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와인 생산자, 기후변화 직격탄 맞아... "35도 이상 급격히 늘어"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포도 재배자들이 전 세계 다른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더 심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엘리자베스 월코비치(Elizabeth Wolkovich)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포도나무의 생육 시기와 생식 과정에 대한 반응을 통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유럽은 다른 대륙에 비해 기온 상승과 극심한 폭염일의 증가 등 기후변화의 충격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코비치 박사는 “데이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포도 재배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정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특히 유럽은 35도 이상의 고온일이 급격히 늘었고, 생육기 동안의 최고 기온도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 세계 500여 개 포도 품종에 대한 생육 시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아기와 휴면기 최저 기온, 생육기 고온, 수확기 기온과 강수량 등 10가지 주요 기후 변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미 지역은 평균 기온과 극한 기온의 증가폭이 비교적 작았던 반면, 유럽은 생육기 기온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월코비치 박사는 “15년 넘게 유럽을 방문하며 점점 심해지는 폭염을 체감해왔지만, 이번 연구 데이터를 통해 재배자들이 겪고 있는 변화의 규모를 확인하고 나니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가 보통은 최저기온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고온 현상과 누적 열량 증가와 관련된 지표들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는 점도 예상 밖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 스페인, 미국, 캐나다의 기후학자, 작물 모델링 전문가, 생태학자, 포도 유전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 연구진이 참여한 대규모 협업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특히 프랑스의 ‘INRAE 바살 포도 연구소(Domaine de Vassal)’가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포도 품종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기후 속에서, 유럽 와인 산업은 단순한 작황의 문제가 아니라 품질, 수확 시기, 품종 적응력까지 전방위적인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적 전략과 품종 다양성 확보가 이제는 와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