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값 하는 와인?" 컬트 와인, 기후 변화 문제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해

2025-05-12     유성호 기자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경제과학대학(School of Economic Sciences)의 연구에 따르면, 희귀하고 프리미엄급 와인으로 알려진 컬트 와인이 생육기 동안의 극단적인 날씨 변화에도 품질이 덜 흔들리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컬트 와인을 할당 리스트나 이차 시장을 통해서만 구매 가능한 한정 생산 와인으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이들 와인은 가격이 매우 높고,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전문가의 주목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 스케어크로우(Scarecrow), 콜긴 셀러(Colgin Cellars), 리오넬티 셀러(Leonetti Cellar) 등을 대표적인 컬트 와인으로 꼽는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와인의 품질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특히 고급 와인이 해마다 다른 날씨에 따라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기존 가설에 도전했다.

질 맥클러스키(Jill McCluskey) 교수는 “컬트 와인 생산자들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각 빈티지에 대한 평가가 매우 세밀하게 이뤄지고, 꾸준한 고품질이 기대되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를 뒤집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나파와 소노마)와 워싱턴주(왈라왈라) 지역에서 생산된 컬트 와인과 일반 와인의 다양한 빈티지를 비교했다. 가격과 평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상 악화가 일반 와인의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반면, 컬트 와인은 상대적으로 평가가 안정적이었다.

로널드 미텔해머(Ron Mittelhammer) 교수는 “컬트 와인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였다”며 “일반 와인은 날씨 변화에 따라 점수나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컬트 와인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데는 포도밭 입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텔해머 교수는 “컬트 와인 생산자들은 날씨가 양호하거나 변동성이 적은 지역에 포도밭을 조성해, 기후 변화가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진은 컬트 와인의 출시 가격은 빈티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이차 시장에서는 기후 조건이 재판매 가격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워싱턴주 왈라왈라 지역의 컬트 와인은 생육 초기에 강수량이 많을 경우, 재판매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로 인해 일반 와인과의 가격 차가 줄어들기도 했다. 왈라왈라 지역은 연평균 약 38.1cm의 강수량을 기록한다.

맥클러스키 교수는 “이차 시장 가격이 컬트 와인의 ‘실질적 가치’를 더 잘 반영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경향”이라고 평가했다.

미텔해머 교수는 이 같은 결과가 일반 와인 생산자에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후 변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일반 와인 생산자들은 좋은 날씨의 해에 생산된 빈티지의 장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품질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컬트 와인은 해마다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특정 해를 강조하는 전략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유럽산 와인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분석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