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107) 코메야(米屋)! Z세대를 사로잡다

2025-08-11     박성환

한국과 마찬가지고 일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2년 51.5㎏로 1960년대 후기의 최고치인 약 118kg의 절반 이하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가치소비를 즐기는 Z세대 덕분에 프리미엄·소용량·스토리형 쌀 시장은 연간 약 20%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여름 ‘레이와 쌀 소동’으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쌀이란 ‘값싸고 평범한 주식’ 이미지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Z세대는 “비싸도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 쌀”을 선호하고 있다. PR Times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5%는 “생산자·스토리를 밝힌 쌀에는 1.5배 가격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Z세대는 디지털·심리적 공유 지향성이 강하며, SNS로 소비 과정을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감정 소비형’ 트렌드를 주도한다. 이들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과 체험 중심 콘텐츠에 빠르게 반응한다. 이런 맥락에서 AKOMEYA TOKYO와 SUMIDAYA를 통해 보이는 ‘프리미엄 라이스 편집형 상점으로 확장’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본 글에서는 두 브랜드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전개하고, Z세대에게 어떻게 어필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2013년 4월 일본 도쿄 중심지인 긴자에 고급 쌀가게 AKOMEYA TOKYO(이하 ‘아코메야’) 1호점이 개점했다.

매장은 “밥 한 공기로 시작되는 삶의 윤활유”라는 철학 아래 쌀 판매뿐 아니라 각종 밥 관련 잡화·조미료·식기·식당을 함께 구성한 라이프스타일 편집 공간이다.

전국 품종을 그 자리에서 소분·도정해 판매하는 일본 각지의 유명 품종을 엄선해 그 자리에서 소분, 도정해 판매하는 정미·도정 코너에는 밥 소믈리에나 5성급 쌀 마이스터등 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이 고객에게 최적의 쌀을 소개한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밥솥이나 조리도구, 그리고 밥에 어울리는 소스나 조미료 등의 식품까지 같이 판매하는 쌀과 밥에 관련된 편집숍으로 주목받았다. 아코메야는 프리미엄 라이스 편집숍의 시초가 되었다.

2020년 12월 아코메야 긴자점은 문을 닫았지만,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전지역에 25년 7월 기준 총 31곳에 매장이 있고, 아코메야 식당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라이스 편집숍은 기존 소비층인 중장년 세대에서 벗어나 Z세대(1997∼2012년생)의 ‘가치 소비·체험 중심의 소비 성향을 겨냥해 침체한 쌀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SNS를 통해 “밥솥·도정일·라벨 인증” 등을 공유하며 브랜드와 함께 소비 경험을 찍어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고, 이 같은 소비 패턴은 SNS 기반 확산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2024년 3월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의 지하 1층에 SUMIDAYA(이하 ‘스미다야’)라는 새로운 쌀집이 오픈했다. 그런데 ‘스미다야’는 단순한 쌀집이 아니다. 1905년 창업 이래 100년 넘게 전통 정미 방식을 이어온 '스미다야 쇼텐'이 현대의 젊은 도시 소비자들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쌀 전문 브랜드다. 고급 상업시설인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쌀의 본질'을 탐미하게 하는 이 브랜드는, 쌀이라는 식재료가 여전히 식문화의 중심에 있음을 강하게 환기한다.

스미다야 매장 전경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인 가츠시카 호구사이의 그림이 돋보인다)

'스미다야'의 가장 큰 강점은 대대로 이어진 전통 정미 기술이다. 일반적인 정미기보다 7배 느린 속도로 쌀끼리 문질러 껍질을 벗겨내는 고정밀 순환식 정미 방식을 도입해, 쌀알에 손상을 최소화하고 본연의 풍미를 살려낸다. 여기에 요리 별로 최적화된 블렌딩 기술과 전문 밥솥을 사용해 조리된 밥은, 소비자에게 '밥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식사'라는 신선한 감각을 전달한다. 대표 메뉴는 오니기리와 오코와(찹쌀밥)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소, 치즈, 바지락, 옥수수, 다시마 등 일본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접목한 토핑이 인상적이다.

전통 정미 방식

이러한 콘셉트는 소비자에게도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밥알이 찰지고 쫀득해 입안에서 살아있는 듯한 식감"이라는 고객 평가와 테이크아웃 중심의 운영 방식은 바쁜 직장인과 고급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스미다야'는 마켓 내 다른 브랜드들과도 연계되어 티 전문점과의 컬래버, 오니기리+차 구성 등의 '밥 문화'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스미다야'는 단순한 매장 운영을 넘어, 쌀 블렌딩 브랜드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선물용 쌀, 프리미엄 밀키트, 건강식 쌀 제품 등으로의 상품군 확대가 가능하며, 이는 일본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대만, 싱가포르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스미다야'는 아자부다이 힐스라는 프리미엄 복합 시설에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드로서,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새로운 밥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미다야'는 단지 밥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밥을 매개로 한 식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담아내는 브랜드다. 바쁜 일상에서도 쌀의 본질을 음미하고, 한 그릇의 밥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소. '스미다야'는 식탁에서 다시금 밥이 중심이 되는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코메야는 ‘밥 중심 라이프스타일’ 편집과 AI OMO(Online Merged Offline)로 객단가와 전환율을 끌어올렸고, 스미다야는 ‘오니기리바’와 예전 방식으로 정미한 쌀을 체험함으로써 전통적인 이야기를 현대화했다. 양사는 ‘레이와 쌀 소동’으로 촉발된 프리미엄·스토리형 쌀 수요 증가를 흡수하면서 구독·해외 팝업까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아코메야와 스미다야는 각각 라이프스타일 편집형 유통과 전통 정미 기술 중심 체험으로 일본 프리미엄 라이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했다.

Z세대는 이야기와 의미 중심 브랜드를 선호하므로, 앞으로는 공감 중심 콘텐츠와 디지털 체험 플랫폼의 연계, 글로벌 목적의 가치 브랜딩, 플랫폼 기반의 지속적인 데이터 활용 전환 구축이 과제가 될 것이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밥집에 줄을 서고, 구매한 산 쌀의 품종, 도정일, 영수증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Z세대는 프리미엄 쌀에 대한 가치소비와 SNS를 통한 체험 확산으로 프리미엄 쌀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요소를 실질적으로 디자인하고 구현할 때, “밥은 단순한 주식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는 일본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소비자가 되는 우리의 Z세대에게 어떻게 쌀을 팔아야 할지 한번 생각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