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와이너리와 축구선수의 ‘팔머(Palmer)’ 분쟁
첼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콜 팔머(Cole Palmer, 23)가 자신의 별명 ‘콜드 팔머(Cold Palmer)’의 상표 등록을 추진하면서, 프랑스 보르도 마고(Margaux) 지역의 명문 와이너리 샤토 팔머(Château Palmer)와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팔머는 최근 몇 년 사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떠올랐으며, 득점 후 팔을 문질러 추위를 표현하고 볼을 부풀리는 이른바 ‘아이스 콜드’ 세리머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이 세리머니와 ‘Cold Palmer’라는 명칭을 상표로 출원해 의류, 주류, 식품, 장난감, 세면용품, 면도날, 다이어트 음료 등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프랑스 남서부의 명성 높은 생산자인 샤토 팔머가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 샤토 팔머는 ‘Cold Palmer’ 상표가 자사 이미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팔머가 영국 정부 지식재산청(GIPO) 제출 서류에서 와인 유통·마케팅을 포함한 법적 보호를 요청한 대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품목이 명시돼 있다. “알코올 음료 전반, 과일을 원료로 한 알코올 음료, 혼합 알코올 음료, 와인, 증류주와 리큐어, 알코올 에너지 드링크 및 저알코올 음료. 단, 원산지 명칭 보호(PDO) 샴페인 규격에 해당하는 와인은 제외한다”
이 내용이 샤토 팔머의 주목을 받으면서, 와이너리는 상표 출원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샤토 팔머는 한 병당 최대 100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보르도의 대표적 와이너리로, 1814년 영국 육군 장교 찰스 팔머가 기존 샤토 드 가스크(Château de Gascq)를 인수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며 역사가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마고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이자, 보르도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와인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사안은 영국 정부 지식재산청(GIPO)에서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뒤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팔머가 개인적으로 어떤 와인을 선호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프리미어리그 현역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음주 여부도 불분명하다.
팔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해당 세리머니의 유래에 관해 “원래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 출신 동료이자 맨체스터 시티 아카데미 동문인 모건 로저스가, 미들즈브러 소속으로 웨스트 브롬전에서 비슷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로저스(현 애스턴 빌라 소속)에게 “다음에 내가 득점하면 같은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로 자리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