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아마로네”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아마로네, '파리나' 와인의 반전 매력
묵직하고 달콤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와인 아마로네(Amarone). 하지만 파리나(Farina)는 이 전통적인 인식을 산뜻하게 뒤집는다. 일반적으로 ‘겨울 와인’으로 여겨지는 아마로네가 무더운 나라 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여름 파티의 성지인 스페인 이비자(Ibiza)의 유명 클럽 파챠(Pacha)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 기존의 무거운 아마로네와는 다른, '신선한 아마로네'라는 반전 매력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새로운 스타일의 아마로네는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지방의 토착 품종에서 비롯된다. 코르비나(Corvina), 코르비노네(Corvinone), 론디넬라(Rondinella) 등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지역의 대표 품종들이 아마로네의 핵심을 이루며, 여기에 신선함과 미네랄감을 더하는 몰리나라(Molinara)를 소량 블렌딩한 것이 파리나만의 차별점이다. 몰리나라의 사용은 현대 아마로네 생산에서는 드물지만, 파리나는 전통적이고 섬세한 스타일을 지향하며 이를 고수하고 있다.
와인 양조 방식 또한 독창적이다. 파리나는 비가공 시멘트 튤립 탱크(raw concrete tulips)와 클레이버(Clayver)의 그레스 세라믹 에그(grès ceramic eggs) 등 첨단 설비를 도입해 아마로네의 전통적 깊이에 산뜻함과 복합미를 더한다. 매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꾀하며, 아마로네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로네의 기원부터 다시 쓰는 여름 와인의 정의
원래 아마로네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 레치오토(Recioto)의 부산물에서 비롯되었다. 반건조 포도로 만든 레치오토가 실수로 끝까지 발효되면서 당분이 전부 알코올로 전환되었고, 그 결과 단맛이 사라진 드라이한 와인이 탄생했다. 이 와인을 처음 마신 이가 “Amaro!” (쓴맛이야!)라고 외쳤고, 이어 “Amarone!” (위대한 쓴맛이야!)라고 덧붙였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아마로네라는 이름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알코올 도수, 묵직한 바디, 말린 과일 향 등으로 인해 겨울철 와인으로 인식되어 온 아마로네. 그러나 파리나는 이러한 무게감 속에서도 ‘산도’의 균형을 통해 여름에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다.
그 비결은 바로 포도의 재배 환경에 있다. 파리나가 사용하는 포도는 모두 일교차가 큰 고지대의 경사면에서 재배된다. 강한 일조량과 시원한 밤 기온은 포도에 선명한 산도를 남기며, 이는 무거우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숙성 잠재력을 지닌 균형 잡힌 아마로네로 이어진다.
전통이 살아 있는 디자인, 유사성 너머의 역사
한편, 파리나 와인의 라벨이 유사한 다른 브랜드들과 종종 비교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발폴리첼라 지역의 깊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20세기 초,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여성 예술가 한 명이 여러 와이너리의 라벨을 디자인한 바 있다. 당대에 손꼽히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그녀의 손길이 닿은 라벨들은 지금까지도 일부 와이너리에서 계승되고 있으며, 단순한 시각적 모방이 아닌 발폴리첼라 와인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디자인 유산’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파리나는 와인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시각적 표현에서도 지역의 전통을 계승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파리나의 ‘신선한 아마로네’는 계절과 상식을 넘어, 새로운 와인 소비 문화를 제안하고 있다. 묵직하지만 가뿐하고, 깊지만 산뜻한 이 와인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편견을 깨는 첫 모금. 파리나가 제안하는 여름의 아마로네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