 기술 연구 눈길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 약 20억 명이 여전히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발표한 2023년 세계 물 개발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식수 부족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연구진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UT Austin)의 연구팀이 공기 중 수분을 포집해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이 기술은 음식물 찌꺼기나 조개껍데기 등 생물 유래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한 소재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이 기술은 ‘대기 수분 포집(atmospheric water harvesting)’ 방식으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착 소재(sorbent material)를 이용해 모은 뒤, 이를 가열해 물로 추출하는 원리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흡착 소재를 "액체를 흡수하거나 흡착하여 회수하는 불용성 물질 또는 물질 혼합물"로 정의하고 있다.
연구팀은 식물이나 동물에서 추출한 천연 다당류(polysaccharide)를 활용해 수분 흡수가 가능한 하이드로겔 형태로 가공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물성 폐기물을 고효율 흡착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제작된 하이드로겔은 무게 대비 높은 수분 흡수율을 보였으며, 적은 에너지로도 포집된 수분을 방출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해당 하이드로겔 1kg으로 하루 평균 3.75갤런(약 14리터)의 물을 추출할 수 있었으며, 흡수된 물의 약 95%가 회수 가능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텍사스대학교 재료과학 및 기계공학 교수 귀화 위(Guihua Yu)는 성명을 통해 "다양한 천연 소재를 고효율 흡착제로 전환할 수 있는 보편적 분자 설계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소규모 지역사회나 가정에서도 활용 가능한 물 수확 시스템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향후 폐기물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저에너지·친환경적인 물 확보 수단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기존 합성 흡착제와 달리, 개발된 하이드로겔은 생분해가 가능하고 물 방출에 필요한 에너지가 낮아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박사과정 연구원 웨이신 관(Weixin Guan)은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은 단순하고 지속 가능하며 확장 가능해야 한다”며 “이 소재는 자연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공기 중 수분으로부터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이 기술을 기반으로 자급자족형 관개 시스템과 긴급 식수 확보 장비 등 다양한 실용화 방안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