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와인 커뮤니케이션] 프랑스 부르고뉴의 감동을 캘리포니아에서 '소노마-커터(Sonoma-Cutrer) 와인' 의 비밀

2025-11-14     고재윤 칼럼니스트

프랑스 부르고뉴(Burgundy) 와인을 좋아하지만, 가격이 부담될 때, 훌륭한 대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노마-커터(Sonoma-Cutrer) 와이너리를 추천한다. 이곳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 이상의 '경험 가치'를 선사한다. 소노마-커터는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로, 프랑스 부르고뉴의 전통 양조 방식에 캘리포니아의 현대적 혁신 기술을 결합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쓸며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소노마-커터의 역사와 경영 철학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면, 1973년, 항공 공학자 출신의 브리스 커트러 존스(Brice Cutrer Jones)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능가하는 열정을 갖고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는 1970~80년대에 청포도 품종 샤르도네에 집중하기로 하고, 직접 프랑스 부르고뉴로 건너가 전통 양조 기술을 배웠다. 이 양조 기술을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의 독특한 '떼루아(terroir)'에 접목하여 차별화된 샤르도네 와인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1981년 첫 빈티지 샤르도네 와인을 출시한 이후, 소노마-커터 와인은 미국 프리미엄 샤르도네의 대명사가 되었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리미엄 샤르도네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샤르도네 와인에 집중하던 와이너리는 20년 만인 2002년, 흑 포도품종 피노 누아 2003년 빈티지를 첫 출시 하면서 다시 한번 미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품질을 인정받았다. 특히 창업자 브리스 커트러 존스는 자신이 추구하는 와이너리 건물 자체도 부르고뉴 스타일의 셀러로 설계하여 와인 투어의 명소가 되었다.

소노마-커터(Sonoma-Cutrer) 와이너리의 짧은 역사 속에서 2번의 소유주 변경에도 불구하고 와인 양조에 관한 품질 일관성은 그대로 계승되면서 흔들림이 없었다. 와이너리의 소유주는 1999년 미국 주류 대기업 브라운 포맨(Brown-Forman)을 거쳐, 2024년 5월 북미 럭셔리 와인 그룹인 '더 덕혼 포트폴리오(The Duckhorn Portfolio)'이 인수했다. 주목할 점은 40년 역사 동안 단 3명의 수석 와인 양조가(Bill Bonetti, Terry Adams, Mick Schroeter)만이 와인 스타일을 계승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와인의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핵심 비결로 양조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2005년에 합류한 카라 모리슨(Cara Morrison)이 수석 양조가로 활약하며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에 진학해 와인 양조학에 몰두하였고, 1년 동안 전 세계의 와인 산지를 여행하면서 호주, 칠레, 뉴욕의 와이너리에서 일했으며, 뉴질랜드, 동유럽,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서 와인 양조 기술을 공부한 후에 1998년 제켈 빈야드(Jekel Vineyard) 와인 양조팀에 합류했고,  2000년 페처 빈야드(Fetzer Vineyards)의 와인 양조팀의 화이트 와인 담당으로 발탁됐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 경영 철학이 소노마-커터 와인의 성공 비결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전통 양조방식의 엄격한 장인 정신과 캘리포니아의 현대적 기술 및 도전 정신을 결합해 캘리포니아의 떼루아 개성을 와인에 그대로 담았다. 설립 이래 샤르도네 단일 품종에 집중하며 완벽함을 추구하고, 피노 누아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노하우가 적중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의 독특한 기후와 떼루아, 특히 토양 특성을 와인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또한,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총 1,121에이커에 달하는 6개의 에스테이트 포도밭은 모두 '캘리포니아 지속 가능한 와인 재배 연합' 인증을 받았으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1999년에는 오랫동안 와인 코르크 오염(cork taint)에 시달렸는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정판 샤르도네에 스크류 캡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와인의 장기 숙성 잠재력을 해결했다. 

필자가 마셔본 러시안 리버 랜치 샤르도네 2023(Russian River Ranches Chardonnay 2023)는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의 균형 잡힌 개성을 칭찬하며 매일 마시기에 좋은 와인이라고 칭찬한 와인이다. 아름다운 옅은 볏짚 색에 약간의 초록빛 색조가 감돌며, 아로마는 라임, 레몬, 청사과, 배, 화이트 복숭아, 멜론, 흰 꽃, 아카시아꽃, 아몬드, 구운 견과류, 바닐라 향이 나며, 마셔보면 입안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상큼한 산미가 미각을 깨워주며, 부드러운 질감이 잘 나타나고, 균형 잡힌 여운이 길고 부드럽다. 결론적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의 클래식한 스타일의 우아함과 캘리포니아 과일 풍미의 풍부함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며, 일관된 스타일이 매력적이다. 지금 바로 마시기 좋으며, 음식과 조화는 생선회, 연어, 버터구이 랍스터, 스시, 생선요리, 닭고기, 오리고기 등을 추천한다.

또한, 러시안 리버 밸리 피노 누아 2022(Russian River Valley Pinot Noir 2022)은 와인 스펙테이터와 제임스 서클링은 구조감이 좋고 생동감 넘치는 와인이라며, 92점 이상을 부여했다. 깊고 아름다운 루비색을 띠면서 잘 숙성한 피노 누아의 특성을 보여주며, 아로마는 생동감 넘치는 붉은색 베리류, 자두, 산딸기, 라즈베리, 블랙 체리, 계피, 홍차, 카시스 향이 나타나며, 마셔보면 밝고 생기 넘치는 과일 풍미와 균형 잡힌 바디감이 인상적이고, 부드럽고 우아한 타닌, 균형 잡힌 산미가 매우 인상적이며, 여운은 세련되고 길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에 버금가는 캘리포니아 러시안 리버 밸리 피노 누아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탁월한 균형감, 복합성, 풍미가 깊은 와인으로 지금 마시기에도 좋으며, 음식과 조화는 로스트비프, 오리 요리, 버섯 요리, 연어, 불고기, 피자,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210여편을 발표하였다. 2001년 한국의 워터 소믈리에를 처음 도입하여 워터 소믈리에를 양성하여 '워터 소믈리에의 대부'고 부른다. 2000년부터 보이차에 빠져 운남성 보이차산을 구석구석 20회 이상 다니면서 보이차의 진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