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와인이야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와인 사랑
괴테는 독일의 유명한 시인이었지만, 다재다능한 인물로, 식물학, 해부학, 동물학, 광물학, 기상학, 광학, 색채 이론 등 과학 분야에서도 활약하여, 괴테의 이름을 딴 광물이 있을 정도이다. 그는 또 와인 전문가이기도 했다. 괴테는 와인과 여성을 기리는 다음과 같은 짧은 문장을 남겼습니다. “여자와 한 잔의 와인은 모든 근심을 덜어준다. 입맞춤도 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 자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다!” 와인은 괴테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맛없는 와인을 마시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와인을 사랑했다. 괴테가 직접 그린 그림을 레이블로 사용해 '괴테의 와인'이라 불리는 ‘디히터트라움(Dichtertraum)’도 있다. 독일어로 디히터(Dichter)는 시인, 트라움(Traum)은 꿈이라는 뜻이다.
와인 목욕으로 살아난 괴테
괴테의 할아버지는 당시 유명한 호텔 ‘춤 바이덴호프(Zum Weidenhof)’의 주인이었으며, 대규모 와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의 아버지 역시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의 생가에 넓은 와인 저장고를 마련했으며, 나중에 괴테는 여기에 자신의 와인을 수집하고 보관했다.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괴테가 힘든 출산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와인 덕분이었다. 무려 사흘간의 진통 끝에 태어난 아이는 생명의 징후가 없었고, 온몸이 흑청색으로 질식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이에 산파는 아이를 따뜻한 와인이 담긴 나무통에 담가 목욕을 시킨 뒤, 아이의 심장 부위를 마사지했고, 결국 그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괴테의 생가
괴테의 아버지 집에는 와인이 많았고, 이를 마시는 일이 일상적인 삶의 일부였다. 그의 아버지는 개인 포도밭도 소유하고 있었는데, 괴테는 이를 『시와 진실』 제1부 4장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아버지는 프리트베르크 문 밖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포도나무 사이사이에 아스파라거스를 정성껏 심고 가꾸셨다. 계절이 좋을 때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아버지는 그곳을 찾으셨고, 우리도 대개 함께 따라갈 수 있었기에, 봄에 아스파라거스 첫 수확부터 가을의 마지막 포도까지 늘 즐겁고 기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괴테의 어머니 역시 그의 아버지로부터 우수한 빈티지 와인 몇 통을 상속받았으며, 이를 괴테 생가의 지하 저장고에 보관하였고, 이를 괴테가 물려받았으니까 괴테는 와인과 함께 인생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괴테가 즐긴 와인
괴테는 젊은 시절부터 줄곧 와인을 즐겨 마셨지만, 술에 취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1767년 10월 16일, 그가 18세였을 때 쓴 편지에는 “짐승처럼 취했다”고 적혀 있어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흔히 행해졌던 과음 후 유리잔을 깨는 풍습에는 반대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의 절제에 대한 다음과 같은 말이다: “각자 자기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마신다. 어떤 이는 더 많이, 또 어떤 이는 더 적게. 어떤 이는 절제하며, 또 어떤 이는 절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그것조차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괴테가 좋아했던 와인 중에는 프랑켄 지방의 리슬링(Riesling) 와인이 있었으며, 그는 특히 점심 식사 때 가볍고 산뜻한 와인 한 병을 즐기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 외에도, 라인가우 지방의 호흐하임(Hochheim)의 돔데하나이(Domdechaney)와 키르헨슈튀크(Kirchenstück)의 와인, 그리고 유명한 쉴로스 요하니스베르크(Schloss Johannisberg) 와인을 좋아했다. 그가 실제로 방문했던 이 성곽의 포도밭에는, 오늘날 그의 이름을 딴 전망대인 ‘괴테블릭(Goetheblick)’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주변 포도밭과 가파른 라인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현재 이 전망대에는 와이너리의 시음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괴테는 무엇보다도 와인을 선호했으며, 맥주는 체질상 잘 맞지 않아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네(Christiane) 또한 와인에 대한 그의 열정을 함께 나누었다. 괴테의 수많은 편지와 저작물 속에는 와인, 포도 재배에 관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양조 기술과 포도나무의 생육 과정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에 대해 많은 스케치를 남기기도 했다. 괴테는 와인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듯,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은 술을 마시고 바로 골아 떨어지지만, 나는 그걸 글로 쓴다!” 또 1781년 1월 25일자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어젯밤 나는 샴페인 한 병을 비우고, 글을 한 걸음 더 진전시켰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