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의 프리미엄 워터] (10) 종이팩 생수에 대한 생각

“종이팩은 대안이 아니다”

2025-08-13     김하늘 기자

최근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 '저스트 워터(Just Water)'가 캐나다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로 인해 논란이 되면서, 다시금 음료 용기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가 떠오르고 있다. 저스트 워터는 종이팩을 사용하며 친환경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이번 사건은 포장이 곧 ‘친환경’이라는 인식에 균열을 일으킨다.

@plasticpollutioncoalition.org

그동안 종이팩은 페트병의 대체재로 소개되어 왔다. 특히 테트라팩, 엘로팩 등으로 대표되는 멸균팩은 친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팩의 사용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32%에 달했던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2022년 기준 13.4%까지 떨어졌다. 특히 멸균팩의 재활용률은 연간 2% 미만으로, 사실상 거의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멸균팩의 구조적인 복잡성 때문인데, 종이 외에도 폴리에틸렌과 알루미늄이 함께 사용되어 분리와 처리가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균팩의 사용 비중은 2014년 25%에서 2023년 46.4%로 급증했으며, 2027년에는 56.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렇게 비율은 증가하지만, 이를 수거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재활용 분담금을 두 배 이상 인상하고, 멸균팩에 대한 의무율을 조정하는 등의 정책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미미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종이팩을 '친환경'이라 믿고 선택하지만, 그 선택은 시스템 부재로 인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종이로 되어 있으니 재활용되겠지’라는 기대는, 분리수거의 복잡성과 인프라 부족 앞에서 무색해진다.

그렇다면 페트병과 종이팩 사이에 과연 명확한 친환경성의 우열이 존재할까? 페트병은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지만, 상대적으로 재활용 인프라는 잘 구축되어 있고, 반복적인 재활도 용이하다. 반면 종이팩은 외형적으로는 자연친화적이지만, 구조적 복합성과 낮은 회수율로 인해 친환경적 효과는 기대 이하다.

다양한 유리병 생수들 @BWF 2024

결국 음료 용기의 최종 대안 여전히 유리병에 있다. 유리는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지 않으며, 재활용 가능성도 가장 높다. 재활용시 품질 저하는 없지만 수차례 재활용이 가능하며, 재활용 시 톤당 최대 315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유리병 역시 세척과 운송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 중량 문제 등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내용물의 안전성과 반복 사용의 관점에서는 가장 확실한 선택지다.

그러나 용기 자체의 문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최근에는 유리병에서조차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금속 뚜껑에 폴리에스터 라이너가 사용되는 경우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유입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용기의 재질뿐 아니라 제조 환경, 충진 설비, 보관 창고, 유통 과정 등 전반적인 품질 관리가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어떤 용기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느냐이다.

Marko Gajic

BWF의 마르코 가이치(Marko Gajic, Co-Founder of Bled Water Forum) 의장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물은 간, 신장, 뇌에서 입자 검출이 된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으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티스푼 한 스푼 분량에 해당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며, “물은 인권이며, 소비자는 수원의 품질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미세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잠재적 오염물질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페트병의 대안은 결코 종이팩이 될 수 없다. 유리병을 기본으로 하되,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다양한 잠재 오염물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시가 병행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안전하고 고품질 식수가 가능하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과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품평회 심사위원 및 써밋과 포럼에서 초청 연사로 활약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IT업계를 거치며 프리미엄 워터와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그는, 2025년부터 자신의 회사 ‘워터링크’를 통해 ‘프리미엄 워터 캠페인’을 전개하며 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