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비하인드] 소주병에 물을 담은 소우주 최수환 대표

첫 번째 이야기, 소주병에 물을 담고, 사용한 병은 재사용하는 재밌는 상상을 실현 시킨 소우주

2025-05-13     김하늘 기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 만나는 워터 인터뷰, 워터 비하인드

물과 관련된 제조, 기술, 유통 뿐만 아니라 환경, 지질, 건강,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그 뒷 이야기를 조명하고 탐구합니다. 물이 단순히 생필품이 아니라 우리 삶과 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합니다.


소주병에 물을 담을 생각을 하다니. 사용된 병은 재사용을 하다니. 재밌는 상상을 실현시킨 소우주 최수환 대표를 만났다.

Q. 어떻게 소주병에 물을 담을 생각을 하셨나요?

A. 페트병 생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늘 있어 왔지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종이팩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종이팩 모으기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살림 같은 생협이나 환경단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하고 있죠. 문득 질문이 생겼습니다. 저렇게 어렵게 모아야만 재활용이 될 수 있다면 왜 굳이 종이팩을 써야 하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가 결국 ‘유리병 재사용’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유리병은 미세플라스틱 같은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고,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온실 가스도 대폭 줄일 수 있는 ‘모두에게 유리한 선택’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투명, 초록색, 갈색병은 100% 물질 재활용됩니다. 녹색 소주병(360ml)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표준용기입니다. 표준용기 운영 지침에 따르면 소주뿐만 아니라 먹는물도 담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내 10개 소주회사가 공유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무려 97%이상이 회수되어 재사용됩니다. 평균 10회 이상 재사용된다고 합니다. 잘 관리된다면 20회, 30회 재사용 가능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97% 이상의 회수율을 보이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주병에 물을 담게 되면 그 병은 계속해서 재사용될 수 있겠다는 발칙한 상상을 하고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고작 13%라고 합니다. 보통 종이와 달리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고, 멸균팩에는 알루미늄 박이 들어 있어 분리 수거하지 않으면 일반쓰레기와 같이 취급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이가 나무 등의 식물성 섬유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종이팩이 친환경적이고, 자연상태에서 분해가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수한 종이로 된 용기에는 물을 담을 수 없습니다. 종이팩은 얇은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감싸고 다시 플라스틱으로 덧씌운 것입니다. 미세플라스틱,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Q. 소주병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가, 다른 투명 유리병으로 변경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A. 소주병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여기저기 홍보도 되고 미디어에 노출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즉흥적인 관심들이 매출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소우주가 노린 첫번째 타겟은 MICE 시장이었습니다. 큰 회의나 전시회 같은 곳에서는 많은 물이 소비됩니다. 공간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빈 병 회수도 용이합니다. 게다가 MICE 산업에서도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MICE기업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했었는데, 운 좋게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회사와 연결되었습니다. 50개 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다 보니 유리병 생수와 탄산수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소우주 말고는 이런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병이었습니다. 세계 정상들이 만나는 회의장에 소주병을 둘 수 없다고 했습니다. 주최측에서는 소주병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병을 요청했습니다. 제조사에서 사용중인 투명유리병을 제안했고 그 병이 채택되어 물(소우주 001)과 탄산수(소우주002)를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총 2500병을 공급했고, 행사 종료 후 빈 병은 모두 회 수하였습니다. 소우주의 역사에 기록하고 싶은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Q. 소주나 맥주병은 N회 재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이나 와인, 올리브유 등은 재사용을 못하는 실정입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A. 경제성만을 따지면 재사용은 선택지가 되기 어렵습니다. 재사용의 주체는 제조사인데 물이나 와인, 올리브유를 만드는 업체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 유리병으로 된 제품들은 대부분 수입품들입니다. 국내에 제조사가 없으면 재사용은 불가능합니다. 국내 제조사가 있다하더라도 빈 병을 회수해야 하고, 깨끗이 세척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품질/위생 관리도 까다로워집니다. 유리병은 무겁고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유통비용도 증가합니다. 경제성과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되면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는 결론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건강, 환경에 대한 책임이 남습니다. 그 피해는 사람들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돌아갑니다. 그 부담은 우리 후손들이 더 큰 무게로 떠안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유럽연합에서는 포장재법을 개정해 발효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주류나 음료의 리필/재사용을 의무 화한 것입니다. 증가하는 폐기물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가 관철된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소주병, 맥주병 재사용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소주, 맥주회사들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점점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지금 이 흐름을 막지 못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습니다. 제조시설이 바뀌고 나면 최소 10년간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제조설비에 대한 재투자가 임박한 기업들에게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Q. 유리병 재사용을 위해서 선제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기업에 대한 지원 보다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세우는 일, 그리고 그 정책을 시민들에게 설득 하고 일관되게 실천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환경과 관련된 규제는 일관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법을 제정했다면 그 법을 잘 준수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순환경제 사회 전환 촉진법(구 자원순환기본법)이라는 훌륭한 법이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이 법을 잘 지켜나가면 좋겠습니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사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더이상 쓸모가 없을 때 재활용하거나 소각해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원순환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 사업을 2년 남짓 추진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지원해 주거나 공공기관에서 재사용 제품을 우선 구매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환경부 업무계획을 보니 공공기관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이 ‘21년도에 제정되었고, 1회용 페트병 생수를 쓰지 말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훈령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없습니다. 보다 구속력이 있는 법률이 제정되길 희망합니다.

Q. 대표님께서 이런 유리병 재사용이나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결혼을 하기 전까지 저는 환경문제나 정치적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교육문제를 낳게 된 정치, 사회로 관심이 옮겨 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대안교육, 대안적인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녹색을 지향하는 정당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온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실망도 경험했고, 즐거움과 나름의 성찰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제 삶의 성공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성공이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입니다. 제가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성공에 대한 이 정의는 미국의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Q. 앞으로 생각하시는 단기적인 목표나 계획은 무엇입니까?

A. 국내 유일한 유리병 미네랄워터를 시작으로 스파클링 워터, 스파클링 음료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소우주 제품들이 시장에서 널리 확산이 되어야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시장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유리병 세척공정을 자동화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일정수준의 제조시설을 갖추는 것이 숙제로 남습니다. 먹는샘물 공장을 인수해 유리병 세척기와 제조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소우주의 꿈입니다.

Q. 공통 질문입니다. ‘물’의 모양은 담는 용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수환 대표님의 마음 속에는 물이 어떤 모양입니까?

A. 제 마음속에 있는 물의 모양은 둥근 지구와 같습니다. 소우주의 로고를 잘 보시면 세개의 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원 가운데에는 점과 삼각형이 있습니다. 이 디자인은 영국의 화학자 돌턴의 원소기호를 모티브로 만들었습니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 그리고 유리의 원료인 규소와 산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은 인류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자원이며 생명의 근원입니다. 이산화규소는 인류가 두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자원으로 지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물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소우주 로고가 상징하고 있는 것은 유리병에 담긴 물, 곧 지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