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 지구의 달 맞아 '종이병 포장 와인' 선보여

2025-05-01     유성호 기자
유리 대신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진 와인병을 사용한 ‘콜렉티브 굿(Collective Good)’ (사진=Frugalpac)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이 지난 4월, 지구의 달(Earth Month)에 맞춰 지속가능성을 핵심에 둔 새로운 와인 컬렉션 ‘콜렉티브 굿(Collective Good)’을 출시했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병이 유리 대신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우유 팩 같은 질감의 와인병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들어보는 순간 그 가벼움과 실용성이 단번에 설득력을 갖는다.

‘콜렉티브 굿’은 미국 전역 약 1,200개 매장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되며, 총 4종의 와인으로 구성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카베르네 소비뇽, 스페인산 레드 블렌드, 칠레산 소비뇽 블랑, 이탈리아산 피노 그리지오로 구성된 이 컬렉션은 병당 9.99달러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

패키징에 사용된 ‘프루갈 보틀(Frugal Bottle)’은 94% 재활용 종이로 제작된 종이병으로, 유리병보다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선반에서 안정적인 보관이 가능하고, 완전히 재활용될 수 있으며, 병 전체를 감싸는 브랜드 디자인이 매대에서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유리는 오랫동안 와인 포장재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왔지만, 탄소배출 측면에서는 가장 부담이 큰 소재 중 하나다. 고온의 용해로 인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무거운 무게로 운송 시 추가적인 온실가스를 유발한다. 비록 재활용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미국 내 실제 재활용률은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 나며, 상당수의 유리병은 결국 매립지로 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속가능 와인협회(California Sustainable Winegrowing Alliance)에 따르면, 와인의 전체 탄소발자국에서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40%에 달하며, 그중 대부분이 유리 때문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에서 판매되고 있는 '콜렉티브 굿' 종이병 포장 와인 (사진=Frugalpac)

타깃이 선택한 프루갈팩(Frugalpac)의 종이병은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제품은 일반 유리병 대비 탄소배출량을 84%까지 절감하며, 타깃이 이번에 주문한 25만 6천 병은 약 98.3톤에 달하는 탄소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단지 포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콜렉티브 굿’ 라인업에 참여한 각국의 와이너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친환경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칠레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고, 스페인은 재생 농법, 이탈리아는 건조농법, 미국 캘리포니아는 풍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작은 시도이지만, 지속가능한 와인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공동의 노력이 엿보인다.

몬터레이 와인 컴퍼니(Monterey Wine Company)의 제너럴 매니저 섀넌 발라다레즈(Shannon Valladarez)는 “타깃과 협업을 통해 종이병에 담긴 ‘콜렉티브 굿’ 와인을 전국 매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브랜드들이 협력해 병 속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출시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가 전국 규모로 종이병 와인을 선보인 첫 사례다. 소규모 브랜드들이 제한된 지역에서 시험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있었지만, 타깃만큼의 유통망을 활용한 시도는 업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포장이 이제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