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의 프리미엄 워터] (7) 프리미엄 워터의 생존 전략
지난 5화에서 프리미엄 워터의 현실에 대해 다뤘다.
너도 나도 프리미엄 워터를 지향하며 전 세계 3천 개 이상이 프리미엄 워터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유추하고 있다. 그 중엔 ‘에비앙’, ‘피지워터’, ‘산펠레그리노’ 등 글로벌 메가 브랜드도 자리하며, 전 세계 9개 브랜드가 전 세계 생수시장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레드 오션이다.
메가 브랜드는 대량 유통과 안정성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마케팅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있다. 에비앙은 미쉐린 가이드에,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 판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 각각 후원하고 있다. 과거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 판나는 ASI(세계소믈리에협회) 후원 등을 통해 전 세계 탑 소믈리에에게 타켓 마케팅을 성공하며 크게 성장한 사례가 있다.
프리미엄 워터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라는 키워드로 대중 브랜드와 차별화해야 하는데, 메가 브랜드처럼 큰 자본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규모 프리미엄 워터 브랜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워터 특유의 콘셉트와 스토리로 승부를 봐야 한다. 에비앙이 했던 캠페인, 산펠레그리노가 하는 전략은 벤치마킹하되, 더 창의적인 전략을 진행해야 한다.
첫째,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
캘빈 클라인 디렉터가 기획했다는 보스(VOSS) 워터,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페가수스가 밟았더니 샘물이 생겼다는 로이(ROI) 워터, 그리스 신화의 요정의 이야기를 담은 테오니(THEONI) 등 전 세계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인디언과 아일랜드인의 브로맨스로 알려지게 된 치유의 물 ‘사라토가’나 켈트족(Celt)이 좋은 물이 있는 곳에 정착했다고 해서 붙여진 셀틱(Celtic) 워터 등도 이름의 어원 등으로 유명세를 갖게 된 브랜드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피지 워터나 마돈나가 콘서트를 할 때 에비앙을 요청했다는 비교적 최근 일화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일화다.
지리산 1915는 해외에서는 ‘1915’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국내 최초 국립공원인 지리산의 해발 높이에서 따왔지만, ‘1’은 국내 최초 국립공원, 국내 최초 로하스 인증, 국내 최초 먹는샘물 품질 인증(WTQ) 등 최초를 의미하고, ‘9’는 전 세계 9명의 워터소믈리에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제조사인 화인바이오가 갖고 있는 10개의 취수원 중 최고의 물맛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두번째 ‘1’은 최초를 담은 첫번째 1과 다르게 최고를 뜻한다. 아시아 최초 BWF 인증, 먹는샘물 품평회 그랑골드 수상 등 국내 최고의 물을 표현한다. ‘5’는 오감 만족, 다이닝 워터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둘째, 수원지의 떼루아를 파악해서 활용해야 한다. 와인의 경우 토양, 강수량, 일조량, 일교차 등의 모든 정보가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물에도 떼루아가 있다. 주변 개발 환경과 토양 등에 따라 물에 영향을 주는 미네랄 함량이 달라진다.
삼다수는 오랫동안 자연정화 18년을 활용해왔으며, 작년 출시한 코카콜라음료의 울림워터는 자연정화 31년을 스토리에 활용하고 있다. 백산수 역시작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를 통해 자연정화 40년을 밝혀내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워터소믈리에는 지층에 스며든 물이 자연정화를 통해 대수층까지 가는 기간을 빈티지(Vintage)라고 하는데, 슬로베니아의 로이 워터는 대수층은 8천 년 전에 만들어졌고, 물의 빈티지는 약 3400년이라고 말한다.
셋째는 고객 경험의 확대다. 즐거운 경험을 할 때 기억은 더 오래 간다. 그래서 브랜딩은 고객의 즐거운 경험과 함께 제품이 소비될 수 있도록 프리미엄 워터는 미식 경험이 훌륭한 업장에서 소비되어야 브랜드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다. 마트의 시음 코너에서 작은 소주컵에 한 모금씩 마시는 행위보다는 레스토랑에서 훌륭한 페어링과 고급 로가스카 글라스에 마시는 물 한 모금의 경험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에 방송에서 다비치의 강민경씨가 각 공간마다 물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예로 들며, 자신의 가치를 제일 높게 평가해주는 곳에서 일하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직접적으로 브랜드의 가치가 제일 높아질 수 있는 곳에서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는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둘러싼 문화와 미식 경험을 적절히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다면, 프리미엄 워터의 소비는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물의 가치를 제일 잘 이해하는 워터소믈리에의 각별한 핸들링과 셰프, 소믈리에와 다이닝 협업, 믹솔로지스트와의 새로운 콜라보를 활용한다면 고객의 브랜드 인식은 극대화할 수 있고, 이런 전략들이 쌓이면서 브랜드를 시장에서 점유율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과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품평회 심사위원 및 써밋과 포럼에서 초청 연사로 활약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IT업계를 거치며 프리미엄 워터와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그는, 2025년부터 자신의 회사 ‘워터링크’를 통해 ‘프리미엄 워터 캠페인’을 전개하며 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